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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진 Dec 29. 2020

넷플릭스 뮤지컬 영화 <더 프롬> 리뷰

그저 남들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졸업파티에 가고 싶었던 한 소녀의 이야기

 얼마 전, 넷플릭스에 '더 프롬'이라는 신작 뮤지컬 영화가 개봉했다! 집 밖에 나가지 못해서 잔뜩 우울한 요즘, 새로운 뮤지컬 영화 소식은 내면의 흥 세포를 깨우는 느낌이었다!

 이 작품은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브로드웨이에서 2017년에 초연된 <The prom>은 세계적으로 명망 높은 뮤지컬 시상식인 '토니어워즈'에서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지만,

그 해 올해의 뮤지컬 상을 수상한 <Hadestwon>에게

모든 부문에서 밀려 무관에 그쳤다.

 'The prom'은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폐막하여 서서히 잊혀질 위기에 처해있었지만,

운좋게도 이 뮤지컬은 미국 유명 tv 시리즈인 <글리>와,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등을 연출한

스타 제작자 '라이언 머피'의 눈에 띄어 영화로 제작되었고,  

그 결과 우리는 넷플릭스를 통해 < The prom>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따끈따끈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국내에서, 심지어 우리집 안방에서 접할 수 있다는건 정말 큰 행운인 것 같다!

 작품은 개봉 전부터 엄청난 기대들이 쏟아졌는데,

아무래도 화려한 캐스팅이지 한몫하지 않았을까 싶다.

메릴 스트립, 니콜 키드먼, 제임스 코든, 그리고

브로드웨이 스타 앤드류 라넬스와 아리아나 드보스까지

탑급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영화는 프리 프로덕션 과정에서부터 큰 화제가 되었다.

반면 주인공 에마 역에는 신예 조 엘런 펠먼이 캐스팅되어,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알리기도 했다.


 이처럼 온갖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개봉한 'The prom'에 대한 본격적인 리뷰 이전에,

영화 관람 전 알아두면 더 재밌을 사전 정보들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영화를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사전 정보>


1. 조 엘런 펠먼은 실제로 퀴어이다

 레즈비언 소녀 '에마 놀란'역을 맡은 조 엘런 펠먼은 실제로도 커밍아웃을 한 퀴어이다.

실제로 그녀는 'The prom'의 원작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보러 갔었는데, 공연을 보며 왜 자신이 그토록 배우가 되고 싶어 했는지를 단박에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 이 세상에 존재할 수많은 에마들을 대표하는 목소리이기에

큰 책임을 느낀다는 소회를 밝힌 적이 있고, 영화가

개봉한 후 'unruly heart intiative'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LGBTQ+ 위한 기부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2. 앤드류 라넬스는 누구?

 메릴 스트립, 니콜 키드먼, 그리고 제임스 코든과 달리 앤드류 라넬스는 상대적으로 익숙하진 않은 배우이다.

그는 앤 해서웨이가 출연하는 영화 '인턴'에도 조연으로 출연했지만, 그보단 유명한 브로드웨이 코미디 뮤지컬

The Book of Mormon의 주인공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의 토니어워즈 퍼포먼스는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데,

정말 유쾌하고 좋은 영상이니 추천한다.

https://youtu.be/GVJgmp2Tc2s


3. 영화의 배경이 되는 인디애나 주


 인디애나는 주변의 주들에 비해선 아직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도시라고 한다. (미국은 각 주마다 법이나 문화가 천차만별인데, 특히 인디애나는 동성애에 대한 시각이 다수 보수적이라고 전해진다.)

오죽하면 노래 중에 'Don't be gay in Indiana'

(인디애나에서는 게이로 살면 안 돼)라는 가사가 있고,

학부모 대표가 'This is Indiana, not America'

(여긴 인디애나지, 미국이 아니에요)라는 말을 한다.



<줄거리>

예고편에 상당 부분의 줄거리가 이미 나와있기 때문에 큰 스포는 아닐 듯합니다!


