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나의 첫 작업실에서 마지막 일주일.
나의 첫 작업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공간에 처음 들어온 것은 2022년 4월이다. 2년 계약을 하고 들어왔기 때문에 올해 4월 8일에 계약이 끝난다. 3월 초부터 새 작업실을 구했고, 중순에 순조롭게 계약을 해서 4월 1일에 이사하기로 했다. 그렇게 올해 3월의 마지막 일주일이 곧 이 작업실에서 보내는 마지막 일주일이 되었다.
월요일에는 작업실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사진 촬영을 했다. 지금 모습 그대로 기억하기 위해 카메라로 구석구석 찍었고, 이 사진들을 이용해 작은 책을 만들 생각이다. 옛 작업실이 그리워질 때마다 찾아볼 수 있는 자료를 만든 것이다. 작게나마 무언가를 남기고 싶었다.
월요일 저녁에 수업을 끝내고 본격적인 짐 싸기를 시작했다. 수납장에 숨겨져 있던 물건들을 모두 꺼내면서, 내가 정말 많은 것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이 작은 작업실에 이렇게 많은 물건들이 있었구나. 그러면서 내가 알던 작업실의 모습이 점점 붕괴되어 갔고, 펼쳐져 있던 것들은 다시 오므라들어 상자에 담겼다.
공간으로부터 많은 영감과 위로, 에너지를 받는 지라 이곳을 떠나는 것이 사람과 이별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밀려오는 우울감에 몸이 움직이지 않는 느낌도 든다. 담담히 나아가고자 마음먹었는데 여전히 무언가를 떠나보내는 일은 힘들다. 이곳에서 보낸 날들이 벌써 그리워지는 것만 같다.
이곳에 들어오면서부터, 이 공간을 나의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기로 했다. 무언가를 펼치고 보여주기보다는 일단 한번 만들어보는 공간으로. 모두에게 열린 공간보다는 나만의 닫힌 방으로, 화려한 전시장보다는 비루한 실험실로, 비상의 날개보다는 도약의 발판으로 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2년이 흘렀고 나는 세상에 나갈 준비를 마쳤다.
여기서 보내는 마지막 주에 내가 할 수 있는 일 역시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하나라도 더 해두는 것이었다. 이제는 날아올라야 하니, 앞으로 갈 수 있는 몇 개의 길을 더 열어 두는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주말에는 산그림과 브런치에 작가로 지원할 준비를 했다. 산그림 작가로 활동하면서 외주 작업이 들어올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 두려고 하며, 브런치에도 글을 자유롭게 발행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그림과 글을 꾸준히 올릴 수 있는 플랫폼을 각각 하나씩 마련해 두는 셈이다.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둘 다 열심히 준비해 뒀으니 좋은 소식을 기대한다. 설사 실패할지라도 다시 하면 된다. 새 공간에서 새 힘으로. 이젠 도약을 마쳤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