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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lee May 06. 2024

갈팡질팡 치매 동반기

8. 치매 증상이 24시간 계속되는 것은 아닙니다.

치매 증상이 24시간 계속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말은 "나는 치매 의사입니다"라는 책에서 빌려 온 말이다. 

이 책은 치매에 걸린 치매 전문의의 마지막 조언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하세가와 가즈오라는 치매 전문의사와 이노쿠마 리쓰코라는 요미우리 신문사의 기자이며 편집위원인 분이 공동저자로 되어 있다. 하세가와선생은 혹시나 모를 자신의 오류에 대한 방비책으로 이런 방법을 선택한 것 같다.


하세가와선생은 2021년에 만으로 92세가 되었고 2017년 88세 일 때 치매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2017년 11월에 본인이 치매란 것을 제일 처음으로 알린 기자가 이노쿠마 리쓰코 편집 위원이라고 한다.

하세가와선생은 일본에서 오랫동안 치매 연구를 한 전문의이고 그가 1974년도에 공표한 "하세가와 치매 척도"는 세계 최초의 진단검사일뿐 아니라 누가 검사를 해도 같은 결과가 나오는 높은 정확성으로 조기 진단율을 높이고 오진의 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한다 (책 앞 날개에서)

1974년도 하세가와 치매 척도 질문지 

1991년 하세가와 치매척도 질문지 


이 질문지에서 보는 것처럼 누구나 간단히 검사를 해볼 수 있다. 가족 중에 누군가가 치매가 의심된다면 한 번쯤 쉽게 해 볼 수도 있다고 생각되지만 실제로 가정에서 실천할 가능성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주로 치매를 의심받는 사람은 나보다 나이가 많을 가능성이 높고 평생을 그 윗사람의 그늘에서 살았기 때문에 "혹시 치매 일지도 몰라"라고 생각이 들면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간 경우가 대부분 일 듯하다.


내가 겪은 엄마의 치매는 내 주위의 다른 분들에 비해서 참 수월한 경우에 해당한다. 

내 친구의 경우에는 아버지가 치매에 걸리셨는데 요양원에서  막대기 같은 회초리를 대용할 물건이 보이면 그걸로 다른 분들을 때려서 요양원에서 일주일도 못되어서 쫓겨나는 일이 빈번했었다.  첨엔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어이가 없기도 하고 실은 좀 웃기기도 했었다. 

거울을 보면서 그 안에 있는 사람이 자신인 줄도 모르고 왜 쳐다보냐며 욕을 하고 결국은 거울을 모조리 깨부수는 경우도 있고 집 안에 있는 칼이나 가위등 위험한 물건을 모조리 감춰야 하는 경우도 있고 이렇게 위험하지는 않지만 먹은 걸 잊어버리고 자꾸 먹을 걸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이경우에는 환자 본인의 몸과 간병인이 괴롭다. 많이 드시니까 화장실에 가는 횟수도 많아지고 그러다 보면 실수하는 일도 많아지게 마련이다.


엄마의 경우는 초기에는 단지 길을 잃어버려서 헤매는 것이 문제였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그 당시의 엄마는 24시간 치매는 아니고 대부분의 경우는 일상적인 삶이 가능한 때였다. 

나는 이미 퇴직을 해서 낮에는 손자를 돌보고 아침저녁으로는 엄마랑 같이 생활하는 어찌 보면 고단할 거 같기도 하지만 재미있기도 한 시절이었다. 아이를 기른다는 건 젊어서는 느껴보지 못한 기쁨이 있다. 화초를 기를 때 새싹이 나오면 느끼는 기쁨은 비교도 되지 않는다. 

아마도 나도 젊어서는 내 인생이 중요하고 내 앞날에 대한 고민과 걱정이 더 많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미 인생은 이미 얼마 남지 않은 것 같고 아이가 나날이 자라면서 변해가는 걸 보는 건 가슴 뿌듯한 일이다.

가끔은 이 손자 아이를 대신해서 죽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조금 억울하지만 죽을 있을 같기도 하다. 그러나 30대 중반 정도의 나이 때에는 대신 죽으라고 하면 글쎄? 무척 많이 고민을 하다가 종국엔 안 죽겠다고 할 수도 있을 듯하다.


 엄마는 기억 키움센터에서 돌아오면 가끔 딸아이의 집에서 증손자랑 같이 노시기도 했다. 

그때 손자는 자동차를 굴리면서 노는 걸 좋아했는데 둘의 취향이 맞아서 서로 마주 앉아서 서로 자동차를 주고받으면서 오랜 시간을 놀았다. 

둘은 자동차를 정렬하는 취향도 같아서 크기 별로 자동차를 가지런히 나란히 세워놓기도 했다.

이렇게 치매의 증상은 있지만 일상의 생활도 이어 갈 수도 있다. 

                                             [증손자와 자동차 놀이 중]


이 책에도 치매는 고착된 상태가 아닙니다. 그러니 치매 진단을 받았다고 '이제 틀렸어. 끝이야'하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또한 가족과 주변 사람들도 치매 당사자를 아무것도 분간하지 못하게 된 사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한데 뭉뚱그려 오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본문 P77)


치매가 왔더라도 사람이 갑자기 바뀌는 건 아니니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자상하고 침착하게 기다리고 들어주는 일.

그 사람을 존중하는 일이 인간 중심의 돌봄이라고 한다.

마음을 천천히 편안하게 가져야 나도 편하고 내가 여유가 있어야 상대방에게도 너그럽게 대하니 

결국은 나 자신의 문제라는 것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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