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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킴 Mar 23. 2023

덕업일치? 좋아하는 일로 섣불리 사업하면 큰코다친다

초기 사업 아이디어의 딜레마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사람들이다. 좋아하는 것을 우리는 '취미'라고 정의한다. '취미'라는 말의 사전적 정의를 한번 들여다보자. 


취미 (趣味)  


[명사]
1.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2.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
3. 감흥을 느끼어 마음이 당기는 멋.
[유의어] 관심 1, 낙 3, 심미안

출처 : 네이버 사전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이다. 그러니 좋아서 하는 일을 일로 하며 돈도 벌고 즐기는 일을 동시에 할 수 있게 된 사람들은 행복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창업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제안하는 한 방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조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하기 위해서는 괜찮은 방법이다. 하지만 사업을 해보는 것에 의의만 두며 시작하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성공하고 싶고, 돈을 벌고 싶어 창업하는 것이 아니던가? 그렇기에 '좋아하는 일'만 해서는 창업에 성공하기란 절대 쉽지 않다. '좋아서 하는 일'에 완전히 몰두하고 취미 이상의 단계로 끌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또한 특별하게 좋아하는 취미조차 없는 사람들이 많다. 취미가 있다 하더라고 실제로 '취미를 하며' 사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초단위로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을 보내는 게 우리 현실이니까.


그렇다면 좋아하는 일로 사업을 하면 안 된다는 말인가? 

그런 말은 아니다.

다만 그 좋아하는 일의 '경제적 가치'를 생각하고 그 일을 남들보다 '얼마나 더 특별하게 잘할 수 있는지'를 반드시 생각하시라는 말을 꼭 붙이고 싶다.


경제적인 대가를  기대하지 않고 창업을 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물론 취미로 사업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존재하긴 하다. 굳이 창업을 하지 말고  즐거움을 위한 '취미'로 하면 될 텐데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준비되지 않은 사업이 많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취미를 넘어선 경우라면 어떨까?

어떤 일을 좋아하는 것을 뛰어넘어 광적으로 즐기고 과몰입하고 고도의 지식을 지닌 사람들이 종종 있다. 마니아를 넘어서 프로 과몰입러가 되는 것이다. 과몰입러의 시작을 가장 잘 정의하는 것은 '오타쿠'일 것이다. 


오타쿠는 원래 일본어로 상대방의 '집'을 높여 표현한 말이다. 무언가에 편집증적으로 빠진 사람을 말한다. 마니아는 무언가를 '즐기는'사람이지만 오타쿠는 무언가를 '연구하고 집착하며 맹목적 숭배대상으로 삼는' 사람들이다. 현대적인 의미로는 '이상한 것에 빠져 있는 사람' 혹은 '별것도 아닌 사소한 일에 지나치게 빠진 사람'을 말한다. 오타쿠는 그 몰입과 고도의 지식 레벨을 따져본다면 성공할 확률이 매우 높다. 하지만 이 한 가지가 빠졌기 때문에 돈을 벌 수 없다. '경제적 가치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면 다음 네 가지 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1.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그 분야 1등이 되는 것이다.  


어느 분야가 되었든 일단 1등이 되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다. 다만 그 생활이 그리 길지는 않다는 것을 사전에 알았으면 좋겠다. 


게임을 정말 좋아한다면 게이머나 게임 평론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유튜버들 중에서도 자신이 하는 게임을 해설하며 구독자수가 많아 돈을 버는 경우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업적 전문가의 길을 가기 위한 능력을 갖춰나가는 데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 

<오타쿠, 애니메이션, 게임, 영화에 미친놈들> 책에서 오카다 토시오 (가이낙스 대표이사)는 직업적 전문가의 길을 가려면 다음 세 가지 눈을 갖추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작품 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작가의 센스를 포착하는 '세련된 시각', 작품을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구조를 파악하는 과학자의 시각인 '장인의 시각', 작가의 눈과 작품의 디테일을 간파하고 스태프의 정력과 갈등의 드라마를 보는 '통달의 시각'.

이러한 경지에 도달하기까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2. 돈 벌 생각하지 말고 '자기 행복과 만족'을 위해 즐기는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삶의 기준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돈을 벌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겠다는 기준 말이다. 좋아하는 일을 함으로써 '얼마나 행복할지, 얼마나 즐겁게 살지'를 생각하며 잘 살지 못해도 괜찮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2000년도 초 한국에 배낭여행 바람을 일으킨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의 저자인 한비야처럼 잘 살지 못해도 좋다는 뚜렷한 가치관을 가지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고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길을 끝까지 고수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 수 있을까? 


디자인을 전공했다 보니 배고픈 예술가를 많이 알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 상품을 만들고 행복해하고 만족해한다. 하지만 돈은 벌지 못한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예술의 사생활 : 비참과 우아>에서도 위대한 예술가들의 실생활이 폼 나는 것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3. 먼저 돈을 벌어 경제적인 여유를 만들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택하는 길이 이 길일 것이다. 무슨 일이 되었든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생업에서 생활비 및 여유자금을 따로 모으는 것이다. '몸값을 최대한 올리는 것'이 관건이다. 좋아서 하는 일과 생활을 위해 돈을 버는 일을 완벽하게 분리하는 것이다. 

