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없는 여행에 각오 한 스푼
38시간 전에 구매한 비행기 티켓으로 방금 치앙마이에 도착했다. 나 슈퍼 J인데,, 이렇게 급발진이라니 신기하다. 여튼 꿉꿉한 동남아 특유의 바이브가 공항을 나가는 자동문이 스르륵 열리자마자 느껴진다. 내가 태국에 왔구나.
오늘 일과가 아주 드라마틱하다. 일단 나는 밤을 지새웠다. 오늘은 어떤 회사의 과제테스트 제출일이었기 때문이다. 아침 6시까지 마무리 짓고, 8시까지 짐을 싸고 1시간 정도 눈을 붙였다가 나갈 준비를 했다.
과제가 생각보다 늦게 마무리되어 밤을 꼴딱 세운 것 같다.
그렇게 12시엔 점심을 먹고 집을 나와서 유니클로에 들러 여행용 크로스백 하나를 구매한 다음 공항으로 출발했다. 2시 반쯤 공항에 도착해서 랩탑을 켜고 과제테스트 마지막 터치를 한 다음 메일을 회신했다. 이때가 5시 반.
6시에 비행기에 몸을 맞기니, 장교시절에 당직을 서고 이어서 근무를 한 다음 침대에 들어온 듯 녹아내리는 듯이 의자와 한 몸이 되어 1시간이 삭제되었다. 정신을 차리고 E북으로 인간실격을 절반정도 읽다 보니 치앙마이에 도착했다.
진짜 아무 생각 없이 오긴 했다. 서울에서의 삶이 너무 퍽퍽하고 단조롭고 지긋지긋해서. 왜 지긋지긋했을까
생각해 보면, 당장 일을 구해야 한다는 조바심에 모든 것을 미루고 있었고 그 과정 속에 밥 해 먹고 유튜브보고 코딩하고 글 쓰고. 이거라도 안 하면 나는 정말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버리니까 멈출 수 없었다.
회사에 속해있을 땐, 직장인이라는 이유로 미뤄왔던 일들을 백수가 되었을 때 마음 편히 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안되었던 것 같다. 솔직히 돈도 시간도 커리어도 길게 보면 정말 차고 넘치게 괜찮은 상황인데 왜 나는 그렇게 조바심이 났을까. 그래서 이번 10일간의 디지털 노마드는 내 결단이다.
1. 디지털 디톡스
나는 절여져 있다. 디지털 세상없는 세상을 바라는 게 아니다. 너무 푹 담겨있는 상황을 경계하는 것이다.
이번 여행동안 유튜브, 인스타, 링크드인 같은 중독성 있는 플랫폼은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단, 정보를 얻을 때는 쓸 것이고 그 이외에 랩탑을 쓰는 일은 글쓰기를 하거나 면접을 보거나 멘토링을 하고 코딩을 할 때뿐이다.
2. 1일 1 포스팅
하루에 1개씩 글을 쓸 거다. 치앙마이에 온 목적 중 하나가 디지털 노마드 인생을 경험해 보는 것이니 이 새로운 경험을 일일단위로 추적해보려 한다.
3. 하루 4시간 이상 공부하고 독서하기
난 놀러 온 게 아니다. 관광객 행세를 할 거면 여기 안 왔다. 라오스나 베트남, 캄보디아나 방콕을 갔지. 치앙마이는 상징적인 곳이다. 일과 휴식이 공존하는 곳. 나도 꼭 경험해보고 싶었기에 실제로 어느 정도 밸런스를 지켜서 생활해 볼 것이다.
4. 카페와 산책, 아침밥
동남아에 오면 뭔가 안 하면 아쉬운 것들이다. 일찍 일어나서 선선할 때 아침 먹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산책하는. 삼시 세 끼를 다 이렇게 보내도 충분히 잘 즐기고 있는 것이다.
열흘이다. 9박 10일. 그중 하루가 흐르고 있다. 밤 11시에 도착했지만 지금 포스팅을 남기는 중이다. 오늘 공부는 차고 넘치게 많이 했다.
내일부터는 디지털 디톡스 시작이다. 건강한 몸과 정신이 갖춰지는 루틴도 함께 시작된다.
너무나도 기대가 된다.
다시 생각해도 충동적이었지만, 되짚어봐도 너무 잘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