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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nto Apr 04. 2022

가장 거대한 '인공적인' 악기

자다르 - Zadar

크로아티아를 방문했었을 때는, '꽃** 누*'의 영향 때문인지, 북부의 자그레브(Zagreb)에서 남부의 두브로브니크(Dubrovnik)로 직선으로 내려가기에 가장 편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자동차를 빌려서 도시를 거쳐가며 남쪽으로 내려가는 여행이 '핫' 했었다(검색해보니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자그레브에서 경차 두대를 빌려 시작된 7명(알던 사람도, 중간에 납치한 사람도 존재한 그룹)의 여행은 일정적으로 그렇게 무리함이 없었기에, 꽤 천천히 진행되었었다. 그들과 함께한 도시 하나하나가 좋았고, 아바타의 배경에 영감을 주었다는 '플라트비체'도 사랑스러웠다. 그 이야기들을 두고 자다르(Zadar)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하는 건,


그곳에서 들었던 '소리'가 강렬했기 때문이다.




고대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자다르의 역사는 다양한 이야기가 중첩되어있다. 그 시간의 흐름을 따라 구시가지와 요새를 구경하는 것만 해도 이국적이고, 아드리아해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아드리아해만이 가지고 있는 그 독특한 푸른 바다를 따라 걷다 보면, 평온함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감정이다.



다리를 건너 요새의 문으로 들어가면, 하얀색에 가까운 돌로 만들어진, 오래된 건물들이 반긴다. 관광객들이 워낙 많기는 하지만, 해질녘 맞춰서 가면 그건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모두 한 방향으로 걷고 있기에. 조그마한 광장의 시계탑도 지나고, 성당도 만나게 되는, 그 좁은 골목길을 따라 사람들과 함께 걷다 보면, 금방 다시 바다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멀리서 조금씩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바다 오르간(Sea organ).

꼭 아름다운 소리만을 내지는 않는 악기가 있는 곳에서,
7명이 한 방향을 바라본다.


스릴러 영화의 거장 '알프레도 히치콕'이 "세계에서 일몰이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극찬한, 그 색깔이 눈앞에 펼쳐진다. 아드리아해의 특유의 푸른 바다색은, 해가 뿜어내는 붉은 색깔에 의하여 탁하고 어둡게 변하지만, 그 색마저도 아름답다. 이것도 아드리아해의 색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그 붉은 색깔로 가득한 하늘을 배경으로 '바다 오르간' 역시 끊임없이 연주한다. 자연의 소리도, 인공적인 소리도 아닌 그 독특한 소리가, 거칠게 우리를 밀어낸다.




한 크로아티아의 건축가에 의하여 설계된 '바다 오르간'은 그 시도 자체만으로 특이하다. 소리가 완벽하지는 않다. 자연의 파도소리에 비하여, 훨씬 거친 그 소리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파도의 높이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내는 튜브들의 소리는 '괴이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한번쯤은, 그 소리를 배경으로 튜브가 울리는 진동을 느끼며 일몰을 본다는 경험은, 그 자체만으로 특별하다.


자다르를 좋아했던 그 '히치콕'조차 경험해 보지 못한,
감각임으로.


해가 지고 나서, 조금 더 걸으면 '바다 오르간'을 설계한 건축가가 디자인 한 '태양에 인사'라는 공간 역시 독특하다. 그래도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한 번이라도 이뤄보고자 하는, 그의 욕심이 드러난 '바다 오르간'이 나에게는 더 재미있었다. 그리고 그 건축가가 가장 부러웠던 건?


어디 가서, 나보다 큰 악기 만들어본 사람 나와 보라 그래!!


라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거?


ⓒ photo by pasaja1000 on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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