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낙엽이불

눈부신 가을, 그리운 친구 만나러 갑니다

by 서나샘

[가을 낙엽이불]


마지막 잎새를 남기

남은 생의 에너지를 다 발산하듯

눈부신 노란빛을 아낌없이 발하는 은행잎




발그레한 새신부 볼터치를 닮은듯한,

조화롭고 다채로운 가을색감을 머금은 ,

가을바람에 흩날리며 춤을 추는 나뭇잎


봄 에는 생명이 움트는 싱그러움을 알리고

여름에는 초록의 향연의 그늘을 만들고

가을에는 형형색색 다채로운 빛을 발하고

겨울에는 앙상한 가지 위에 하얀 눈의 의자가 되겠지.



가을이 깊어가는 언저리에

한 잎, 두 잎.... 손짓하며 만나더니

어느새 가을 낙엽 이불이 한채 마련되었다.

추풍낙엽 하는 나뭇잎을 바라보노라니

가을을 함께 나눴던

그리운 얼굴들이 하나둘 그려진다.

20대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며 기도했던 언니들

미국으로 유학 떠난 친구

타지로 이사 가버린 고등학교 친구

가슴 시리게 그립구나.


가을 추억 속에 깃든 한 페이지에 그대로 담겨있는 인연들 이번 가을 낙엽이 다 발하기 전

안부를 물어야겠다.



가을아, 넌 포근하게도

가슴 시리게도 하는구나.




출퇴근길 떨어지는 낙엽을 마주하니 찬란한 가을이 지는 아쉬움과 그리운 얼굴들이 하나둘씩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가을이 지기 전 친구를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남편일 때문에 10년 이상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멀리 지방으로 이사를 간 고등학교 베프 친구와의 만남을 위해 이번엔 내가 발걸음을 옮기기로 했다.


시댁이 서울인 친구는 명절 때만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서로 보고픈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서로의 자리에서 각자 역할을 해내느라 만나지 못할 때가 많았고, 비록 만남을 가졌어도 사정상 여유롭게 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아쉽게 발길을 돌려더랬다.


늘 아쉬움이 가슴에 남아있던 터라 이번엔 용기 내어 울산행 ktx 티켓을 끊었다. 처음 타보는 ktx도, 몇 년 만에 조우하는 친구 얼굴을 생각하니 가슴이 뛰고 설렌다.


내려가는 길에 그동안의 그리움을 담은 편지와 책 한 권을 선물하려 한다.

오랜만에 써보는 손편지라 많이 어색하지만 잠시 고등학교 시절 꿈 많고 순수했던 여학생으로 잠시 추억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고등학교 17살 때부터 불혹을 넘긴 이 시점까지 친구와 함께한 소소한 추억의 여정 속에서 불안했던 20대를, 나로 존재하지 못했던 30대를, 삶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40대를 조심스레 통과하고 있는 줄도 모르겠다.


나에게 친구의 정의는 내가 외로울 때 전화를 걸고 싶은 사람이며, 내가 울고 있을 때 그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사람이다.


적어도 이 친구는 모든 이들이 "너 잘못이야"라고 질타를 해도 이 친구만큼은 "너 잘못이 아니야, 충분히 그럴만했고 노력했어"라고 다독임과 위로를 건넨 친구이다. 그러기에 내 아픔, 내 슬픔을 늘 이 친구와 나누며 조금씩 성장해 나갔던 이유가 되기도 했다.


늘 밝았던 친구가 통화할 때마다 힘들다고 한다. 시댁일로, 인간관계로,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인해 마음이 어렵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울고 있는 친구를 이젠 내가 눈물을 닦아주려 한다. 환한 미소가 예뻤던 친구의 미소를 되찾아 주고 싶다.


내일 새벽기차로 떠날 예정이다. 힘들었던 친구의 그동안의 이야기를 충분히 경청하며 토닥토닥 위로를 건네려 한다. 생각만으로도 친구와의 따뜻한 온기로 마음이 충만해져 오는 듯하다.


친구야, 사랑한다! 힘내렴. 늘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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