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일 수요일
새 작업실로 이사를 했다. 이틀을 보내며 느낀 것들을 적어본다.
이곳에 들어오면서 다짐한 것들은 모두 주변 환경과 연관되어 있다. 기존 작업실은 다소 외진 골목에 위치해 있어 편의 시설과 거리가 멀었다. 실제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더라도 집 밖에 나오려면 극복이 필요한 심리적 거리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작업실은 번화가 한복판에 있다고 표현해도 무방하다. 주변에 수많은 식당이 있고, 영화관이 달린 백화점 두 곳이 양 옆에 있으며 마트와 공원, 서점과 학원가, 심지어 안양천 산책로까지 아주 가깝다. 밥을 먹고 그림을 그리고 영화를 보고 운동을 하는 나의 단조로운 생활 패턴을 꾸준히 굴려 나가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게다가 이곳은 지역에서 가장 큰 건물 중 하나로 많은 사무실이 입주해 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오가는 사람들을 스치며 지하철을,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며 느낄 수 있는 생동감과 활기, 피로와 권태감을 짧고 굵게 느낄 수 있다. 혼자 일 하는 사람이라도 그래서 출퇴근하는 시간이 아주 짧더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도 새 작업실의 입지 조건은 큰 도움이 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환경의 영향을 참 많이 받는다. 특히 큰 창이 있어 밖이 잘 보인다는 점이 여러 가지 영향을 준다. 이전 작업실은 밖이 거의 보이지 않는 구조다 보니 낮 시간에도 잠이 잘 오고 괜히 눕게 되기 마련이었는데, 여기는 적어도 해가 떠있는 동안은 빛이 잘 들고 밖이 잘 보이니 일에 집중하게 된다.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도 밖을 한번 내다보고 다시 일을 하게 되니 좋다.
전 작업실보다 면적도 크게 넓어졌다. 집을 보러 왔을 때는 크게 실감하지 못했는데, 가구가 전부 들어오고 나서도 공간이 많이 남으니 아주 체감된다. 원래 있던 공간의 3-4배는 쓸 수 있는 느낌이다. 이곳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과 더 자주 함께하려고 한다. 기존에 있던 곳에 왔던 손님은 스쳐 지나가듯 들른 사람들까지 모두 합쳐 29명이었는데, 이번에는 100명이 다녀갔으면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더 많은 것을 만들고, 느끼고, 공유해 나갔으면 한다.
사람이 인생을 바꾸는 방법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데, 그중 하나는 사는 곳을 바꾸는 것이라고 했다. 나머지 방법들도 시간 활용법을 바꾸는 것, 만나는 사람들을 달리 하는 것 등으로 모두 주변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이 공간은 그 모든 것을 하기에 아주 좋은 공간이다. 이사하고 이틀차, 공원도 가고 마트도 다녀오고 식당가도 이용하고 안양천에 운동도 가며 새 공간의 장점을 온전히 누려보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을 해나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