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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자 Jan 24. 2022

비립종과 편평사마귀가 뭔가요?

TV 뉴스 앵커의 피부 관리


"피부과에 가보셔야겠어요"

첫 방송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어느 날, 분장사가 말했다. 분장사는 눈 밑에 오돌토돌 좁쌀처럼 올라온 것들이 비립종인지 편평사마귀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처음 들어보는 단어라 "그게 뭔가요?" 되물었다. 분장사는 "비립종이면 다행이지만, 편평사마귀면 전염성이 있어서 브러쉬를 따로 써야 한다"고 했다. 걱정이 밀려왔다. 포털과 유튜브를 찾아보니, 분장사가 말한대로 편평사마귀 전염에 관한 콘텐츠가 많았다.


급하게  근처 피부과를 찾았다. 다음주부터 방송을 해야 한다고 말한 ,  밑에  것들이 비립종인지 편평사마귀인지 물었다. 의사는  밑을 보고 머리카락을 뒤적이며 두피까지 확인했다. 편평사마귀는 아니라고 했다. 편평사마귀는 보통 두피를 중심으로 번지는데,  두피엔 편평사마귀가 없다고 했다.


의사는 비립종과 한관종이라고 했다. 그림을 보여주며 설명하는데 알아듣기 어려웠다. 둘다 전염성은 없다고 했다. 제거할 때 좀 아프고 재발이 잘 된다는 말과 함께.


나는 비립종과 한관종을 바로 제거해달라고 다. 의사는 "상처가 아물려면 10일에서 2주가 걸린다" 말렸다.  방송 일정에 맞추긴 어려우니 일단 컨실러로 커버하고, 휴가를 길게 냈을  제거하러 오라고 했다.


하는 수 없이 진료실을 나서는데, 의사가 물었다. "그런데 연예인이세요?" 순간 웃음이 터젔다. 기자라고 하니, 어느 방송 기자냐고 다시 묻는다. 의사가 차트에 '평화방송 기자'라고 적었다.


이후 뉴스를 진행하면서 피부과를 몇 번 더 찾았다. 피곤해서 얼굴에 뾰루지가 자주 났기 때문이다. 손으로 짜면 흉이 질 것 같아, 피부과에 가서 제거했다. 덕분에 말끔한 피부로 뉴스를 진행할 수 있었다.



"클렌징 뭘로 하세요?"

앵커가 된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분장사가 물었다. 나는 오래 전부터 클렌징크림을 써오고 있었다. 클렌징크림을 손바닥에 덜어 얼굴에 롤링해준 뒤 1차 세안을 하고, 폼클렌징으로 2차 세안을 하는데, 다 마치고 나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분장사는 클렌징오일로 바꿔볼 것을 제안했다. 오일이 화장을 말끔하게 녹여주고 보습에도 좋다면서. 바로 그날 올리브영에 가서 클렌징오일을 구입했다. 사실 미끄덩한 느낌이 싫어서 클렌징오일을 잘 안 써왔는데, 쓰다보니 이젠 익숙해졌다.


얼굴에 관심이 집중되는 TV 뉴스 앵커. 화장을 잘 하는 것 못지 않게, 지우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아무리 피곤해도 클렌징은 반드시 꼼꼼하게 한다.


피부가 건조한 날엔 마스크팩도 한다. 나는 알로에팩과 레몬팩을 좋아하는 편이다. 팩을 하고 자면 피부가 촉촉해져서 다음날 화장이 더 잘 먹는 느낌이다.     



"김혜영 씨는 트랜스포머 같아요"

회사 경비 아저씨가 하신 말씀이다. 출근할 땐 맨 얼굴인데, 분장을 하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신한다는 뜻이다. 듣고 보니 맞는 말씀인 것 같아 웃음이 나왔다.


매일 아침 분장과 머리 손질에만 40~50분이 걸린다. 어떤 날은 너무 피곤해서 분장을 받으며 꾸벅꾸벅 졸기도 한다. 아이라인을 그리고 속눈썹을 붙일 땐 움직이면 안 되는데, 졸다가 헤드뱅잉을 해서 분장사님께 죄송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정성스럽게 화장해주시고, 깔끔하게 머리를 손질해주시는 분장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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