시장에서 요구하는 사업 아이템을 찾는 것이 먼저다. 



4.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해서 이미 성공한 사장에게 배우며 실력을 쌓고 사업을 하는 것이다. 


나는 비즈니스 코칭과 사업 컨설팅을 하는데 초기 창업을 하시는 단계에 계신 고객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Learn before you earn. 


Learn '배우다'라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를 보자. 앞에 L을 빼면 '얻다'라는 단어 Earn이 된다. 

배워야 얻을 수 있다는 의미. 사업의 본질을 우선 배우고 시작해야 돈을 얻으실 수 있다는 의미다. 


좋아하는 일을 꼭 창업의 아이템으로 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창업의 아이디어로 선정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일을 '창업'으로 선택한 분들의 문제는 좋아서 하면서 '행복과 만족'이 중심이 되지도 못하고 '돈'을 벌기 위해 악착같이 달려들지도 않으면서 이도 저도 아닌 중간 단계에 끼어있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이다. 경제적인 가치가 있지 않은 일을 좋아하는데 고수가 되지도 못할 거라면 섣불리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춥고 배고픈 상태가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좋아하던 일 마저 싫어지는 상태로 갈 수 있다. 재능이 없는 분야에 단지 '좋아서'하는 이유만으로 계속하는 사람들이 있다.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 성실하고 끈기 있게 해야만 성공한다는 믿음으로 물고 늘어진다. 


시작이 잘못된 분야에서 성실과 끈기가 성공에 이르게 해 줄 거라고 믿고 있다면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봤으면 좋겠다. 


'취미'만으로 사업을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나의 행복과 만족을 위해 하는 일이라면서 '돈'도 벌고 싶은 것인가?

그렇다면 내가 사업으로 삼을 일을 배울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그저 좋아한다고 사업 아이템으로 선택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대신, 

동일의 분야를 좋아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잘할 자신이 있고 (자신의 핵심 역량),

일인자가 되기 위해 무엇이든 배우겠다는 의향이 있다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엄청난 노력)

좋아하는 영역에서 해결할 문제점들을 발견했다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한다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으니까. (내 경험은 앞으로 나올 글에서 풀도록 하겠다.) 자신이 갖춘 핵심 역량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한 노력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원하는 만큼의 결과를 내지 못했더라도 말이다. 두 번째 시도에서 더 화려한 역량이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것만 할 수 없다. 그렇기에 만족감에만 초점을 둔 '좋아하는 일'을 사업 아이템으로 잡는다는 섣부른 선택을 하다간 큰코다친다. 좋아하던 것이 결국 쳐다도 보고 싶지 않을 만큼 애증을 넘어선 혐오 및 증오로 변질될 수도 있다.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삶의 즐거움 하나가 사라진 것과 같다. 너무나 안타깝지 않은가? 



"사업은 언제나 후불제다. 선노력 후보상이다.
하기 싫은 일을 해내야 하고 싶은 일을 결국 얻는다. "



경제적 자유를 원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중 한 명이다. (다만 시간과 공간의 자유를 얻기 위해 필요한 경제적 여유를 더 원했다.) 경제적인 자유를 얻기 위한다면 그 자유를 억압하는 모든 것을 이겨내야 경제적 자유를 얻는다는 얘기다. 이를테면 돈을 벌고 싶다면 '우선은 돈을 쓰지 않고 절약하고 돈을 모으는 것'을 해내야 돈이 쌓이기 시작하듯 말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해내야 결국에는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문제는 좋아하는 일만 하기 위해 선택한 일이 '좋아하지 않는 일'을 만났을 때 열정에 물을 수없이 반복해서 끼얹는 듯하고 얼마 참지 못하고 금방 포기하게 된다.

사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끈기와 멈추지 않고 계속하는 지속성'을 가지기에는 좋아하는 것 만으로는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내가 고객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하기 싫은 일을 하세요. 매출에 0 하나가 더 붙습니다.'


하기 싫은 일을 한다는 게 쉬울까? 절대로 쉽지 않다. 쉽지 않기에 성공하는 사업이 적은 이유다. 


창업 후 5년 안에 10곳 중 8곳이 문을 닫는 첫 번째 이유가 바로 '고객의 니즈가 없는 상품 및 서비스 판매'다. 이를 쉽게 설명하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했다는 말이다.  성공적인 사업의 첫 번째 조건은 바로 고객이 하고 싶은 것,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돈 되는 사업을 한다는 것은 철저하게 고객에 집중 둔 상품과 서비스여야 한다는 얘기다. 내가 좋아하고 내 고객이 좋아할 교집합이 없는 사업은 보나마다 그 결과가 뻔하다. 


좋아하는 일을 창업 아이템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다시 한번 자세히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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