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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E in my life Jan 14. 2021

[學者三多 1편] 나는 여학생이며 공대생입니다.

'지금은 공학소녀시대'를 읽고.




이 책은 ‘공학으로 진로를 디자인하는 소녀들을 위한 여성 공학인 선배들의 멘토링’이 주요 내용이다. 앞으로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인데 그 전에 여성 선배들의 조언을 들어보고자 읽으려던 참에, WISET에서 책을 무료로 받게 되어서 일단 이를 미리 공지한다. 초반 인트로에 ‘공학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국가의 부를 구축하고, 미래를 만들어 가는 학문’이라는 말은 정말 감동적이고도 마음에 드는 구절이다. 내가 공학을 임하기까지의 과정이, 결심이 모두 담겨있는 것 같아서 벅차오르기까지 했다. 




4대 공학에는 기계공학, 전기공학, 토목공학, 화학공학이 있는데 내 전공인 토목공학이 제일 오래된 전공이라는 것이 항상 자랑스럽다. 공학은 유명하지만 여자 학생들이, 여성이 아직 부족하다. 그것이 이 책이 쓰여진 이유 아닐까. 나도 느끼지만 공학은 여성을 필요로 하며, 공학은 여성에게 좋은 분야이고, 더 많은 여성이 공학 분야로 진출해야 한다. 거칠고 물리적인 학문이 아니며 아직도 많은 여자들이 이 분야에 필요하다. 그래서 나도 우리 학과에 여자 후배들이 들어오면 괜히 더 잘 해주게 된다. 아직도 취직에서, 여성들은 고용 차별을 겪기에 (지도교수님(男)께서 직접 말씀해주신 부분이다.) 함께 포기하지 않고, 이겨내고 싶기 때문이다.






사실은 토목공학을 전공하신 분의 내용만 제대로 리뷰하려고 했는데 이 구절이 너무 인상깊어서 먼저 언급하려고 한다.



“여자는 수학, 과학을 못한다.”
“여자는 결혼을 하면 남편의 직장을 따라 나의 의지를 꺾고 따라야 한다.”
“여자는 현장에서 거칠게 일하기 힘들다.”


이 세상에는 아직도 이런 편견들이 존재한다. 참 웃긴 말이다.


나는 수학 과목에서 1등을 한 적이 있고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모두 다.) , 결혼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 게다가, 교수가 되기를 꿈꾸고 있지만 일을 한다면 해외 현장 파견 업무를 꿈꾼다. 나만해도 이 세 가지 편견에 완벽하게 반대된다. 그러나 아직도 이 나라는, 아니 어쩌면 이 세계는 이러한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언제쯤 이 편견에서 완벽히 벗어날 수 있을지, 성별에 상관없이 평가받을 수 있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예전 일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는 글쎄. 2017년에 나는 고3이었지만 여자애가 무슨 물리2를 하냐고 혼이 났다. 근데 물리2 한 애들 중에 내가 제일 대학 잘 간게 유머다. 어렸을 때부터 나 또한 이런 편견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힘겹게 투쟁했다. 내가 사회에 나갈 날이면, 이런 편견들이 완전히 없어지기를 바란다. 그것을 위해 나도 노력할테니.



책을 읽다 울컥해서 잠시 내 생각을 적어보았다. 이제 나의 전공인 토목공학을 전공한 분이 작성하신 글에 대해 감상을 남겨보고자 한다.





책을 읽으며 인상적이었던 것은 ‘토목공학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는 자연 재해로부터 인류를 보호하고, 보다 쾌적하고 편리한 도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인간을 위한 도시 개발이 가장 큰 지향점인 토목공학과는 인류가 유지되는 한 계속적으로 필요한 분야일 수밖에 없겠죠?’ 라는 말이었다. 2년 전에 해외근무 하는 선배에게 미국으로 이직한 이유를 물었을 때, 우리나라의 건설업계는 흑자도 적자도 아니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그 말이 올해에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 앞으로도 똑같이 적용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짓는 것만이 토목이라 생각하지만 건물을 유지하고 관리하고, 이 외에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토목공학이기에 엄청나게 부흥하지는 않더라도 망할 일은 없다는 것에 동의한다.


토목공학은 확실히 여학생이 많지 않다. 뭐 화학공학과나 화학생명공학과를 제외한 학과가 다 그렇겠지만 말이다. 책에서도 언급되고, 나도 생각하건데 토목에는 여학생들이 정말로 필요하다. 아직은 일하고 있지 않지만, 내가 곧 속할 연구실에도 거의 20명이 되는 인원 중 여자가 나 혼자이다. 물론 거기에 불만이 있지는 않다. (내 연구실은 토목 중에서도 남초인 분야라 사실 예상했다. 이 분야를 개척(!)하겠다는 포부가 있기에 오히려 기대된다.) 하지만 여성 후배들이 들어온다면, 나는 무조건 서포트해주고 응원해줄 것이다.




전체적으로 책에 대해 총평하자면, 책의 난이도는 그리 어렵지 않다. 중~고등학생에서 wide하게 독자의 층을 넓히면 공과대학 학부생까지 정도.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왜 내가 공학을 전공하고자 하는지를 떠올리고, 공학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을 견고히 한다는 점에서 읽을 가치가 있다고 본다. 공학을 전공하는, 그리고 전공하고자 하는 여성 공학인들이 항상 자긍심을 가졌으면 한다. 우리 같이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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