 작품의 스토리는 위에서도 언급했듯, 그저 남들처럼 사랑하는 여자 친구와 함께 무도회를 즐기고 싶은 한 소녀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브로드웨이에서는 한물 간 스타인 디디 앨런(메릴 스트립)과 베리 글릭맨(제임스 코든)이

신작 '엘레노어'의 오프닝 나잇을 무사히 마치고

여러 언론 단체들의 평론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건 호평이 아닌, 비평을 넘어

비난에 가까운 혹평들이다.


평론은 극의 흥행을 좌우하는 중요한 지표이기에, 혹평 일색인 신문에 모든 공연 관계자들은 패닉 상태가 된다.

평단의 악평을 이해하지 못하는 디디와 베리에게,

곁에서 지켜보던 관계자가 직언을 날린다.

'문제는 쇼가 아니라 당신들이다. 당신들이 비호감이라 그렇다. 누가 나르시시스트 배우들을 좋아하겠는가?'

이 말은 베리와 디디에게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온다.

 어떻게 해야 이미지를 회복하고 극을 흥행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궁리하던 중, 베리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선행을 하는 사회 운동가 셀럽이 되겠다는 결론을 내어 이미지를 쇄신하는 동시에 극 홍보 효과를 노리기로 한다.


 아직 브로드웨이에서 자리잡지 못한 배우인 트렌트(앤드류 라넬스)와 코러스걸 앤지(니콜 키드먼)까지

대화에 합류하여 좋은 구실이 없나 이것저것 찾아보던 도중,

그들은 우연히 트위터에서 인디아나 주에 거주하는

'에마 놀란'이라는 소녀에 뉴스를 접한다.

바로 '에마'라는 레즈비언 소녀가 여자 친구를 데리고 무도회(prom)에 참여하려 했으나,

이에 반대하는 학부모회로 인해 프롬이 강제 취소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소식을 듣고 솔깃한 배우 네 명은 즉시 인디애나로 향해 곤경에 빠진 에마를 돕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네 사람은 인디애나로 찾아가(엄청난 실천력을 지녔다) 학부모회가 한창인 학교 강당에 무단침입하여 엄청난 존재감을 알리고, 자신들의 뮤지컬 특기를 활용하며 적극적으로 에마를 돕기 시작한다.

에마와 학교 교장선생님 역시 그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함께 권리를 위해 싸우기로 한다.


하지만 프롬을 되찾기 위한 에마의 여정은 순탄치 않다.

학교 친구들에게 괴롭힘 당하는 건 물론이고, 학부모회로부터도 큰 수모를 당하며 깊은 상처를 받는다.

심지어 그녀는 여자 친구 엘리사와도 커밍아웃 문제 등 여러 가지 갈등을 겪으며 힘들어한다.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상황에 맞서려 했던 에마는 결국 심신이 지쳐 포기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네명의 배우들은 포기하려는 에마를 설득한다.

비록 이들은 단순히 극을 홍보하기 위한 얕은 목적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그새 에마에게 정이 들고, 그녀가 상처 받는 모습에 함께

마음 아파하며 진심으로 돕기 시작한 것이다.

 비록 세상이 가혹할지라도, 에마는 자신의 목소리를 높여 끝까지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녀는 시 한번 용기를 내어 기타를 들고 카메라 앞에 선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자작곡을 부른다,

이때 부르는 노래가, 영화가 전하는 핵심적인 메시지를 담은 'Unruly Heart'라는 넘버이다.

노래의 가사를 요약하자면, 세상 그 누구도 내가 누구인지 함부로 규정하고 재단할 수 없기에,

주체할 수 없는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살겠다는 이야기이다.


에마는 자신의 노래 영상을 온라인에 게시하여 세상에 존재할 수많은 '에마'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보낸다.

그리고 그녀는 어떤 제한도, 편견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참여할 수 있는

모두를 위한 프롬(Inclusive prom)을 개최한다.

프롬 당일날, 미국 각 주에서 트랜스젠더, 게이, 레즈비언 등 다양한 LGBTQ+ 사람들이 참여한다.

