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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lee Apr 29. 2024

갈팡질팡 치매 동반기.

6. 유레카! 길 잃는 엄마를 찾아주는 감사한 앱. 

감사하게 잘 쓰던 위치 추적기를 지원금이 없다며 노인 복지 재단에서 돌려 달라는 문자가 왔다.

내가 그 기계를 받은 건 치매 안심센터의 기억 키움 교실을 통해서 받았고 '우리나라 좋은 나라' 이런 생각을 하면서 고맙게 쓰기만 했지 어떤 기관에서 어떤 비용으로 하는지도 몰랐다. 사용 비용은 내가 지불하고 기계를 사용할 수는 없냐고 물어봤는데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왔다. 이제 그 기계를 대체해야 하는 다른 걸 찾아보아야만 했다. 

어린이용 핸드폰에 위치 추적 기능이 있단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핸드폰 대리점에 갔다. 그 핸드폰은 13세 미만이 사용할 수 있어서 86세의 엄마는 불가능했다. 80세 이상도 가능하게 법을 개정하면 아니면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들은 사용이 가능하게 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개정하는 운동을 해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지만 당장은 해결 방법이 없었다. 


엄마의 핸드폰은 폴더 식이였다. 핸드폰을 열면 바로 통화로 연결되게 해 놓았다. 엄마가 핸드폰 키를 눌러서 조작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이미 아니기 때문이다. 전화가 오면 받기는 하는데 가끔은 받아도 통화를 못할 때가 있다. 나의 운이 나쁘면 엄마는 전화기를 귀가 아닌 좀 더 높은 위치에 가져다 댄다. 그러면 아무 소리도 안 들리니 그때는 통화 불가능이다. 


그날은 내가 집에 있었고 엄마는 잠깐 동네 산책을 나간다고 나가셨다. 길을 잘 못 찾아오니 나간다고 하면 항상 불안에 떨어야 하지만 못 나가게 할 수도 없었다. 같이 나가면 그게 제일 좋지만 같이 못 가는 상황도 있고 또 이번엔 잘 찾아오시겠지 하는 마음도 한편엔 있었다.

집에만 있으니 답답해서 잠깐 동네 산책을 하겠다는데 어찌 못 가게 할 수 있겠으며 못나게 할 수도 없다. 게다가 당신의 생각으론 너무나 정상적인 사람일 테니 단지 불안은 나의 몫일뿐이다. 

나뿐만 아니라 배회하는 치매환자를 둔 가족은 외출하면서 밖에서 잠그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건 불가능하다.  인권 보호나 존중은 두 번째 상황이고 만약에 아무도 집에 없고 엄마 혼자 계실 때 집에 불이라도 난다면 그 후에 따르는 후회와 자책을 어찌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깨끗하게 접었다. 윤리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런 생각을 할 만큼 치매환자와 함께 살기는 힘들다. 

그때 나는 혼자서 웃었다. 결국 그것도 엄마를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한 결정일 뿐인 것을 깨달았다. 아마도 이런 걸 실소라고 하나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집을 찾아오는 횟수보다 길을 잊어버리는 횟수가 늘어간다. 한 시간이 지나도 두 시간이 지나도 잠깐 나간다던 엄마는 들어 올 생각을 안 하는 것이다. 결국엔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며 찾게 되고 경비 아저씨에게, 엄마가 잘 가는 편의점에 물어봐도 못 봤다는 대답만 돌아온다. 핸드폰을 들고나가셨으니 전화를 해보지만 받아도 어떨 때는 통화가 안되고 통화가 되어도 거의 소통 불가능한 상태였다. 


나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 지금 뭐가 보여요?"를 물어보고 엄마는 자꾸 전화를 끊어버린다. 당신 생각에는 아마도 내가 공연히 화를 내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또 당신은 길을 못 찾는다는 생각에 불안하기까지 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자의식이 무척 강한 엄마니 혼자 스스로 찾을 수 있는데 내가 유난을 떤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거의 두 시간 가까이를 소리소리를 지르면서 아파트 입구 도로를 왔다 갔다 했다. 핸드폰을 받으면 차 소리가 들리는 걸로 봐서는 서로가 근처에 있는 것이 분명한데 발견을 못하는 것이다. 언젠가 들어오시겠지 생각하고 편안하게 집으로 들어가 있을 배짱도 못되고 목이 아파서 편의점에서 물을 사 마시기까지 했다. 엄마도 나와 같은 상황이겠지 하는 생각에 점점 마음만 답답해질 뿐이었다. 


심기 일전해서 다시 전화를 걸어서 소리를 질러봐야지 결심을 하고 1번 단축키를 눌렀다. "엄마, 뭐가 보여요?" 뭐가 보이는지 알아야 그걸 근거로 위치를 찾을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에 무조건 소리를 질렀다.

"여보세요?" 웬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할머니가 전화 통화하는 게 어려운 것 같아서요" 

세상엔 이런 천사들이 많이 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이란 이야기다.

"감사합니다. 거기가 어디예요?" 

"정릉역 1번 출구인데요"

"그곳에서 꼼짝 말고 앉아 계시라고 말 좀 해주세요. 제가 오분이면 갈 수 있어요. 너무 감사합니다" 

다른 곳으로 가기 전에 엄마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미친 듯이 뛰어갔다.  엄마는 큰길 건너 지하철 입구에 앉아 있었다. 정원이 예쁘게 조성된 아파트 단지 안의 산책로를 버리고 어찌하여 8차선 도로를 건너서 지하철 입구에 계신 건지는 아마도 신만이 알고 계실 듯하다. 


엄마한테 화를 내면 뭐 하겠으며 이미 지쳐서 화낼 기운도 없었다. 같이 걸어오는 중에 아파트 단지 건너편에 있는 병원을 보면서 혼잣말처럼 " 이병원 앞을 여러 번 지나갔는데...." 하는 것이다.  병원 바로 앞 횡단보도를 건너야 우리 아파트 단지 입구이다. 고개를 돌려서 옆으로 보기만 했어도 아파트 입구가 보인다. 치매 환자나 길을 잃은 어린이나 앞으로만 간다고 하던데 엄마도 아마 앞으로만 걸으면서 건너편 동네를 뱅글뱅글 돌았나 보다. 물어봐도 자세하게 이야기도 못하시니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나만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이런 일을 자주 겪다 보니 빨리 위치 추적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유레카!

찾았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아이를 찾는 어플이 여러 개 있었다. 내가 사용한 어플은 아이쉐어링이었다. 양쪽 전화기에 어플을 깔면 된다. 문제는 핸드폰이 스마트 폰이어야 해서 엄마의 전화기를 바꿨다. 어르신 전용 핸드폰도 있고 요금도 저렴한 걸로 고르면 비용도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내가 사용한 그 어플은 한 달 사용료는 대략 만원 내외 정도 인듯했지만 하루에 5번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다. 세상에 이런 신박한 일이 있나! 현재 있는 위치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이동 경로도 보인다. 엄마를 찾는 건 훨씬 쉬워졌다. 그 후로 나는 치매 관련된 이야기만 나오면 침이 튈 정도로 열심히 이 어플을 알리는 전도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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