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gelsuho Jul 05. 2024

반드시 살아남을 것.

2024년 4월 10일 수요일




반드시 살아남을 것.


"아빠, 저 월세 삼 개월만 내주실 수 있어요?"

"그리고 엄마, 용돈은 올해까지만 받아도 돼요?"


새 작업실에 들어오면서 정말 많은 돈이 들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들어갈 예정. 이전 작업실보다 환경이 두세 배로 좋아진 대신 내야 할 돈도 두세 배가 됐다. 월세가 두 배 가까이, 관리비까지 합치면 그 이상이다.


나는 또 부모님께 손을 벌렸다. 그동안 계속 이런 식이었다. 대학생이 되고도 용돈을 타서 썼다. 물론 요즘 시대에 용돈 없이 학교를 다니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나이를 먹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눈치가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 누구도 눈치를 주지 않는데 나는 눈치가 보인다.


군대에서 모은 돈으로 한참을 버텼다. 군대에 있는 동안에도 엄마는 내 계좌에 용돈을 꼬박꼬박 넣어 주셨고, 군대 내에서 혹은 휴가를 나와서 하는 소비는 그 돈 안에서 했더니 18개월치 월급 이상의 돈이 모였다. 군대 월급은 계속 올라 지금과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당시 기준으로 해도 일 년 반 치 월급은 적지 않은 돈이었다. 그 돈으로 나는 전역 이후 2년을 지냈다. 반년동안은 휴학 생활을 즐기고, 그다음 일 년 반은 학교를 다니면서.


이제는 졸업을 했다. 더 이상 내 직업은 학생이 아니고, 언제까지고 부모님의 용돈을 받아 생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여기에 내 형편에는 너무도 호화로운 새 작업실까지 얻었으니 하루빨리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 하지만 아직은 돈을 벌 수 있는 파이프라인이 내게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도움을 청했다.


아빠께는 삼 개월 치 월세를, 엄마께는 올해까지의 용돈을 부탁했다. 월세를 안 내도 되는 기간을 확보해 그 삼 개월 동안 어떻게든 돈이 들어올 구멍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그런데 월세가 적지 않은 금액이라 생활비까지 벌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래서 적어도 올해까지는 용돈을 받아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생활비도 생활비지만, 책을 인쇄하거나 전시나 페어에 나가서 큰돈을 쓰게 되는 상황에도 대비해야 했다. 그 모든 일을 하기에 지금 내가 가진 잔고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집안에 손을 벌리고 있는 상황이다. 떠올릴수록 조급한 마음이 들어 빨리 뭐라도 해내고 싶지만, 그게 말처럼 쉬웠다면 이미 월세쯤은 쉽게 벌고 있을 일. 내가 정말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한다. 너무도 이기적이지만 내가 가진 환경을 조금은 활용해 보기로 했다. 삼 개월의 월세 유예 기간, 그리고 올해 말까지의 생활비 지원. 그 안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펼치고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꾸준히 돈을 벌 수 있는 환경, 즉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스스로 나름의 기간을 설정했으니 그 안에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내 그림으로 내가 살아갈 수 있도록. 반드시 살아남을 것. 나는 내년 이맘때에도 살아남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