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쩌다 브런치에 빠졌나
기분 좋은 메일이었다. 브런치 작가가 된 걸 축하한다는 메일. 기자로 살면서 글을 평가받는 기분이 묘했다. 그래도 기자인데 한 번에 통과하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 반, 기자가 떨어지면 무슨 망신일까 하는 걱정 반이었다. 메일을 받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막상 브런치 작가가 되니, 첫 글을 뭘로 써야 할지 고민이 됐다. 고민을 안고 제주로 휴가를 떠났다. 여행 중에도 머릿속은 온통 브런치 생각뿐이었다. 멋있는 경치를 보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첫 글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고민 끝에 기자가 된 이야기부터 써보기로 했다. 기억과 추억을 되살리며 2시간 넘게 글을 썼다. 내 이야기를 쓰는 건데도 쉽지 않았다. 기사를 쓰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첫 글을 발행하고, 10번 넘게 수정한 것 같다. 읽을 때마다 고칠 부분이 보였다. 마음에 들 때까지 고쳤다. 자영업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다가 내 식당을 차린 느낌이랄까.
라이킷이 달릴 때마다 휴대폰으로 알람이 왔다. 조회수도 늘어갔다. 여행을 하면서 자꾸만 통계를 확인하게 됐다. 번아웃을 탈출해보자며 시작한 건데,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이 커져갔다. 하지만 구독자는 생기지 않았다.
그렇게 이틀이 지났다. 두 번째 글을 써보기로 했다. 이번엔 데스크 체험기로 정했다. 데스크를 내려놓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생생한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여행 중에 짬짬이 글을 썼다. 글을 발행하자마자 라이킷이 여럿 달렸다. 하지만 여전히 구독자는 0명이었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며칠 후, 첫 구독자가 생겼다. 첫 글을 올린 지 7일째 되던 날이었다. 자신감을 조금 회복했다. 심사를 위해 썼던 글을 다듬어 세 번째 글을 발행했다. 고시원에 살았던 이야기였는데, 이미 쓴 글을 다듬는 거라 수월했다. 다만 아픈 추억을 공개한다는 게 약간 부담이 됐다. 글을 발행한 후, 휴대폰이 쉴 새 없이 울려댔다. 조회수가 가파르게 올라갔고, 구독자도 하나 둘 늘어갔다. 좋았다. 나의 이야기를 읽어주고, 공감해주고, 구독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어느 날 조회수가 급증해서 웬일인가 싶었는데, 내 글이 브런치가 추천하는 글이 됐다는 걸 지인을 통해 알게 됐다. 몇 날 며칠 고민하다가 겨우 쓴 글이었다. 야심차게 쓴 글이 아니었는데도 주목을 받으니 신기했다. 내가 쓰고 싶은 글과 사람들이 읽고 싶은 글 사이의 간극을 조금씩 알아갔다.
브런치 작가가 된 지 오늘로 꼭 한 달이 됐다. 그리고 지금 10번째 글을 쓰고 있다. 처음엔 일간 이슬아 프로젝트를 거울 삼아 매일 글을 써 볼 생각이었지만,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5일 동안 글을 발행하지 못했을 땐 뭐라도 빨리 써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초조했다. 기사 아이템에다 브런치 글감까지 고민하려니 버거웠다. 새벽까지 글을 쓰고 출근하길 여러 날. 그렇게 한 달간 즐거운 고생을 했다.
브런치를 시작한 후 생긴 습관이 있다. 수시로 브런치 나우에 들어가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는 것이다. 출퇴근길에,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글이 안 써질 때, 잠자기 전에,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글을 읽고 있다. 이쯤 되면 브런치에 단단히 빠진 것 같다.
글쓰기는 부지런한 사랑이라고 했던가. 브런치 작가가 된 후, 내 삶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게 됐다. 바닥을 쳤던 자존감도 조금씩 회복되고, 어지러웠던 생각도 정리되는 느낌이다. 그래서 즐거운 고생을 이어갈 생각이다. 나의 브런치를 구독해준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