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빈은채아빠 Jul 26. 2024

한냐 야니기하라 <리틀 라이프 1>

[내 마음대로 책읽기] 어떻게 이런 인생이

우연히 접하게 된 간략한 소개의 글을 지나치지 못하고 읽기 시작한 책이다. 한 사람의 처절한 인생 이야기가 독자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는 식의 소개글, 그리고 수많은 미국인들이 이 책에 찬사를 보냈다는 글에 '그런가?'라는 기대감을 가졌다. 번역본은 2권으로 나뉘어 있다.


주인공 주드는 대학생 시절 4인방 가운데 하나였다. 무언가 감추어진 과거가 있지만 친구들에게는 절대 말할 수 없는 그런 과거를 가진 남자였다. 유명한 변호사였고, 친구들도 배우, 화가, 건축가 등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의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되었다. 잘 걷지 못하는 주드, 온 몸에 상처가 있고 쉴세 없이 손목을 긋는 그의 과거가 책의 초반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궁금증을 유발할 뿐. 그러다 중반이 넘어가면서 책은 주드와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로 확장되고, 주드의 과거 이야기가 플래시 백처럼 중간중간 삽입된다. 대학 교수가 주드를 입양하고, 동성 연인과 연애를 시작하지면 끊없이 폭행을 당하고, 수없이 많은 자살 시도를 하고, 그럼에도 주드의 삶 주변에는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 곁에 있었다.


10살이었던 주드는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으로 루크 수사와 수도원을 탈출하지만, 결국 주드는 아동 동성 성매춘으로 몇년을 보내고, 이 일이 발각되어 보육원에 들어가게 된다. 어렸을 적 부터 지속된 동성 성관계는 청소년 시절에도,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된다. 여기까지가 1권의 이야기이다.


읽기 불편한 책이다. 수많은 독자가 주드의 인생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눈물을 훔쳤다고 한다. 그의 인생이 안타깝고 불쌍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울한 삶이 변하지 않은 채 지속된다. 혹시나 2권을 보면 주드의 인생에 작은 소망이 보이지는 않을까 기대를 했지만, 오히려 더 깊은 삶의 수렁에 던져지게 된다. 소설의 이야기가 작가의 상상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어느 정도 현실에서 있음직한 사실을 각색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소설속 이야기가 유니콘이 아니라서 마음이 아프다.


주드 주변의 인물들이 주드에게 보여주는 관심과 사랑이 주드의 인생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아서 아쉽다. 주드가 어떤 과거를 가졌든, 어떤 행동을 했든, 그들은 주드의 친구가 되어 주었다. 의사 앤디도, 양아버지 해럴드도, 그의 많은 대학 친구들도.


2권은 더 우울한 이야기가 있을텐데, 그럼에도 책을 놓지 못하는 것은, 주드의 과거와 감정의 묘사가 사실적이고, 적나라하고, 마음 아프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많은 독자들이 인정했듯이,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다. 한야 야니기하라의 <리틀 라이프 1>을 읽고.


작가의 이전글 진 에드워즈 <디도의 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