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대로 책읽기] 포기하지 않는 학문
정치적인 성향과 관계없이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되도록 읽고 싶은 마음이 든다. 서점에서 발견한 책을 손에 쥐고, 장거리 비행기 안에서 다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두가지 정도다.
첫째, 학문의 확장성에 도전을 받았다. 인문학자인 저자는 생물학, 물리학, 뇌과학 등의 과학에 접근해서, 자신이 그동안 알고 있었던, 혹은 알지 못했던 영역의 공부를 통해 인문학자가 바라보는 과학을 나름대로 잘 정리했다. 학문의 편향 보다는 "통섭"에 목표를 두고 끊임없이 연구하는 저자의 노력은, 타학문에 대한 거부감과 일찌감치 포기하고 마는 나약함을 책망한다. 학문은 하면 할 수록 세부적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그러다보면 외골수가 되기 싶상이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부분은, 타학문에 대해서는 열린 마음과 자세를 취하는 저자가, 신학 분야에 대해서는 꽤나 닫힌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과학 영역에서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부분 까지만 이해하고, 그 이후의 영역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해도 받아들이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러면, 신학도 그러한 자세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무신론자라서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으로 단정하지 말고, 왜 학문으로서의 신학이 왜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고 발전해 왔는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 보면 어땠을까 싶다.
저자는 과학에 대해 쉽게 설명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자신의 글을 과학자들이 읽지 않았으면 한다. 그런데, 그런 글도 내게는 쉽지 않았다. 과학에 대한 배경 지식이 전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재미 있게 읽었다. 유시민의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