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사람'으로 남는 것
어렸을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른이 되면 인생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인생을 혼자 살아갈 정도로 컸다 싶었을 때
주변의 어른들은 나를 '어른'이 되었다고 칭했다.
'어른이 되는 게 도대체 무엇일까?'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결국 현실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인지,
인생은 고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것인지, 삶의 목적이 분명해진다거나
행복한 인생이라는 목표를 이룬 사람인지 아직도 난 잘 모르겠다.
남들이 말하는 인생의 관문.
대학, 취업, 결혼, 임신, 출산 그리고 부모가 되어보니
결국 남는 의문은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였다.
그리고 어른이라고 불릴만한 인덕과 행복한 삶이 있느냐였다.
학창 시절 때 고민도 내가 좋아하는 것은 뭐지였는데,
인생퀘스트의 중반까지 깬 지금도 역시 질문은 하나다.
아직도 '나'를 잘 모르겠다.
"나답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요즘 부쩍 힘이 드는데 이유가 뭘까?"
"내가 좋아하는 것은 뭘까?"
김미경의 마흔 수업에서 김미경 님은 지금까지 내 인생의 중요한 문제를
모두 '리얼 미'와 상의해서 결정했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내 안의 나와 이야기하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다.
결국 나를 아는 것, 나답게 사는 것이 좋은 어른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30대가 넘어서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둘씩 도전하고 있다.
심지어 100일 된 아기가 있는데도 말이다.
20대 때에는 남들이 좋다는 직업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결국 성공하고 나니 뿌듯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나고 보니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지 나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하게 되더라.
법정스님은 '과속문화에서 벗어나기'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어느 날 내가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그 사람이 나를 만난 다음에는 사는 일이
더 즐겁고 행복해져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을 만난 내 삶도 그만큼
성숙해지고 풍요로워질 것이다."
좋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사람보다 더 '우월'한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나 자신을 잘 알고, 더 좋은 내가 되어서 그 사람에게 '의미 있는 인생'이 되어줄 수 있는 것.
누군가에게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그 어떤 것으로
행복을 주는 것처럼 의미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꿈을 주고, 사랑을 베풀고, 행복을 주는 것.
그것이 아이가 아닌 '어른'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 나답게 살아가는 것인지 아는 사람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완벽히 고민을 해결하지 못해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일을 흐르는 강물처럼 유연하게, 지혜롭게 풀어가니까 말이다.
진정한 어른은 나 자신을 아는 데에서 시작하고,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인생이 되는 것에서 끝난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야 말로 '나의 존재'의 이유이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