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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는 적이 아닌 다음 성공 신호

[스트레스의 진실 3부] 성공한 CEO들의 스트레스 관리 시스템

by 줄리킴

새벽 2시, 저는 또다시 잠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제자리걸음인 사업,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경쟁사, 막막한 투자 유치... 심장이 조여 오는 불안감 속에서 '나는 왜 이것밖에 안될까'라는 자책만 되풀이했죠. 회사에서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사업을 하고 있다면 한 번쯤 겪어봤을, 바로 그 전형적인 창업가의 불면증이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보게 된 제프 베조스의 오래된 인터뷰 영상 하나가, 어둠 속에 갇혀 있던 제게 한 줄기 빛을 던져주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저와 세계 최고의 CEO들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재능의 강이 있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를 대하는 '운영체제(OS)'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요.


그들은 스트레스를 '싸워 없애야 할 적'이 아닌, '나의 약점과 다음 행동을 알려주는 개인 코치'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코치의 조언을 감정적으로 받아치는 게 아니라, 냉철한 '시스템'으로 분석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었죠.


이 글은 단순히 그들의 성공담을 나열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의 시스템 뒤에 숨겨진 심리학적, 뇌과학적 원리를 파헤쳐, 당신이 지금 겪고 있는 그 막막한 스트레스를 '성장을 위한 명확한 신호'로 바꾸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함께 찾아가는 여정이 될 것입니다.






스트레스가 전하는 '아하' 깨달음 3가지


첫 번째 깨달음: 스트레스의 정체는 '불안'이 아니라, '미루고 있는 행동'이다


우리는 스트레스를 거대하고 막연한 불안감의 덩어리로 느낍니다. 하지만 베조스는 그 정체를 아주 명확하게 정의합니다.



스트레스는
자신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방치하는 데서 비롯된다.

- 제프 베조스



이 말을 듣는 순간, 제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안개가 걷히는 기분이었습니다. 나를 괴롭히던 것은 '상황의 어려움'이 아니라, '내가 무언가 할 수 있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이었던 겁니다.


이것이 바로 첫 번째 '아하!' 포인트입니다. 스트레스의 고통을 줄이는 가장 빠른 길은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행동이라도 시작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뇌는 불확실성과 통제 불가능성을 가장 큰 위협으로 인식합니다. 이때 감정의 뇌인 편도체(Amygdala)가 활성화되어 불안과 공포를 증폭시키죠. 하지만 우리가 문제 해결을 위해 아주 작은 행동이라도 시작하면, 이성의 뇌인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이 활성화됩니다. 전전두피질은 편도체의 폭주를 제어하고, 상황을 '통제 가능한 과제'로 재인식하게 만듭니다. '첫 이메일 보내기' 같은 작은 행동 하나가 뇌의 작동 모드를 '공포 모드'에서 '문제 해결 모드'로 바꾸는 스위치인 셈이죠.


이런 뇌과학적인 이론을 일상에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 까요? 제가 시도한 방법들 중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은 '5 Why'기법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실생활 적용법 : '5 Why'로 스트레스의 핵 파고들기



베조스처럼 스트레스를 '행동 신호'로 바꾸려면, 막연한 불안감을 구체적인 '할 일'로 번역하는 도구가 필요합니다. 바로 '5 Why 기법'입니다. Why, 즉 '왜 그럴까?'를 5번 반복해서 말을 함으로써 표면적으로 느끼는 현상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진짜 원인을 찾아가는 방법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본질 캐는 작업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왜 스트레스를 받지?" (첫 번째 Why)

"신제품 출시가 늦어져서" (막연한 문제)



"왜 늦어졌지?" (두 번째 Why)

"핵심 기능 개발이 예상보다 복잡해서"



"왜 복잡해졌지?" (세 번째 Why)

"고객 요구사항을 제대로 파악 안 했어서"



"왜 파악 안 했지?" (네 번째 Why)

"초기 시장 조사를 대충 했어서 “



"왜 대충 했지?" (다섯 번째 Why)

"시간에 쫓겨 가장 중요한 첫 단계를 건너뛰었기 때문에" (진짜 원인 & 행동 과제)



보이시나요? '제품 출시 스트레스'라는 거대한 감정 덩어리가 "다음 프로젝트부터는 초기 시장 조사를 2배 더 철저히 하자"는 명확하고 실행 가능한 다음 행동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제 당신은 더 이상 불안에 떨지 않고, 다음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처음 이 방법을 사용한다면 생각보다 답변이 느리게 나올 수 있다는 점 유의해주세요. 그렇다 하더라도 계속 생각하며 진짜 원인을 발견하게 되면 그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시원합니다. 혹시라도 찾기 힘들다면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아주 사소한 일이 뭐지?'로 방향을 전환하셔도 괜찮습니다. 때론 행동을 하면서 그 해답을 찾기도 하니까요.





