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의 종말, 제러미 리프킨
앞으로의 자본주의 세상에 대해서 궁금증이 너무 많았다. 어떤 미래가 그려질 것이고 그런 미래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나는 어떤 포지션에 있어야 하는가? 그런 질문들은 끊임 없이 나를 괴롭히고 있었고 코로나로 인해서 더욱 심해졌다.
미래 사회에 대한 책들을 검색하던 중에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고, 덥석 결제를 눌러버렸다. 그리고 책이 집에 도착하고나서야 알게되었다. 이 책이 2000년도에 나온 책이라는 걸말이다.
당시에는 먼 미래였던 오늘이다. 소수의 사람들은 이미 수십년 전부터 미래를 준비해오고 있었다라는걸 깨닫고는 깊은 생각에 잠기기도했다.
현재는 책에서 소개한 많은 개념들이 보편화되고 사용되는 것들이다. 다만, 20년전의 책에서는 그런 개념들을 다소 추상적이면서도 어렵게 설명하지만 현 시대의 사람들이라면 단박에 무슨 내용인지 알아차릴 수 있다. 거꾸로 읽는 재밌는 경험이었다.
2030년까지의 사회 구조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고 계신분들이 읽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 그런 사회 구조의 본질적 의미를 깊게 이해하고 싶은 분들께 꼭 추천한다.
광고나 여러가지 매체를 통해서 ‘구독경제’, ‘플랫폼경제’라는 말들을 종종 들어봤을 것이다. 최근 들어서 이런 용어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이런 개념들은 닷컴 시절 혹은 그 전부터 기획되어 온 현상인 것 같다.
이 책의 저자 제러미 리프킨은 6년 동안의 리서치를 거친 끝에 2000년 이 책을 세상에 내 놓았다. 적어도 26년 전부터 소수의 사람들은 세상의 변화를 명확하게 꿰뚫고 있던 것이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자본주의 경제의 근간이었던 판매자와 구매자의 재산 교환의 형태가 점점 힘을 잃게 되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공급자와 사용자 관계로 변화해 간다는 이야기다. 소유에서 접속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기업들이 소유를 기반으로 하는 유형의 자산들을 덜어내고 무형의 자산과 가치를 추구하는 체계로 변화하게 된다. 이러한 체계에서는 변화의 주기가 매우 빠르므로 기존과 같이 자산과 설비 등등을 소유하며 비용을 절감하던 방식으로는 대응하기 힘들어 진다.
결국, 단기적으로 하청, 외주, 임대 등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방식을 취하게 된다. 제품의 주기가 빨라지기 때문에 거대한 자산을 소유할수록 손해가 커진다. 그래서 짧은 기간 동안만 그 자산을 소유한 기업들과 연결되어 프로젝트 성으로 업무를 처리하게 된다. 소유의 개념에서 ‘접속’의 개념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돈을 버는 기업은 자산을 소유해서 기업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아니라, 그런 상품과 제품의 ‘공급망’을 독점하는 기업이 된다. 자금과 공급망을 장악한 기업들은 자산을 소유하고 관리하는 작은 기업에게 대부분의 리스크를 떠넘기게 된다. 코로나 초기에 불거진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문제점은 이러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기업이 사용하는 부동산에도 큰 변화가 있다. 그동안의 사무공간은 개인이 특정 공간을 소유한다는 특징이 있었는데, 빠른 의사소통과 정보전달이 중요한 네트워크 시대에는 공간을 허물고 서로에게 다가가기 쉬운 구조를 원하게 된다. 이에 따라 수직적 조직문화에서 수평적 조직문화를 선호하게 되고 사무 공간은 점점 공유화 되는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또한 네트워크의 발달로 재택근무 등이 확산되면서 기업에서 필요한 사무공간 등이 축소되기 시작한다.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가 실제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기업들은 조만간 사무실을 줄이고 임대료 등에 대한 비용을 절감하기 시작할 것이다.
온라인 상거래가 활성화되고 주문에서 고객 인도까지의 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거대한 창고를 운영할 필요성이 적어지게 된다. 전산화에 따라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재고 비용까지 줄일 수 있게 되고 다품종 적량 생산이 실현되기 시작한다. 결국 상업용 부동산은 쇠퇴기를 맞이하게 된다.
