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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나샘 Oct 14. 2022

생과 사가 공존하는갈림길

 2번의응급실행

한달사이 두번이나 제주대학교 응급실을 찾아야 했다. 원인을 알수 없는 3주이상의 부정출혈이 계속되는 상황이었다. 응급시술로 처치를 하고 입원을 하고 약물치료를 병행하며 조직검사를 기다리던중에  또 응급실행... 약물 치료중에 효과없이  부정출혈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다.



조직검사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으로 하루하루가 예민을 넘어 두려움과 불안감이 지배해버렸다. 유트브 검색과는  거리가 멀었던 나는 어느새 "여성에 관련된 암"에 대한 폭풍 검색중이었다.

검색을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암에 대한 전조증상과 내 증상들이 하나씩 일치하는 것을 발견했다.


'나도 혹시......?' 그냥 모든 사실을 부정하고만 싶었다. 엄습한 불안과 두려움은 나를 짓눌러  더 깊은수렁으로 빠뜨렸다. 부정적인 에너지로  삶의 모든 루틴과 패턴이 일시정지 되어버렸다. 배우던 미술수업과 운동, 아이들 등원을 책임져야하는 운전마저도 어느것 하나 실행하기 어려웠다. 조직검사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일상생활에 집중을 할 수 없었다. 예민함의 극치에 달했다.


 하루하루 힘겹게 지내고 있던 찰나 부정출혈의 양이 더해졌다. 당혹감과 위기감이 휘몰아쳤다. 더 큰 응급상황임을 직시하고 공휴일이라 잠시 고민했지만 그럴 여력을 살필여유없이  남편을 새벽에 깨워 응급실로 향했다.



절망감을안고 응급실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은

반포기상태가 되어  힘겹게 옮겨야 했다.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접수하던 간호사가  "또 오셨네요? 많이 힘드셨나봐요? "하며 이주전의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응급접수가 되자마자 수액주사 링거를 맞고 피검사와 심전도, 방사선 검사가 진행되고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지칠대로 지친 나는 인턴의사를 보자마자  "선생님, 저 너무 힘들어요! 그냥 수술해주세요!"라고 울며 부탁했다.


이런 태도에 적잖이 당황하신  선생님은 "많이 힘드셨죠? 충분히 이해해요!"

그런데 다행히 조직검사는 악성이 아니어서 천만 다행이에요. 부정출혈에 대한  원인을 찾지 못했으니 우선 피검사 해보고 빈혈수치등을 보고  수술을 결정하시죠? "


조직검사가 악성이 아니라는 사실에 우리부부는 안도의  숨이 쉬어지며 감사의 눈물이 맺혔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 을 몇번이나 반복했다.

긴장과 두려움으로 점철되었던  지난 2주의 시간을 보상받는 기분이 들었다. 경직된 온몸의 세포의 긴장이 사르르 풀리는 순간이었다.



 3시간 간격으로 혈액을 채취해 갔다. 빈혈수치 또한 정상보다 낮기는 하지만 수혈을 할 정도는 아니어서 수술은 보류하고 우선 치료해보자고 권하셨다.


2번의 응급실과 입원을 반복하는 동안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경험을 했다. 내 삶의 여정을 몇번이고 반추하며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돌보지 않은 내 몸에게 한없이 미안함이 스쳤다. 이상신호가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간과했던 내 자신의 미련함에 가슴을 쳤다.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들에게도 한없이 못나고 미안한 엄마가 되어 있었다.  아픈기간 동안 나를 대신해 아이들과 집안일을 신경쓰며 고군분투하는 남편에게  고마움과  미안함, 애잔함이 스쳤다.  한없이 예민했던 나를 그대로 수용해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다독여주며 응급실과 입원실에서 동분서주하며 살뜰히 챙겼던 터이다.




 응급치료를 받으며 목격한  응급실풍경은 그야말로 생과 사가 공존하는 갈림길이었다. 아프다고 고통을 호소하며  절규하는이, 피를 흘리며 누워 긴급 수혈을 요하는 환자, 바로 치료해주지 않는다며 의사와 분쟁을 일으키는 이들로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응급실 맞은편 치료실에서는  구조대 119에 실려온 지 몇분 안되어 사망소식을 접하고 울음바다가 되었다.

반면 응급처치를 끝내고  웃으며 응급실을 나서는 가벼운 발걸음도 목격했다.



그야말로 응급실은 삶과죽음의 경계에서  희노애락이 처절하게  응집된 현장이었다. 삶의 위기의 순간에 촉각을 다투는 사람들이었다. 아픔과 고통에 절규하며 삶의 끝자락을 놓치고 싶지 않은 환자들, 안타까운 가족의 아픔을 지켜보며  의료진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보호자들, 눈빛과 두손을 꼬옥 부여잡은 행동에 깃든 간절함촛불의 가녀린 불꽃처럼 수없이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생과 사의 갈림길 현장에서  내 옆에서 걱정어린 시선으로 고군분투하며  애쓰는 이들의  손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감사함과 미안함에 눈물이 한없이 차올랐다.


며칠간의 병원생활후 맞이한 일상생활의 소중함, 사랑하는 아이들,  깊어가는 가을의 청명한 하늘과 구름,  생기를 뽐내는 생명들이 다른 시선으로 다가왔다.  다시 힘을 내라고 용기를 주는 듯 했다. 내일처럼 걱정해주는 지인들의  위로와 기도와 더불어  지금 살아내고 있는 찰나의 감사함을 온몸으로 흡수하는 중이다. 삶의 의미가 다시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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