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보는 사람이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이유
기적적으로 원했던 임신을 하고 출산하기까지 10개월의 시간.
그새 나는 +15kg를 증량하며 내 인생 역대급 몸무게를 달성했다.
막달까지 열심히 일을 했던 나였기에
임신 스트레스와 일스트레스로 '야식'을 즐겨 먹었더랬다.
특히 그때의 나는 그럴 수밖에 없는 확실한 이유가 있었다.
"여보, 내가 먹는 게 아니고, 아기가 먹는 거야!"
막상 출산을 하고 나면 예전으로 금방 돌아올 줄 알았던
내 예상은 처참히 무너졌다.
아니 달랑 아기 몸무게 정도만 빠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
그냥 내가 먹은 거였고, 내가 살찐 거였다.
살이 찌기 시작하자, 내 몸은 나에게 소리를 내어 울었다.
50일 된 아기는 잠을 자지 않는다. 아니다, 내가 못 자는 것이다.
아기는 2시간마다 깨서 밥 달라고 보채기 때문이다.
살찐 몸과 절대적으로 수면양이 부족해진 상태.
새벽 2시인가 아기에게 맘마를 주고 누웠을 때
몸이 나를 향해 운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기요. 지금 당신 몸이 얼마나 망가진 줄 아세요? 엄청 피로는 누적돼있고,
뱃살은 쳐졌고, 지방이 지금도 축적되고 있다고요. 아이고 배에 근육도 하나도 없네!"
갑자기 눈물이 났다.
아니 출산 한 번했다고 이렇게 몸이 '나락'을 가나 싶었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를 얻은 동시에
소중한 내 몸에 대해서 까맣게 잊고 산 것이다.
그날 밤, 잠이 들면서 다짐했다. 꼭 이전의 몸으로 돌아가 더 건강한 삶을 살리라.
누구 때문도 아니고 오직 '나'를 위해서 말이다.
그 이후부터 다이어트 식단을 시작하며 오트밀 밥과, 닭가슴살과 친해지게 되었다.
삐그덕 대는 로봇 같은 몸을 이끌고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살 빼는 데는 유산소가 효과적이라고 해서 '헬스장'을 등록했다.
밤 12시에 헬스장을 가본 적이 있는가?
나는 30여 년 만에 처음 가봤다.
아이를 돌보고 유일하게 남는 그 시간에
크게 음악을 틀고, 땀을 내며 뜀박질을 했다.
땀이 한 방울씩 떨어지는 데 그 순간 희열이 느껴졌다.
나는 내 몸을 가꾸는 중이구나.
나는 지금 나를 헤아리는 중이구나.
많은 시간을 아이를 돌보고, 친정, 시댁식구들을 돌보고
친구들과 소통하는데 할애하면서도
정작 나 자신을 위한 '돌봄'에는 인색한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러나 꾸준히 나를 돌봤더니 어느새 산후 100일이 지나자 10kg를 감량하게 되었고, 더 건강한 몸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내 인생 첫 근육을 만져봤다.
나는 '다 자식들 때문에 사는 거야, 희생하는 것이 당연하다'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살다 보면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반드시 오기 마련이지만 그것을 '희생'이라는 말로
나를 갉아먹고 싶지 않다.
나를 돌보면서 헤아리는 사람은 누군가에게 희생하더라도
자신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호감 가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면
먼저 '나'를 돌보는 것을 시작해 보자.
건강한 몸과 정신에는 압도적인 카리스마가 존재한다.
그것은 작은 근육에 배어있는 건강한 습관이나, 정신력, 의지 같은 것들이다.
나를 아끼는 것은 곧 나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일임이 확실하다.
10kg을 빼보니 나에겐 사소한 변화가 생겼다.
그렇게 가기 싫던 운동이 스트레스 해소에 딱인 취미가 되었다.
맛없는 닭가슴살이 조금 덜 맛없어졌다.
아이를 맘껏 안아줄 수 있는 근육이 생겼다.
예쁜 옷을 입게 되어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더 당당한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