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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희 Sep 08. 2020

당당한 자폐 3

자폐 엄마의 미국 유학 일기

미국 정착과 학교 입학

         부자가 되는 강의를 들으면 부자는 부자의 습관이 있고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의 습관이 있다고들 한다. 나는 전형적인 가난한 사람의 습관이 유전자로부터 몸에 배여, 도저히 여기서 탈출할 수가 없는데, 한국의 생활을 정리하는 과정도 그러했다. 학원은 원래 동업이었기 때문에 내가 담당했던 부분을 또 다른 선생님이 담당하게 되었고, 집은 정리했고 (오를 줄은 알았지만 지금처럼 오를 줄은 몰랐다), 그리고 우리는 3주 동안 유럽여행을 갔다. 



        자폐인 나의 아이와 노인인 엄마를 데리고 자동차를 빌려서 하는 여행은 내게는 정말 힘들었지만, 8년 동안 한결같이 내 아이를 키워준 엄마가 너무나 좋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여행이었다. 보통 글을 보면 이쯤 되면 그래도 다 값진 경험이었다고들 많이 하지만, 나는 이 모든 과정을 미국에 온 2년간은 거의 매일 같이 후회했고, 좋은 결정이었는지는 아직도 고민 중이다. 확실한 것은 이 경제적인 손실은 평생 메꾸기가 어려울 것 같고 역시 나는 가난한 자의 유전자를 가지고 가난한 자의 스타일로 살고 있다는 것이다. 



         2016년 9월 초 산타바바라에 도착한 이후 약 1년간의 정착 과정의 어려움은 책 한 권을 써도 부족하고, 정말 매일매일이 눈물이 앞을 가리는 노동의 과정이었기에, 굳이 떠올리고 싶지도 기록하고 싶지도 않다. 그냥 막연히 미국 생활을 생각하시는 분들에게는, 아무리 돈이 있어도, 미국에서의 생활은 한국보다는 훨씬 많은 육체노동을 요구한다는 점만 이야기하고 싶다. 이 글에서는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내 아이의 평가, 입학 과정과 첫 IEP 미팅의 과정을 두 편에 걸쳐 조금 상세하게 기록해보려고 한다.  




         미국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주(state)마다 관할 교육구(district) 마다 정책, 시험, 제도들이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의 경험이 미국 모두의 경험으로 혹은 캘리포니아 주 전체의 경험으로 일반화될 수 없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내 아이의 초등학교 district는 Goleta Unified School District에 속해있었고, 중학교는 Santa Barbara Unified School District에 속해 있다. 나는 이사를 한 적이 없지만 두 학교의 소속이 그냥 다르다. 앞에서 밝혔듯이, 우리는 유럽을 놀러 다니느라 2016년 9월 초에 미국에 도착했는데, 보통 이 지역의 초등학교는 8월 중순 이후에 학년이 시작되기 때문에 우리는 새 학년이 이미 시작된 후에 입학 과정을 밟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아이가 모든 평가 과정을 거치고 학교에 등교한 것은 2016년 Thanksgiving Break가 지난 12월 초이고, 12월에 3주 학교 등교하고 (이때는 나의 요청으로 점심식사 전까지만 다녔다) 다시 겨울 방학 3주를 보낸 후 2017년 1월부터 정식으로 8시에서 2시 50분까지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2016년 3월에 한국에서 밀알초등학교에 입학했던 나의 아이는 7월 방학 때까지 약 4개월-5개월가량 1학년으로 한국 학교를 다녔고 미국에 와서는 나이에 따라 3학년이 되어 12월부터 학교에 다닌 셈이다.



         미국의 법률상, 평가를 요청하면 official day 60일 안에는 무조건 평가를 마쳐야 한다. 60일에 주말과 공휴일은 제외된 것이므로, 말은 60일이지만 거의 3달이 걸린다고 생각해야 한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미국은 이런 일을 빨리 서둘러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 오랜 기간 동안 내 아이가 평가를 한다는 명목으로 학교 밖에 방치되었던 이유는, 내 아이는 영주권자나 시민권자가 아니고, 내 아이가 원래 배정된 Isla Vista초등학교는 중증 자폐 프로그램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아무도 정확히 이유를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추측만 할 뿐이다). 내 아이가 최종적으로 배정된 학교는 Kellogg 초등학교였는데 (Kellogg가 평점은 훨씬 높은 학교이다), 내가 아는 다른 한국에서 온 아이는 미국에서 태어났고, 원래 Kellogg에 배정되는 지역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학교가 시작한 다음 날부터 등교를 하며 평가를 받았다. 



        평가는 여러 가지가 포함되는데 IQ 테스트를 포함한 발달 평가뿐 아니라 사회성에 대한 관찰이나 행동 관찰도 포함되기 때문에 평가만을 위해서 학교에 방문한 그 순간만 보고 평가하는 것보다는 학교에서 생활하는 총체적인 모습을 보면서 평가하는 것이 훨씬 더 정확하고 다양한 아이의 모습을 담을 수 있다고 봐야 한다.


 

         9월 둘째 주 정도에 공식적으로 district office에 평가 신청을 했던 내 아이는 1주나 2주에 한 가지 정도씩 평가를 했다. 영어를 하나도 몰랐기 때문에 언어 사용이 최소화되고 주로 시각자료를 이용하는 형식으로 평가를 진행했고, 그나마도 내 아이는 오래 집중해서 할 만한 아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되도록 간소화해서 평가가 진행되었다. 도대체 학교를 언제쯤 가는 것인가를 궁금해하기도 지쳐가던 10월 말쯤, 내 대학원에서 지도 교수님과 교수님 학생들과의 미팅이 있었고, 내가 아직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말하자, 지도 교수님은 이렇게 오래 아이를 방치할 수는 없다면서 직접 district office에 전화를 해 주셨다. 



        아마 이것이 내 첫 번째 지도 교수님이 나에게 먼가 좋은 일을 해 준 유일한 사건이 아니었다 싶다. 이것으로 인해, district office는 평가 과정을 서두르기 시작했고, 마침내 11월 Thanksgiving Break 2주 전에 마침내 IEP미팅에 참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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