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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mmaPD Nov 17. 2024

E아줌마 회장되다

부녀회장 아니고 작가모임 회장, 에헴

 “작가님 반가워요. 어디 소속이세요?”

 “네, 저 서울 서쪽 모임입니다.”

 “아니, 회사요. 어디 홈쇼핑이세요?”

 “아, 네. 저 홈&쇼핑 다녀요.”

 “제가 많이 사드릴게요. 우리 회장님 홈&쇼핑 많이 사드릴게요.”

      

 이런 응원을 받다니. 여기서 고객님을 유치하다니. 나의 ONE PERSON. 작가님 고맙습니다.

     

 슬기로운 초등생활 브런치 3기 과정을 마무리하는 워크숍이 있었다. 우연히 인스타를 보다가 글쓰기 과정이라길래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했는데, 2주 만에 브런치 작가 합격 소식이 쏟아져 나왔다. 이미 완성형 작가들이 많았다. 이분들과 동기라는 이름으로 함께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정말 영광굴비였다. 차분하고 따뜻한 글솜씨들에 감탄하며 조용히 배워가야지 결심하고 또 결심했다. 나는 나를 안다. 감투란 감투는 다 써왔던 지린 굴비. 침묵을 참지 못하는 “저요” 병이 있다. 톡으로 톡톡 튀고 싶어 안달난 슈팅스타 같은 엄지들을 꽁꽁 싸매며 열심히 자중했다. 진짜 이 모임에서만큼은 조용히 I아이처럼 따라가고 싶었다.


 지난 5주간 간신히 숙제만 했는데 ‘작가님’이라 불리게 되고, 책출간의 비법까지 전수받아 생각지도 않았던 팔자고침에 대해서 새로고침하게 되었다. 항상 ‘이 정도면 됐다’하고 만족하는 삶을 살아왔다. 남편을 내 운명이라 생각한다. 아이들이 매 순간 사랑스럽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도 즐겁고, 직업적 만족도도 크다. 내가 일하는 것보다 많은 보상을 받는다고 생각하기에 경제적 여유도 느낀다. 팔자를 고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지만, 팔자를 고치고 싶다는 편지를 우렁차게 낭독하고 있었다. 명연기였다.

       

 슬초브런치 프로젝트 기간 동안 140명 넘는 브런치 작가를 탄생시킨 이은경 작가님의 기획력에 정말 감탄했고, 존경심이 뽀얀 한우 사골곰국처럼 우러러 나왔다. 그녀의 책을 아직 한 권도 읽어보지 못한 일반인이었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전하려는 애정과 노력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고, 짧은 기간 찐 팬이 되었다. 동기들과 그런 선생님께 감사의 편지를 함께 쓰게 되었는데, 휘리릭 휘리릭 써 내려가시는 작가님들의 필력이 너무 훌륭하여 글을 보탤 자신이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렇다면?


 저요, 제가 읽을게요. 대문자 E 여기 있습니다            

 ‘야, 너 나서지 않는다며?’ 그 순간 마음속 침착 세포들이 야단을 쳤다.

 ‘아, 맞다’ 늦었다. 나의 메인 세포는 나댐이었다. 이건 정말 본능이었다.

      

 E 로써 회장이 되었다. 하하.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거나 진행하는 게 어렵지는 않다. 사실 즐기는 편이다. 낭독이 끝나고 나보고 ‘멋’ 있다고 해주는 진짜 ‘멋’ 진 작가님들 속에서 나답지 않게 엄청 부끄러우면서도 신기한 감정을 느꼈다. 그동안 내가 생산한 쓰레기들을 읽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은 동기들에게 나는 당분간 눈에 띄지 않는 휴지통이고 싶었는지 모른다. 내가 ‘멋’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차분히 글로 읽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끄는 사람들이다. 나도 글로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이고 싶었는데, 어쩌다 내가 까먹고 지냈던 나만의 ‘멋’으로 다시 왕관을 쓰다니.


 ‘나대지 마. 식욕아, 천천히 페이스를 맞춰보라고.‘     


 내가 나섬으로 인해 다른 누군가의 기회를 뺏는 건 아닌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 친구들과 다양한 음식을 시켜놓고 함께 먹을 때, 나의 사나운 젓가락질로 소식좌들이 천천히 요리를 즐기는 행복을 방해받지는 않았는지 순식간에 비어버린 접시를 보면서 미안해했던 적이 많다. 더 신중히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살피고, 내 몫만큼만 먹고 싶은데 잘할 수 있을까?

      

 '내 거나 잘해야지. 내 거 잘하고 도와야지. 내 거도 못하고 있으면서 오지랖은. 길잡이처럼 내 거를 훌륭히 해내신 진짜 리더들 보이지? 어서 퇴고나 해.'


 누가 내 글을 읽어줄까? 나는 누구를 품고 글을 써야 하는가? 내 글은 누구에게 닿을 수 있을까? 단 한 사람의 마음에라도 흐뭇함을 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아직도 답이 보이진 않지만, 많은 동기 작가님의 애정 어린 눈빛과 응원을 받았더니, 힘이 난다. 함께 임원이 된 총무 작가님이 그런 말을 했다. 혼자 가긴 어려운 길일 텐데, 감투라도 써서 함께 발 담그고 가볼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녀의 미소만큼이나 참으로 아름다운 생각이다.  


 글을 잘 쓴다기보다는 직업적 희소성으로 브런치 작가에 합격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도움이 되는 곳에서 내가 가진 것이 있다면 나누는 사람이고 싶고, 내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그 일을 해보고 싶다.

내가 추구하는 ‘멋’과 내가 가진 ‘멋’ 사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심해 본다.     

 

1. 내 글에 대한 약속을 지킬 것

2. 함께 성장할 것


계속 '쓰는' 사람.

마음 '쓰는' 사람.


나의 동기들과 함께 그렇게 익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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