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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타민넷 Feb 15. 2021

심장 소리 듣기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옆에서 자고 있는 막둥이의 가슴에 귀를 데 보는 일이다.
콩딱콩딱콩딱,
확실이 어른의 심장소리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그 소리가 너무 신기하고 대견하다.

처음 아이를 임신했을 때 병원에서 보여주던 초음파 사진 속 아기집은 임신을 했다는 걸 알려는 주지만 막 가슴에 와 닿지는 않는다.
어둑어둑한 사진 속 조그만 동그라미가 내 아이라고?
음... 잘 모르겠다. 정도.
그러다가 의사 선생님이 배에다 초음파 기계를 대고 무언가 버튼을 누르면
콩딱콩딱콩딱 바쁘게 뛰고 있는 아가의 심장 소리가 들리는데 그때의 감동이란.
저 조그만 동그라미가 생명이구나로 와 닿게 되는 건 아마도 심장이 열심히 뛰고 있는 그 소리 때문이었을 거다.
그때부터 뛰던 그 심장이 15살이 된 우리 재우와 13살이 된 민서, 7살이 된 소정이의 가슴에서 여전히 뛰고 있음은 축복이며 기적이다.

나연이가 생을 마감하던 날,
아무리 귀를 데어도 들리지 않던 심장소리에 처음으로 이별을 인식하고 얼마나 울었던 지.
그래서 그 심장소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이고 축복인 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 심장 소리를 들으면 다시 그때의 그 기쁨의 순간과 내가 아이를 가졌을 때의 감사함을 기억하고 아이와 싸우려던 순간에 화를 좀 삭일 수 있는 거 같다.

누군가 아이 때문에 너무 힘이 들다고 한다면
아이의 심장 소리를 들어보라고 하고 싶다.
그러면 그 아이가 처음 우리에게 왔던 그 순간이 기억날 테고 분명 그때의 사랑이 다시 생각날 테니까.
그러면 아이에게 화났던 마음이 조금은 수그러지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가 먼저 손을 내민다면 아이와의 관계도 회복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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