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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나샘 May 20. 2022

체리와 딸기 드시러 오세요.

뜻밖의 체리와 딸기를 발견하다

"엄마, 이거 무슨 열매예요?"

마당에서 놀던 딸아이가 다급하게 물어본다.

"어떤 열매?"

"얼른 나와 보세요. 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어요."


거실에 있다가  딸아이의 부름에  얼른 마당으로 달려가 열매를 살펴보았다. 영롱하고 투명한 붉은 빛깔의 자태를 뽐내고 있는 열매가 나무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응? 이거 앵두인가?"

"앵두는 이렇게 줄기가 있지 않은데?"

"꼭 체리처럼 생겼네. 그렇지?"

곱고 맛깔스러운 색을 내는 열매를 유심히 관찰하다 궁금증이 차올랐다.


나무의 열매를 조심스레 먹어 보았다. 입안이 새콤달콤함으로 가득해졌다. 순간 눈이 휘둥그래 졌다.

세상 어디에서도 맛보지 못한 달콤함이었다. 달콤함을 느끼게 해 주고파 온 가족을 다 불러보았다.

"음~~ 이거 무슨 열매야?  "엄청 달다."  다들 먹자마자 얼굴에 함박웃음이 번졌다.

크기는 앵두 크기인데  분명 앵두와는 모양과 맛의 차이가 느껴지는 이 열매의 정체가 무척이나 궁금해진 찰나였다.


급한 대로 이웃인 제주도 토박이신 할머니,할아버지께 여쭈어보았다.

"이 열매 이름 혹시 아실까요?

"글쎄, 잘 모르겠는데..."

"맛 한번 보세요"

"아고 맛나네요."



이름을 알아내지 못한 아쉬움에 궁금증은 계속 눈덩이처럼 커졌다. 과연 무슨 열매 일지 검색을  시작했다. 블로그, 유튜브 등 수많은 검색 끝에 어렵게 얻은 결과 체리열매(홍수봉) 임을 알아냈다. 


앞마당에서 자생하고 있는 나무가 체리나무였다니... 신선함, 놀라움, 신비한 뜻밖의 경험이었다.



3월 어느 날,  앞마당에 이름 모를 나무에 연분홍 꽃들이 활짝 피어났다. 꽃의 생김새가 벚꽃과 무척이나 유사해서 벚꽃인 줄 인지했더랬다.

3월, 이 꽃이 체리꽃일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제주도는 3월에 벚꽃이 피네?' '역시 남쪽이라  따뜻해서 그런가 봐'라고 무심히 지나쳤더랬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벚꽃나무와는 굵기, 크기 등에서 차이가 났다. 벚꽃나무가 아니라면 매화꽃인가 보다?라고 생각을 정리하였다.


그렇게 무심 지나친 시간이 흐르고 꽃이 진 자리에  초록의 작은 열매가 열리기 시작했다. 이 시점만  해도 매화나무의 매실인 줄 인지했다. 초록열매가 알이 굵어지길 기대했다. 그런데 초록열매가  조금씩 주황빛으로 변하더니 어느새  영롱한  빨간색으로 색깔 옷을 갈아입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딸아이는 접시와 양푼을 들고 체리나무로 달려간다. 혼신의 힘을 다해 열심히 체리열매를 수확한다.

"엄마~~ 위에 있는  체리 가지 좀 아래로 내려주세요."

도움 요청에 한달음 달려가 딸아이를 도와주었다. 어느새 나 또한 어린아이가 되어 한쪽은 열매를 따고 한쪽은 입속으로 흡입하기 바쁘다. 서로의 입속으로 넣어주다 눈을 마주치며 활짝 웃어 보였다.


딸아이의 체리열매 따는 모습을 마주하며 나의 어릴 적 시골집에서 앵두 따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시골집 앞마당 귀퉁이에는 앵두나무가 몇 그루 있었다. 5월에서 6월 사이 앵두나무 초록초록잎 사이에서  맑고 투명한 붉은색의 앵두가 다닥다닥 열렸다. 5남매였던 우리 형제들은  누가 따먹을 세라 앵두가 열리는 즉시 서로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기 바빴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엄마는 "아이고 양껏 먹으려면 마당에 앵두나무 10그루는 더 심어야 겠네" 하시며 웃어 보이셨다.

그 선명한 기억은 5월이 되면 아스라이 떠올라

가슴을 적셔주곤 한다.



체리를 따기 시작해 얼마 되자 않아 양푼과 접시에 가득 담겼다. 마당 수돗가로 가지고 와 흐르는 물에

세척해  나무 테이블에 앉아 시식해보았다. 게눈 감추는 듯 열심히 먹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 집을 지나가던 이웃 부부께서 모습을 지켜보더니 무슨 열매냐고 여쭈어 보신다.

"체리열매라는 홍수봉이래요. 한번 맛보시고 가세요."

열매를 맛보시더니 맛있다며 연신 감탄하셨다.


체리를 맛보시며 제주도에 살게 된 이유와 삶의 여정에 대해 담소를 나누었다.이웃 부부님 가시는 길에 종이접시에 한아름 담겨 드렸더니 기뻐하시는 모습이다.

제주도 이주 후 자연으로 인해  이웃과 소통하고 교감 거리가 생성돼서 감사하다.

이전 아파트 도시생활에서는 이웃과 얼굴 마주치기도 힘들었는데 자연스레 산책하며 오가며

대화할 수 있는 자연환경에 친근감이 스며든다.


그리고 집 돌담 아래에는 딸기들이 무성히 자라났다. 이 딸기들은 출처를 모르는 노지 딸기들이다. 연둣빛이었던 작고 여렸던 딸기들이 어느새  빨갛고 탐스러운 열매로 자라났다.

 울퉁불퉁 못난이 형체의 딸기들이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정감이 가는지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하다.


마당에서 체리가, 돌담 아래에서 딸기가  열릴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이  경험들이 더 새롭고 신선하다. 제주살이를 시작하며 처음 마주한 생경한 풍경에 모든 감각이 호기심과 즐거움으로 가득 차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름 모를 꽃과 식물들과 눈인사하며 이름을 알아가는 재미도 흥미롭다. 이 호기심, 정겨움이 오랫동안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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