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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깜장달 Feb 23. 2024

다미주 이론 - 파충류에서 포유류로

('다미주 이론' 표지 일부)


 

다미주 신경에 대한 탐색은 포지스 박사가 자율 신경계를 연구하다가 뭔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어느 신생아 학자의 편지 한 통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그 학자의 편지를 잘 모르는 사람의 소견이라고 묵살할 수도 있었겠지만, 박사는 항상 이 편지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고민과 연구를 거듭했다.

왜 우리를 차분하게 만들어 주는 미주 신경이 도리어 우리의 목숨을 앗아가는 걸까? 이것이 스티븐 포지스 박사가 품었던 의문이었다. 포지스 박사는 이를 '미주 신경의 역설'이라고 표현했다. 이 역설을 설명하는 '다미주 이론'은 정말 놀라운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포유류와 파충류가 진화할 때 다른 점이 바로 미주 신경의 발달이라는 것이다. 특히 횡격막 위쪽 미주 신경. 포유류에는 있고 파충류에는 없는 신경계. 그것이 바로 '다미주 이론'에서 정말 놀라운 부분이다. 

 

 먼저 다미주 신경은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 몸 내장 장기들 심장, 폐, 대장, 소장 등은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자율 신경계에 영향을 받는다. 예로 심장은 우리 의지에 따라 멈추고 싶다고 멈출 수 있는 장기가 아니다. 외부의 영향이 있지만, 대체로 일정하게 움직인다. 이는 심장이 자율 신경계에 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율 신경계는 다시 두 가지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으로 나뉘는데, 부교감 신경들을 대체로 다미주 신경이라 부른다.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은 상보적 관계로 이해되어 왔다. 심장을 빨리 뛰게 만드는 것이 교감 신경이라면, 부교감 신경은 심장의 움직임을 느리게,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포지스 박사 연구에 의하면 부교감 신경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횡격막을 중심으로 얼굴과 심장이 있는 횡격막 위쪽 미주 신경(배쪽미주복합체)과 횡격막 아래 소화기관들을 포함한 장기들을 중심으로 하는 미주신경(등쪽미주집합체)

진화에서 가장 늦게 발달한 미주 신경은 횡격막 위쪽 미주 신경이고 이 신경 다발은 파충류에게는 없고 포유류에게는 있다. 횡격막 위쪽 미주 신경이 도대체 어떤 일을 하며 이 미주 신경의 발달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포유류가 살아남은 이유는 '집단'에 있다. 낯선 타인과도 교류하고 공감하는 능력. 방어체계를 낮추고 공감과 협력을 이끌어 내는 능력. 바로 횡격막 위쪽 미주 신경의 발달이다. 진화에서도 이 미주 신경이 가장 늦게 발달했다. 

횡격막 위쪽 미주 신경이 조절하는 근육으로 대표되는 것이 바로 얼굴과 심장이다. 상대가 농담으로 하는 말인지 진심을 담은 험담인지 알기 위해서 우리는 상대의 얼굴 표정을 살핀다. 얼굴 표정과 목소리를 통해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는 능력이 발달한 것이다. 이것이 포유류가 진화에서 살아남은 이유다. 인간은 혼자 있으면 안 된다. 공동체를 이루는 친교 능력이 바로 인간이 문명을 이루고 전 세계에 퍼져 살고 있는 이유이다.


 교감 신경, 횡격막 위 미주신경, 횡격막 아래 미주신경. 이 세 신경계에는 분명한 위계질서가 있다. 평소 포유류는 횡격막 위쪽 미주 신경을 활성화하면서 친교 활동을 한다. 즉, 얼굴 표정과 청각 자극(언어, 말소리, 목소리 톤)등으로 상대가 적인지 아군인지 구분하고 낯선 타인이 안전한지 판단한다.

안전감이 있어야 새로운 영역에 호기심을 느끼고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다. 우리 신경계는 안전감을 느끼도록 진화해 왔다. 방어체계를 낮추고 다정하고 친밀하게 공동체와 잘 지내는 능력. 이것은 앞서 말했듯이 횡격막 위쪽 미주 신경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위기를 느끼면 교감 신경이 활성화되면서 도전 - 도피 반응이 일어난다. 즉, 도망갈 것인가 싸울 것인가 결정하기 위해 감각이 예민해진다. 그러다 생명이 위협을 느낀다면 경우에 따라 횡격막 아래 미주 신경이 작동하면서 파충류들처럼 얼어버리도 한다. '해리'가 바로 이런 상태와 비슷하다. 위기가 닥치는데 아무것도 못하고 기절하는 것도 미주 신경의 작용이다. 아주 오래된 방어 체계. 파충류에게서 관찰되는 '얼어버리는' 방어체계를 우리도 이렇게 몸속 어딘가에 갖고 있다. 

 그런데, 이 '얼어버리는' 방어 체계는 포유류에게서는 상당히 위험하다. 운전을 하다가 기절하면 큰 사고로 이어진다. 파충류는 '겨울잠'이라는 형태로 먹지도 않고 몇 달을 지내고 다시 살아나기도 하지만, 포유류에게는 바로 죽음으로 연결된다. 

 

  간단히 정리하면,  평소 우리 신경계는 친교와 안전감을 느끼는 배쪽 미주 신경이 작동한다.  그러다 안전감을 느끼지 못하면 경계심이 올라가고 이는 교감 신경을 활성화시킨다.  그러다가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는 절박한 상황이라면, 횡격막 아래 미주신경, 등쪽 미주 신경이 작동하면서 '얼어버린다'. 우리 몸의 방어체계를 단순화하면 이렇다. 


따라서 안전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공동체 속에서 인간은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능력 발휘를 못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고 생명마저 위험해진다. 내가 타인의 방어체계를 높이는 행동과 말을 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는 것은 중요하다. 타인에게 친절해야 한다. 더불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포유류에게 친절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방어 체계를 높이는 쪽으로 나아간다면 인류는 멸망하고 말 것이다. 

지금 바로 내 옆에 있어주는 고마운 사람에게 다정하게 대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태도인지. 또 내게 다정하게 대해주는 사람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마음도 중요하다. 안전하고 따듯한 말과 태도는 생명을 살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참고도서 "다미주 이론", 스티븐 W. 포지스 박사, 노경선 옮김,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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