물류에 관련된 책들을 읽다가 재미난 아이디어들을 발견했는데, 예측이 가능해지는 시기에 3D 프린터가 맞물리면 물류 운송비가 획기적으로 절감된다. 예를 들어 주문이 들어오거나 주문이 예측되면 물건을 항공이나 해상으로 운송하지 않고 바로 현지의 3D 프린터 공장을 통해 직접 만들어서 빠르게 또한 저렴하게 유통한다는 개념이다. 3D 프린터가 다품종 적량 생산 시대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온라인 상거래의 발달은 또 다른 변화를 가져오는데, 바로 실물 화폐의 사용이 적어지는 현상이다. 이러한 변화는 가상화폐로의 전환점을 시사하기도 한다. 여기서의 가상화폐는 삼성페이나 알리페이 같은 핀테크,테크핀 산업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실물화폐의 사용이 줄어들면서 문제점이 발생하는데, 사유재산의 근간이 되는 저축이 줄어드는 현상이다. 경제 주체들은 소비를 늘리기 위해 개인에게 신용대출을 권장하며 이에 따라 개인들은 저축을 하지 않고 버는 족족 소비하게 된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실물경기나 소득이 성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산시장이 성장하는 시기에 문제점이 나타나는데, 자산 시장이 치솟는 현상을 보고 경기가 좋다고 착각하게 된다. 하우스 푸어나 카푸어가 이런 시기에 양산된다.
새로운 네트워크 경제에서 사고 파는 것은 유형의 것이 아니라 무형의 것 (아이디어, 이미지)이다.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어떤 아이디어와 이미지에 접속할 수 있는 권리를 거래한다.
나이키가 가장 좋은 예인데, 나이키를 사면 ‘어떠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판매하고, 실제 모든 제품들은 무명의 기업이 아웃소싱을 통해 생산한다. 이때 나이키와 같은 기업은 핵심 업무 이외의 것들을 모두 아웃소싱 함으로써 엄청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비용 절감은 아웃소싱 기업의 노동력을 착취한 결과물이다. 또한 아웃소싱으로 직접 고용되는 노동자의 수가 줄어들게 되므로 노조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자영업의 영역에서도 ‘접속’의 개념이 나타나는데, 체인점에 대한 관점이다. 지금은 보편화 되어있지만 당시만해도 체인점 산업이 태동하는 시기였던 것 같다. 여기서 체인점 사업의 본질을 알 수 있다.
‘나이키’의 사례와 같이 무형의 개념과 자산은 본사가 소유하게 되고 점주들은 그 개념에 접속하여 사업체를 일정 기간 동안만 사용하게 되는 원리다. 결국, 점주들은 큰 리스크를 떠안은 채로 사업자와 점포 매니저의 중간 어디쯤의 기능을 하게 된다. 거대 자본주의 기업의 직원 노릇을 하게 되는 샘이다. 계약이 끝나면 점주들에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접속의 시대는 모든 인간의 경험이 상품화되는 시대이다. 모든 상업 네트워크가 인간의 생활과 연결되어 모든 순간을 상품화한다. 생산 중심의 세상에서 마케팅 중심으로 변하고 판매 중심에서 관계 구축 중심으로 변화한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다.
구독경제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데, 소유의 개념을 바탕으로 단발성으로 제품을 파는 것보다 사람들과 평생동안 관계를 맺고 끊임없이 재구매를 일으키는 방식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한 명의 고객과 연결되어 평생 얻을 수 있는 기대 수익에 대해서 점점 관심을 갖게 된다.
앞으로는 자영업의 세상에서도 구독 서비스를 구축하고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게 될 것이다. 어떻게 개인 사업자가 구독 서비스를 하게 될까? 궁금하면 당장 미용실을 가보면 된다. 50만원짜리 커트나 파마 회원권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때 50만원 회원권을 구매한 사람들에 한해서 네일 아트나 염색 50%할인 등을 추가 상품으로 권유하게 되는데 이런게 구독경제의 원리이다. 가두리에 가둬 두고 끊임없이 재구매와 새로운 상품을 소비하도록 유도한다. 식품, 의류, 미용 등등 모든 사업에서 구독 경제는 가능하다.
