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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나샘 Oct 18. 2022

바람이 지날수있는 틈을 내어주자

모든 사람은 자기 삶의 돌담이다

우리 삶은 완벽하지 않아야 무너지지 않아요.
쓸만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의미 없어도 괜찮아요.
자신 삶을 강박에 너무 몰아세우지 마세요.
<소통전문가 김창옥>

반려견과 산책하다 매일 만나는 풍경중 하나인  돌담(밭담)풍경은  눈길을 사로잡는다. 제주살이를 하면서 마음에 와닿는 풍경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단연코 돌담이다. 울퉁불퉁 구멍이 송송 뚫린 현무암 돌담들을 마주하다 보면 손끝에 전해오는 감각과 모양에서 정겨움이 그대로 묻어난다. 투박하지만 평안함과 온화함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엄마품처럼 따스함이 전달된다. 두달사이 응급실과 입원, 외래를 오가며 지친 몸과 마음의 영혼이 돌담과 그안의 초록풍경을 눈에 담다보면 절로 힐링이 된다.


360도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라 바람이 매일 분다. 그 강도에서 차이가 날뿐이다. 제주의 척박한 땅에서 귀하게 자라나는 밭작물을 지키기 위해, 모진 바람으로 식물을 지키기 위해 모든 밭에는 돌담을 쌓는다고 한다.


바람의 통로가되어주는 돌담의 틈

 돌담의 돌들은 서로가 서로를 지탱해 주며 제주의 거센 바람에도 끄떡없다. 돌담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돌과 돌 사이가 느슨하고 반대로 딱 맞아도 안된다고 한다. 약간의 틈이 있어야 그 틈새로 바람이 빠져나간다. 바람이 빠져나갈 틈이 없으면 바람이 세게 부는 날에는 불어오는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와르르 무너지고 만다.


우연한 기회에 제주에서 10년 이상 일한 석공의 말을 전해 들을 기회가 있었다.

"사이사이 구멍이 생겨야 돌담 자체가 튼튼해요. 돌 사이 틈이 없으면 전체적으로 흔들려 무너져 버리고 맙니다"



이런 돌담들을 관찰하고 스케치하고  정성스럽게 펜으로 쌓아 그리다 보니 우리 삶의 결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스쳤다. 사람도 자기 삶을 지키기 위해 돌을 쌓는다. 그리고 삶을 지키기 위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모든 사람은 자기 삶의 돌을 쌓는 사람이다. 회사의 대표는 회사를 지켜내기 위해, 아빠는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엄마는 가족의 건강과 안위를 위해...


서나 샘 그림

그리고 이 역할 저역 할 잘 해내고 싶어, 많은 분야에서 완벽해지고 싶어 자신을 채찍질하다 보면 번아웃이 오고 무너지게 된다.  우리의 삶도 바람이 지날 틈을 열어두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관계에 있어서도 맺고 끊어 내기를 반복하며 돌담을 쌓는 것 같은 삶을 살아간다. 하나씩 제대로 쌓아야 하고 너무 완벽하게 맞추려고 하면 할수록 틈이 생기는 것보다 쉽게 무너져 버리고 만다.

돌이 바람막이가 아니라 바람의 통로가 되어준다. 나의 역할에 있어서도, 관계에 있어서도 바람이 지나갈 틈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감과  관계속에서 완벽한 사람으로 비치길 바랬다. 인정 욕구에 목말라  늘 불안감이 내재된 삶을 살아왔다. 석공의 말과 돌담의 틈을 바라보며  내 모습의 약점(틈)이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주어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파고들었다.


틈이라는 것이 단순하게 나의 허점, 너의 허점을 찾아내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잠시라도 나에게 내어줄 수 있는 아주 작은 마음의 여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정형화된 틀 속에 나를 몰아세주지 않는것, 오류투성이의 결론에 나를 결론짓지 않는 것, 다른 사람의 잣대에 나를 정의하지 않게 하는것, 작은실수에 매몰되지 않는것



틈은 약점이 아니다. 나의 허점을  안을수 있는 마음의 여유이면서 동시에 마음이 상한 이들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된다. 삶의 여정에서 얼마만 한 돌담 사이의 틈으로 나를 살피고, 주변을 바라보는지 성찰해 본다. 삶의 틈을 가득 메우기보다는 조금씩 내어 보이며 너그러워진 삶을 그려본다.


애정 하는 가삿말인 한숨 가사를 나도 모르게 읊조리게 된다.


가끔은 실수해도 돼
누구든 그랬으니까(...)
누군가의 한숨
그 무거운 숨을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을까요.
당신의 한숨 그 깊일 이해할 순 없겠지만
괜찮아요.
내가 안아줄게요.
숨이 벅차올라도 괜찮아요.
아무도 그댈 탓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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