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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간수집가 Sep 19. 2023

소우 후지모토의 집합주택, '도쿄 아파트먼트' 탐방기

감도 높은 디자이너 가구 편집숍, '카사데' 쇼룸 투어


일본의 젊은 건축가(그래도 50대지만)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 사람, '소우 후지모토'는 도쿄를 거점으로 글로벌하게 건축 활동을 하고 있는 건축가다. 그런 그가 2010년, '도쿄 아파트먼트'라는 이름으로 도쿄에 처음으로 집합주택을 만들었다. 


2010년 건축을 사랑하는 오너가 '소우 후지모토'에 의뢰해서 지어진 이 '도쿄 아파트먼트'는 4개의 주택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택 하나하나 공중에 떠있는 것 같은 형태를 지니고 있는데, 컨테이너나 철계단 등 건축재료 자체는 일본의 저렴한 아파트에 쓰이는 소재를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미니멀하고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시선을 끈다.


이번에 방문할 곳은 '도쿄 아파트먼트'의 1층에 있는 '카사데(CASA DE)'라는 가구 편집숍의 쇼룸. 프라이빗 투어에 초대받아서 다녀오게 되었다. 역에서 멀고 일반 주택가에 숨어 있어서 찾아가기에 위치가 그리 좋지는 않다. 



도로와 인접해 있는 1층에 문이 보인다.  (이곳만 가구 쇼룸으로 사용되고 있고, 나머지 3개의 집은 실제로 주거용으로 임대되고 있다고)  


공간 자체가 크지는 않을 거라 예상했기에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 건물 외관도 그렇지만 내부도 화이트 톤으로 미니멀하다.  장소가 '도쿄 아파트먼트'다 보니 쇼룸의 콘셉트 또한 생활감 있는 아파트 같은 느낌. 사용하지 않더라도 싱크대나 세탁기도 두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내부에 있는 거의 모든 가구와 조명, 잡화들은 '카사데'에서 판매하는 제품들로 채워져 있었다.


브라질의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인 '리나 보 바르디'의 작품들. 세계에서 단 두 개밖에 없는 특별한 '피에르 샤포(Pierre Chapo)'의 옷걸이. 


'카사데'는 트렌드에 맞게 미드센추리모던 가구를 취급하고 있기도 하지만, 흔한 북유럽 가구만을 취급하지 않는 점이 특별하다. '세르주 무이'의 조명과 '피에르 잔느레' 체어같이 유명한 아이템들이 있기도 하지만,  암스테르담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 듀오 x+l의 파티션을 두거나,  '리나 보 바르디'의 사이드보드 위에 '노구치 이사무'의 아카리 조명을 두기도 한다.  


'도쿄 아파트먼트'의 특징 중 하나는 층마다 주택을 둔 게 아니라, 내부에도 철계단을 설치해, 하나의 주택이 여러 층을 사용하도록 해놓았다. 이곳도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총 3개의 층을 쓰고 있다. 일반적인 사고로는 왜 굳이 불편하게 그러나 싶겠지만 건축가의 사고는 또 다를 수 있으니까...


가파른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왔다. 확실히 집의 모양이나 창문의 모양이 재밌긴 하다. 2층 역시 생활감 있게 가구들을 배치해서 "집의 환경" 자체를 보여주는 형식. 직접 의자에 앉아 책을 볼 수도 있다.


이번에는 두 개의 계단을 내려와 지하 1층으로 들어가 본다. 조명의 조도도 더 낮아졌다.  천장 조명 없이 플로어 램프와 테이블 램프, 월 램프로만 빛을 밝히고 있다. 아담한 사이즈의 방 내부 중앙에는 낮은 커피 테이블을 두고 있어서, 안락한 의자에 앉아 고요하게 지내기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지하는 최근에 곰팡이 때문에 고생을 좀 했다고 한다. 하얗게 칠만한 벽이라면 충분히 눈에 띌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사실 '카사데'의 가구 투어는 정말 좋았다. 건축가들과 디자이너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으니까. 


하지만 소우 후지모토의 '도쿄 아파트먼트'에는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  욕실은 1층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곳에 있고, 게다가 전면 유리로 되어 있다. 유리 내부에 커튼을 달아 문을 닫고, 커튼을 치면 보이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방음조차 안 되는 것 같아 과연 여기서 누가 마음 편히 볼일을 볼 수 있을까 싶은...


그리고 좁은 공간에 굳이 가파른 철계단을 만들어서 더 좁은 공간이 되었고, 힘들게 오르내려야 하기도 한다. 세 개의 층을 가지는 건 나쁘지 않지만, 이렇게 협소한 공간에 굳이 이렇게까지?라는 물음표로 갸우뚱거리게 된다. 


예쁘게 모양을 낸 창문도 밖에서 훤히 보이니 결국 블라인드를 내려 감출 수밖에 없기도 하고,  환기 시설이 제대로 되지 않은 지하층은 곰팡이로 고생하기까지..  '도쿄 아파트먼트'의 준공 당시의 사진은 미적으로 너무 멋지다. 아무것도 안 들어있으니까. 


세계적인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초창기 설계했던 '빌라 사부아'의 경우가 생각났다. 미적으로는 뛰어날지 몰라도 비가 오면 심각하게 물이 새는 등 사람이 살 수 없게 설계를 해놓아서 사부아 부부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뻔하기도 했던 일. 


건축가라면 유니크한 디자인이나 타고난 미적 센스로 충분히 유명해질 수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건축가라면 실제로 그 공간에서 오랜 시간 생활하는 사람들이 고스란히 겪는 고통에 대해서도 조금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감도 높은 디자이너 가구 편집숍, 카사 데 (CASA DE)
예약제. https://gallerycasade.com/
adress. 2-chōme-14-15 Komone 2-chōme-14-15 Komone, Itabashi-ku, Tokyo 173-0037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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