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으로 이해하는 '스토리'
'스토리만이 살길' 리사 크론, 2022
우리 인간이 스토리, 즉 이야기에 매료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래전 우리나라 조상들만 봐도 그렇다. 한글은 없었어도 이야기는 있었다. 구전으로 전해지는 옛이야기 즉, 신화, 전설, 민담들이 우리나라에 많이 남아 있다. 우리 민족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K-컬처'라고 불리는 우리나라 영화, 드라마, 웹툰 등도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런 점을 보면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 인류가 이야기를 좋아한다.
'스토리만이 살길'은 '안토니오 다마지오' 외 몇몇 뇌과학자를 근거로 스토리가 뇌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해설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 인간 뇌는 이야기를 통해 '자기 정체성'을 찾아간다. 자기 정체성은 자기가 속한 집단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다. 가치관과 태도 등도 집단을 통해 길러진다.
우리는 옛이야기 '해님 달님'을 통해 낯선 사람이 오면 함부로 문 열어 주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고, '토끼의 간' 이야기를 통해 허영심을 조심하고 위기 순간에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마음 가짐도 배울 수 있다. 이렇게 이야기라는 도구로 각 인간 사회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훈들과 가치관을 후대로 전할 수 있다. 이는 우리 '뇌' 작용과도 관련이 있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집단에 의존'해야 한다. 집단의 정서를 전하는데 효율적인 방식이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사실과 정보가 있더라도 그 '사실과 정보들'이 나와 무슨 관계가 있는가? 어떤 정보가 의미 있는 정보이고 버려야 정보는 무엇인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바로 '스토리', 이야기를 통해서다.
이런 경험 다들 한 번씩 있을 것이다. 분명 A를 사러 갔는데, B, C 다 둘러보고는 D를 사 오고, 결국 A를 사러 다시 또 상점으로 가는 경험. 또는, 성능과 모양과 색깔이 제각각인 많은 물건들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데 고르기가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다음으로 미루는 경험.
정보와 사실이 차고 넘치는 데도 우리는 선택이 어렵다. 왜냐하면 이 선택에는 '스토리'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실수를 했다고 하자. '저번에 이 음식을 먹었는데 너무 매웠어' 이렇게 음식 선택에 실수가 있었다면 이것은 훌륭한 스토리가 되어서 우리 뇌는 그것을 꼭 기억한다. 이것은 '실수'라는 스토리에 속한 많은 예들 중 하나다. 즉, 스토리 안에 맥락과 의미가 있다. 우리 뇌가 스토리를 좋아하는 이유다. 맥락과 의미가 없다면 뇌는 기억하기 어렵고 판단이나 결정도 어렵다.
그럼, 맥락과 의미는 어디에서 오는가?
바로 '감정'이다. '우리는 감정 없이는 그 어떤 이성적 결정도 내릴 수 없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음식 중에 '떡볶이'가 있다. 떡볶이가 왜 맛있을까? 학창 시절, 학원을 오갈 때 쉽게 먹을 수 있는 값싸면서 든든한 추억이 담긴 음식이기 때문 아닐지. 시험이 끝난 학원에서도 학생들을 위해 쉽게 준비해 줄 수 있다. 친구들과 같이 먹는 떡볶이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 이렇게 친구들과 함께한 즐거운 추억이라는 감정이 오늘 저녁 메뉴로 떡볶이를 먹으러 가는 선택과 결정을 내린다. 이 과정에서 학창 시절, 친구들과 함께 즐겨 떡볶이를 먹었다는 이야기, 즉 스토리가 떡볶이의 의미와 맥락을 만든다.
'어린 왕자'이야기에 '장미꽃'이 등장한다. 사막에는 수많은 장미들이 있지만, 어린 왕자는 이들이 자기 별에 있는 한 송이 장미와 다르다고 말한다. 생김새가 딱히 다른 것도 아닌데 말이다. 왜일까? 사막에 피어 있는 장미들에는 '스토리'가 없기 때문이다. 어린 왕자는 자신이 사는 별로 날아온 한 송이 장미를 정성껏 돌보았다. 물 주기, 햇볕 가리기, 바람 막기 등등. 바로 스토리다. 결국 어린 왕자는 장미에 대한 그리움과 책임감으로 자기 별로 돌아간다. 바로 감정이 이야기 방향을 이끌어 간다. 감정이 행동을 결정한다. 어린 왕자 결말 스토리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간단히 말하면 감정이 스토리를 만든다. 감정이 발달한 이유는 생존 본능에 따른 것으로 어떤 정보가 생존에 도움이 되는가, 위험한가에 대해 빨리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감정과 느낌'으로 한 순간 깨달아야지 이것저것 따지다가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따라서 많은 스토리를 알고 있다면 생존에 유리하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많은 부분을 실제로 경험하면서 실수와 실패를 통해 스토리를 쌓아간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러기에는 한계가 많다. 정말로 위험한 일을 겪고 생명에 지장을 얻는 경험을 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렇기에 대신 타인의 경험을 듣고 공감하며 의미를 만드는 일이 뇌의 입장에서는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선택하는데 정말 중요한 일이고 더 효율적이다.
인류가 계속 살아있는 한 '스토리'는 항상 존재할 것이다.
*참고 문헌 ; '스토리만이 살길' 리사 크론, 부키 출판사,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