두 번째 깨달음: '편안함'은 성장의 신호가 아니라, '정체'의 신호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스트레스를 피하고 안정을 찾으려 합니다. 하지만 머스크와 쿡의 생각은 정반대입니다.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면,
충분히 빨리 나아가고 있지 않은 것이다.
- 일론 머스크


스트레스를 느낄 때는
우리가 기준을 높이고 있다는 뜻이다.
편안함은 혁신의 적이다.
- 팀 쿡


이것이 두 번째 '아하!' 포인트였습니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에게 스트레스는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가 아니라, '지금 성장하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라는 것입니다. 헬스장에서 근육을 키울 때 근육통이 필수이듯, 정신적·사업적 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스트레스'라는 부하가 걸려야 합니다.


심리학적으로 '유스트레스(Eustress, 긍정적 스트레스)'라는 개념과 일치합니다. 적절한 수준의 스트레스와 도전은 우리의 집중력과 수행 능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립니다. 또한, 이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때 더욱 빛을 발합니다. 팀 쿡은 바로 이 원리를 시스템으로 만든 장인입니다.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실생활 적용법 : 팀 쿡의 '감정 배제 의사결정 매트릭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우리는 '실패하면 어떡하지?'라는 감정적 함정에 빠지기 쉽습니다. 팀 쿡은 이 함정을 피하기 위해 모든 것을 점수로 만듭니다.



예를 들어 '신사업 진출'을 결정할 때, 우리는 보통 불안감 속에서 고민합니다. 하지만 쿡처럼 접근해 보세요.


1) 감정이 끼어들기 전에 평가 기준부터 세운다:

"이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2) 중요한 성장요소 4가지를 정해 가중치를 배정한다.

• 시장 성장 가능성 (가중치 30%)

• 우리의 핵심 역량과 맞는가? (가중치 30%)

• 기술적 실현 가능성 (가중치 20%)

• 예상 수익률 (가중치 20%)


3) 각 후보 성장요소 옵션(A, B, C)을 기준에 따라 냉정하게 1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


4) 가중치를 적용해 총점을 계산한다.


이 과정의 진짜 마법은 '정확한 점수'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의 불안한 '감정'을 배제하고, 가장 중요한 '기준'에만 집중하도록 강제하는 것에 있습니다. 막연한 스트레스가 체계적인 분석으로 바뀌는 순간, 우리는 문제에 압도당하는 대신 문제를 컨트롤할 수 있게 됩니다.





세 번째 깨달음: 스트레스는 나의 '무능'이 아니라, '배움'을 촉구하는 신호다



실수하거나 모르는 것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이는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기 쉽죠. 하지만 사티아 나델라는 이 신호를 완전히 다르게 해석했습니다.



스트레스는
우리가 아직 배우지 못한 것이
있다는 신호다.
이것이 성장의 출발점이다.

- 사티아 나델라



과거의 공룡 기업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를 '모든 것을 아는 척하는(Know-it-all)' 문화에서 '모든 것을 배우려는(Learn-it-all)' 문화로 바꾸며 기적적인 부활을 이끈 그의 철학입니다.


이것이 마지막 '아하!' 포인트였습니다. 스트레스는 당신의 능력에 대한 최종 판결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배울 시간이라는 알림입니다.


이는 스탠퍼드 대학의 캐럴 드웩 교수가 주창한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의 핵심입니다. 나의 능력이 고정되어 있다고 믿는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은 도전을 회피하고 스트레스를 실패의 증거로 받아들입니다. 반면, 노력을 통해 능력이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은 도전을 즐기고, 스트레스를 배움의 과정으로 받아들입니다.


이 원리를 일상생활에 적용하는 방법을 찾다 보니 나델라가 실제로 실천한다는 방법을 사용해 봤어요. 간단하면서도 매우 효율적이었습니다.



일상생활 적용방법 : 나델라의 '아침 90초 리셋'과 '72시간 행동 원칙'



성장 마인드셋을 유지하려면 매일의 연습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 방법을 상기하기 위해 저널에 써놓고 매일 의도적으로 실천을 해보았어요. 복잡했던 머리가 훨씬 정리가 되었고, 72시간 내에 첫 행동을 하기 위해 72시간 타이머를 세팅해 놓기도 했습니다. 줄어드는 시간을 확인하며 마음에 준비를 하는 거죠. '앞으로 24시간 남았어. 그다음에는 꼭 시작하는 거야!' 마음을 다독이며 나 스스로를 응원하는 것이죠.


• 아침 90초, 뇌를 리셋하라:


나델라는 매일 아침 90초간 발을 바닥에 딛고, '오늘 무엇에 감사한가?'를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는 단순한 긍정 훈련이 아닙니다. 밤새 쌓인 불안과 걱정에서 벗어나, 하루를 '배움'과 '기회'라는 새로운 프레임으로 시작하도록 뇌의 기본값을 의도적으로 설정하는 행위입니다.