그렇게 모든 사람들을 위한 프롬은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사람들은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에마 역시 엘리사와 함께 꿈에 그리던 프롬에서 손을 맞잡고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영화를 보고,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우선 퀴어커플을 불필요한 키스신이나 베드신을 넣어 묘사하는 몇몇 작품들과는 달리, 이 작품은 에마와 엘리사의 사랑을 여느 고등학생 커플들과 같이 참 풋풋하고 순수하게 그려내서 미소가 절로 나왔던 것 같다.

그리고 이야기 안에서 각 인물들이 성장하는 과정과 서로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과정 역시 인상 깊었다.

무엇보다도 작품의 해피엔딩 결말 역시 마음에 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퀴어들은 행복해질 수 없다'라는 인식이 또 다른 클리셰로 자리 잡게 된 것 같다.

그리고 난 이러한 무의식적인 생각의 조성에 매체가 큰 몫을 한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많은 퀴어 드라마/퀴어 영화 속 인물들이 주변의 시선. 현실로 인해 이별을 하거나,

혹은 끝내 이성애 중심적 사회로 편입되길 선택하며 헤어짐을 맞이하는 결말을 맞이해서 그런 듯하다.

하지만 퀴어 영화는 해피엔딩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퀴어가 사회적 소수 자라는 걸 감안했을 때,

새드엔딩으로 마무리가 되면 '결국 사회적 소수자들은 현실을 넘어서지 못한다'라는 비극을 일반화하고 극대화하는 느낌이 들기에...

이 영화의 엔딩처럼, 퀴어도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그리고 행복해질 수 있다.

 비록 예전에 비해선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고, 젠더에 대한 담론 역시 표면으로 떠오르게 되면서 다양한 젠더 스펙트럼에 대한 관심 역시 늘고 있지만,

남에게 손가락질하고, 편견 어린 시선을 던지며 일방적으로 상처를 주는 일은 여전히 너무나 쉽다.

본인은 존중받길 원하면서 나와 다른 타인에게는 가혹한 잣대로 혐오의 말들을 던지는 사람들을 보면

참 아이러니한 사회라는 생각이 든다.

이와 비슷한 맥락의 장면은 영화에서도 등장한다.

학교에서 에마를 조롱하고 괴롭히던 학생들이,

정작 왜 에마를 싫어하는 거냐는 공격적인 질문이 날아오자

'우리 착하거든요?'라고 맞받아치며 당황한 기색을 모습은 사람들의 이중적인 면모를 비꼬듯 보여주는 듯했다.

많은 LGBTQ+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숨어있을 뿐

우리 주변에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하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의 권리를 보장받길 원하기에 앞서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법을 배웠으면 한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 속 퀴어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내용적인 부분을 떠나서 영화의 구성을 보았을 때, 아쉬운 점 역시 몇몇 있었다.

우선 기존 원작의 좋은 넘버들이 잘린 게 아쉬웠다.

러닝타임을 줄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사실 지금 러닝타임도 다소 길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트랜지션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것 또한 아니기 때문에, '차라리 음악을 살리고 불필요한 드라마 씬들을 빼는 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브로드웨이 쇼 뮤지컬의 스펙터클을 책임지는 군무 장면과, 좋은 음악, 그리고 실제 극장에 온 것만 기분을 들게 하는 화려한 조명 효과들 덕에 뮤지컬 영화의 묘미를 한껏 즐길 수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영화의 다소 간단한 갈등들의 해소와, 진부한 전개로 인해 지루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초에 뮤지컬

우리의 삶에 판타지를 가미한 것이다.

즐기기 위해, 소위 말하는 현생에서 느끼는 스트레스와 피곤을 해소하기 위해 비싼 돈을 지불하고 찾아간 뮤지컬 극장이 우리의 현실과 별반 다를 게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뮤지컬은 세상의 순리와 이성적 논리가 깨질 수 있는  마법 같은 세상이다.  어디선가 본 것만 같은 줄거리에, 내용이 단순한 게 뭐 어떤가? 그저 경쾌한 음악과 화려한 군무에 눈과 귀를 맡기고 신나게 즐길 수 있으면 그만이다.

그게 바로 뮤지컬이고, 쇼 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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