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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나샘 Sep 17. 2022

내 파도를 기다리는 숙련된  서퍼처럼

내 삶의 파도에 리듬을 맞출 타이밍

25년 우정을 함께한 친한 언니가 제주도로 이주한 동생(나)을 위해 제주도를 찾았다. 바다를 그리워하는 언니를 위해 해안도로를 달려 찾은 월정리 바다는 그야말로 서핑의 성지였다.

월정리 바다의  모래 해변을  거닐다 바다를 수놓은 서퍼들을 마주했다.



바닷가를 따라 가지각색 서핑보드가 줄을 이어 서 있었고 바닷가에는 서핑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서핑은 해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던 나였지만,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니 바다에 둥둥 떠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바다에 있던 그 누구도 헤엄치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다 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지나고 저 멀리서 파도의 움직임이 눈에 보일 때쯤 사람들은 조금씩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파도가 근처에 왔을 때 자기 몸을 일으켜 서핑보드에 올라탔다.


아무리 뛰어난 서퍼도 파도 없이 파도를 탈 수는 없다.  또한 어떤 좋은 파도가 와도 그동안 쌓아놓은 실력이 없으면 그 파도를 제대로 탈 수 없다. 그 단순한 사실을 내 눈으로 봤다. 똑같은 파도가 왔을 때 누군가는 멋진 포즈로 그 파도를 타고 있었고, 누군가는 준비가 덜 되었기에 잠깐 타다가 물속으로 다시 고꾸라졌다.


 그럴수록 우리는 실망하지 말고 다음에 있을 좋은 파도를 기다리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 실력을 쌓아야 한다. 준비 없는 도전은 무의미하다. 아무리 숙련된 서퍼라 할지라도  본인 역량 이상의 큰 파도에  도전하는 건 본인의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행위다.


서퍼들도 파도를 타기 위해 365일 내내 바다에 나가지는 않는다. 파도 정보를 제공하는 앱을 통해 자신이 나가도 좋은 타이밍인지를 먼저 확인하고, 그 타이밍에 맞춰 바다에 나간다고 한다. 우리도 그렇게 하면 된다. 여러 데이터를 보며 지금 내가 나가도 되는 타이밍인지 파악하고, 그렇다고 느끼면 실제로 나가서 용감하게 도전하면 된다. 물론 바다에 나갔지만 예보와 달리 파도가 좋지 않을 수도 있다.




불혹을 넘긴  삶의 여정에서 때가 되었다고 많은 도전을 했지만  매번 허탕을 치고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가야 했던 날이 허다했다. 그럴 때마다 좌절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며 자책하며 운을 탓하며 억울해하고 불평했다.



인생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우연히 장기하가 출연한 유 퀴즈를 보게 되었다. 인생이란 무엇이냐라는 유재석의 질문에 장기하는 "인생이란 파도"라고 대답했다. 사람들은 자기의 의지로 무언가를 이룬다고 생각하지만, 인생은 파도 위에 누워 몸을 맡긴 채 유영하는, 어쩌면 인생은 수영이 아니라 어쩌다 만난 파도의 연속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수한다는 것, 실패한다는 것, 깨지고 넘어진다는 것, 때로 관계가 깨진다는 것에 감사할 이유는 자신이 공을 똑바로 던지면서 정면 승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수도 실패도 없다는 것은 안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정면으로 삶이나 일을 직면하거나 승부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안타를 맞고 홈런을 맞는다면, 이제 남은 것은 실패와 실수로부터 교훈을 배우고 더 훈련하여 전략적으로 공을 던져서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때로 홈런을 맞는다는 것에 감사할 필요가 있다.
최소 자신이 관중석이 아니라 경기장에 서 있다는 것이고, 삶이나 일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며 당당하게 '승부'하고 있다는 뜻이니

                                                                                                -일의 격-신수정


인생이란 파도를 잘 타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파도를 두려워하면 서핑을 탈 수 없다고 한다. 서핑은 파도와 호흡하고 파도에 나의 몸을 맡기며 그 리듬과 같이 흘러간다고 한다. 파도와 내가 엇박자가 나면 파도의 거품 속으로 빠지는 것이다.  큰 파도가 오든 작은 파도가 오든 서핑은 파도의 흐름에 나를 맡기고 그 리듬을 즐기는 것이다.  



일이 안 풀린다고 실망하고  일이 잘 된다고 자만에 빠질 필요는 없다. 어차피 인생은 파도처럼 음과 양이 지속적으로 전환되는 흐름을 갖고 있기에 그 인생의 리듬에 강한강한 멘탈을 장착하고 든든한 체력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내 역량만큼의 준비를 하다 보면 좋은 파도를 탈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내 삶이 비루하고 이룬 것이 없다고 실망하지 말았으면 한다. 무섭게만 보였던 인생의 바다도 파란 햇살로 가득해질 것이다. 지금 바로 힘을 빼고 내 삶의 파도에 리듬을 맞춰 나도 함께 파도에 올라타야 할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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