• 72시간 내에 첫 행동을 시작하라:


'모르겠다'는 스트레스가 발생했을 때, 완벽한 답을 찾으려 애쓰다 무기력에 빠지는 대신, 72시간 내에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학습 행동'을 무조건 시작하는 것입니다. 관련 책의 목차라도 읽거나, 전문가에게 이메일이라도 보내는 것이죠. 이는 '나는 모른다'는 스트레스를 '나는 지금 배우고 있다'는 성장 과정으로 즉시 전환시킵니다.








'스트레스 관리 시스템' 만드는 법



지금까지 우리는 베조스의 '행동 원칙', 쿡의 '감정 배제 시스템', 나델라의 '성장 마인드셋' 등 위대한 리더들의 스트레스 대응법을 깊이 있게 살펴보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방법들이 각기 따로 노는 기술이 아니라, 하나의 통합된 '스트레스 관리 운영체제(Stress Management OS)'로서 작동하도록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실제로 일상에서 사용하는 3단계 스트레스 관리 시스템을 소개해 볼게요. PRR이라는 단어로 축약했으며 '파르르 PRR 시스템'이라고 이름을 지어봤습니다. 스트레스나 화가 날 때 파르르 떠는 듯한 상황이 떠올랐거든요.



1단계. 예방 모듈 (Proactive Module):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원천 차단



이것은 스트레스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에너지를 보존하는 시스템입니다. 팀 쿡이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감정이 섞이기 전에 미리 '의사결정 매트릭스'의 기준을 세워두는 것이나, 나델라가 '아침 90초 리셋'을 통해 하루의 정신적 프레임을 긍정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의식적인 루틴을 통해 감정이 폭주할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2. 대응 모듈 (Reactive Module): 발생한 스트레스를 즉시 행동으로 전환


스트레스라는 '신호'가 떴을 때, 그것이 불안이라는 '감정'으로 번지기 전에 즉시 '행동'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입니다. 베조스가 '5 Why'로 문제의 핵을 파고들어 곧바로 첫 번째 이메일을 보내는 것이나, 나델라가 '72시간 행동 원칙'에 따라 무조건 첫 학습을 시작하는 것이 바로 이 모듈의 핵심입니다. 스트레스라는 데이터를 입력받아 'To-Do List'라는 결과물로 출력하는 과정이죠.




3. 회복 모듈 (Recovery Module): 소모된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관점 리셋


치열한 대응 후에는 반드시 재충전이 필요합니다. 팀 쿡이 압박감을 느낄 때 국립공원을 찾아 자연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처럼, 의도적으로 문제와 거리를 두는 시간입니다. 이는 단순히 쉬는 것을 넘어, 소모된 정신적 에너지를 회복하고 더 넓은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도록 시야를 '리셋'하는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전 의도적으로 시간을 내어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장소를 찾아갑니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산책을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결국 글로벌한 기업의 CEO 들은 스트레스가 발생했을 때 (1) 예방 시스템이 잘 작동했는지 점검하고, (2) 즉시 대응 시스템을 가동해 문제를 해결한 뒤, (3) 회복 시스템으로 다음 도전을 준비하는 회복력 사이클이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당신의 스트레스에 제가 제안한 시스템을 대입해 보세요. 나는 지금 어떤 상태이고 필요한 아주 사소한 행동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순간, 당신은 더 이상 스트레스에 끌려다니지 않고 스트레스를 '회복 관리'하는 시스템의 운영자가 될 것입니다.





결론: 당신의 스트레스는 어떤 성장을 재촉하고 있는가?



잠 못 이루던 그날 밤의 저를 괴롭혔던 스트레스는, 결국 "네 사업 모델의 근본적인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마!"라고 외치는 간절한 신호이자 내면의 목소리였습니다. 사업 초창기에 느꼈던 막막함과 초조함, 불안감이 합쳐진 덩어리를 잘게 자르고 나니 그제야 진짜 문제들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 첫 사업을 5년 하고 마무리를 했습니다. 이 시간 동안 '스트레스 회복력 운영 시스템'을 적용해 보며 스트레스를 더 이상 적으로 생각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사업을 하며 훨씬 단단하고 회복력이 강해지게 되었죠.



베조스, 머스크, 쿡, 나델라. 이 거인들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진실은 하나입니다. 스트레스를 적으로 규정하는 순간 우리는 방어하고 회피하며 에너지를 소진하지만, 스트레스를 나를 성장시키기 위해 온 개인 코치로 여기는 순간, 우리는 그의 조언을 경청하고 다음 행동을 계획하게 된다는 것.



지금, 당신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그 스트레스를 잠시만 정면으로 바라보세요. 그것을 막연한 불안 덩어리로 두지 마세요. 한번 물어봐 주세요.



"스트레스는 지금 나에게 무엇을 가르쳐주려고 하는 걸까?"


"내가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할, 가장 작지만 가장 중요한 첫 행동은 무엇인가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순간, 스트레스는 더 이상 당신을 잠 못 들게 하는 괴물이 아니라, 당신을 더 높은 곳으로 이끌어줄 가장 유능한 파트너가 될 것입니다. 제가 할 수 있었으니, 여러분도 충분히 해내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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