만약에 테슬라와 같은 자동차 기업이 모든 제품을 저렴하게 구독화 하고 운송수단 이상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자동차 산업에 있어서 전혀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 질 것이다. 전기차 기술과 자율주행 기술은 기존 자동차 기업들이 금방 따라잡을 것이다. 우주에 로켓을 쏘아 올리고 위성을 쏘아 올리는 기업이 그리는 세상은 과연 무엇일까? 자동차 산업은 누가 먼저 자동차를 플랫폼화 하는가?의 싸움인 것 같다. 제조업이 규모의 경제에서 탈피하는 과정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인간 관계 자체도 돈과 연결된다. 관심사나 공통사를 갖는 사람들과의 자연스러운 관계 형성이 아닌 살롱과 같은 여러가지 서비스들에 비용을 지불하고 접속해서 관계를 누리는 세상이 된다. 트레바리와 같이 유료 독서모임도 이러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자본주의 경제는 이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상품화해서 팔게 되는데, 그 중 문화 예술의 상품화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들 영역은 물건의 소유에서 벗어나 개개인의 체험과 경험을 판매하게 되는 시장이다. 이때 환경 문제, 여성 문제, 인권 문제, 빈부 문제, 이 모든 것이 마케팅에 동원되어 활용된다. 예를 들어 동물 실험에 반대하는 광고를 적극적으로 내보내는 기업의 제품을 사는 사람들이 자신은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체험을 구입하게 되는 원리이다.
또한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연극적 요소를 상품화하게 되는데, 개개인은 각 공간마다 다양한 인격을 표출하게 된다. 이러한 여러가지 인격을 표출할 수 있는 공간에 접속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세상이 되는 것이다.
오래 전만해도 이런 현상은 게임 상에서 자신을 캐릭터화 하는 것에서만 발견했다면, 요즘은 SNS나 방송에서 페르소나, 부캐와 같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모든 것들이 네트워크 속에서 연결되고 상품화되는 세상에서는 문지기의 영향력이 커지게 된다. 누구를 접속하게 허용해 줄 것이고 누구를 단절시킬 것인가.
결국, 접속되지 못한 사람들은 사회에서 격리되는 비참함을 겪게 될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접속한 사람들은 접속한 대로 기업의 가두리에 갇히게 된다는 사실이다.
네트워크에 바탕을 둔 사업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경제 활동의 공유라고 할 수 있다.p77
핵심적인 가치를 제외하면 많은 것들을 공유하고 이익을 나눠 갖게 된다. 삼성이나 애플도 아마존의 웹서비스를 사용한다. 소유의 개념에서는 그들도 전 부문에서 자체 클라우드를 소유하려고 했겠지만 접속의 세상에서는 낭비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한 명의 고객에게 이런저런 다양한 제품을 평생에 걸쳐서 최대한 많이 팔려고 노력한다.p146
구독 경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뒤늦게 알게 되었다. 구독 서비스가 대중화되고 범람하게 되면 수많은 구독 서비스를 묶어서 제공하는 패키지형 구독 서비스가 나오게 될까?(패키지의 패키지화) 누가 그걸 하게 될까?
가상 또는 현실의 네트워크와 대중 문화의 입구에 버티고 서서 출입을 통제하는 문지기가 실권을 휘두른다.p261
현재는 플랫폼 기업의 게이트키퍼와 제조-판매 기업(파이프라인 비즈니스)의 게이트키퍼의 입지가 달라졌다. 책에서 언급된 영향력은 플랫폼 기업의 게이트키퍼로 볼 수 있다.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정말로 소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알짜 재산은 방송 주파수, 광섬유 케이블, 통신 위성, 통신 채널을 구성하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술, 생명줄로 흘러다니는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p336
국가 인프라로 여겨졌던 것들이 점점 민간의 소유가 되어가고 있다. 기업들의 영향력이 너무 거대해져 간다.
기존에 다른 책들을 통해 알고있던 개념들의 본질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최근에 나온 책들은 현상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좀 더 깊은 이야기는 해주지 않았는데, 소유의 종말에서는 더 깊이있게 그 개념들의 중요성을 알려주었다.
특히나 체인점에 대한 시각이 새로웠고, 기업과 개인이 관계를 맺는다는 의미를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왜 많은 사람들의 주업무가 업체관리인지 이해가 잘 안되었는데, 이제는 그 궁금증이 사라졌다.
개념들은 거창하지만 이것 저것 내 실생활에 적용하다 보니 얻는게 참 많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