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다림

헤맨다고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by 서나샘


기나긴 겨울을 이겨낸 봄을 기억하나요?


어떤 봄도 쉽게 오지 않아요.

어떤 여름과 가을도 쉽게 오지 않은걸요.

어떤 겨울도 쉽지 않았다는 걸요.

세상의 모든 기다림은 쉽지 않다는 걸요.


우리는 모두

기다리면서 살아가고

기다림 속에 더 나은 사람이 되기도 해요.


기다림의 시간을 만났다고 실망하지 않았으면 해요.

기다린 만큼 우리에게 더 좋은 봄은 찾아올 거라 믿어요.



우리 모두 힘든 순간을 잘 떠나보내고

초조함보다는 설렘으로

그날을 기다려 보기로 해요.



가을이 여물어가네요.

가을 이주는 포근함과 여유를 되새기며

선물 같은 하루하루 감사함으로

가을 바구니에 과일을 담듯

하루하루를 소담스럽게 담아보았으면 해요.




오늘 마음이 많이 헤매는 하루였다. 나의 최종 목적지는 어디일까? 무엇을 잘할까? 갈팡질팡 두서없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부정적 기운의 늪에 마구 빠져드는 하루였다. 난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 보게 된다. 어린아이들을 가르치고 육아와 살림을 하며 글이라는 추상적인 목표를 향해 읽고 쓰기라는 행위를 연명하고 있지만 늘 허기가 진다. 출구를 찾지 못해 헤매는듯한 느낌에 답답함이 한없이 밀려올 때가 있다.

유난히 꼬이는 날이 있다. 또 어떤 날은 내 에너지의 바닥까지 쏟아부었는데도 그 결과가 초라해질 때도 있다. 작은 균열에도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며 굳건히 서있지 못한 하루하루의 연속일 때가 있다. 작은 실수에, 원치 않은 결과에 하루 종일 내 마음의 주인으로 서있지 못한 날이 있다.


"헤매는 모든 자가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반지의 제왕>을 쓴 J.R. R. 톨킨의 이 말처럼, 오늘의 작은 시련이 내 인생의 작은 실패를 의미하진 않을 것이다. 켜켜이 쌓아온 계절의 날들이 탐스런 열매를 맺게 하듯 작은 하루하루도 무르익고 있을 것이란 희망을 새겨본다.


매일의 작은 변화와 실천들은 내 눈앞에 당장의 결과를 가지고 오지 않을 수 있다. 아득히 멀리 있어서 긴 터널의 암흑처럼 느껴지지만 작은 빛을 의지하며 천천히 다시 용기를 내보려 한다. 지금 간절히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고 해서 내 인생이 새드엔딩이 되는 것은 아니다. 힘든 순간에 처할 때마다 의식적으로라도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낯선 동네를 산책하듯 살아보면 어떨까.



현재가 힘이 되는 과거로 잘 자리잡기 위해서는 매 순간 조금 더 , 더 긍정적으로 즐겁게 사는 방식을 택하려 한다. 현재를 잘 보듬으며 과거로 보내고, 미지의 미래를 가슴 설레며 맞이하고 싶다. 큰 결실의 맺음에 목메어 현재를 잊고 사는 어리석은 행동에 잠시 브레이크를 밟아본다.

삶의 어느 한 시기, 기울어지면 어떤가. 우리의 기울어짐은 바로 서기로 나아가는 중간 과정일 거라 믿는다.


이렇게 덜 낙담하면서 씩씩하게 살아가는 동안, 어쩌면 저 너머에, 생각지도 못했던 멋진 풍경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분명히 언젠가, 눈부신 날들이 우리를 위해 준비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은 날이다.


스스로에게 위로, 용기, 마음챙김, 격려 한 스푼을 더하며 마음의 온기를 서서히 데워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