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연습뿐이라고 말할수 밖에 없었다.
어제 딸아이가 해금연습을 하고 동영상을 찍어 제출해야 하는데, 3시간 정도 했는데, 잘 안된다고 울더라. 아파트라 저녁시간이 넘어가면서는 못하게 하는데, 내일까지 제출해야하는 상황에 자신의 계획이 틀어져 힘든 부분도 있고, 매번 1~2시간이면 연습해서 영상을 찍을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꽤 많은 숙제를 내주어 틀리지 않고 연주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하는 말이,
"우리집에는 음악가가 없어서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고, 또 재능이 없는것 같아"
그 말에 마음이 아팟지만 내색할수는 없었다. 나와 아내의 주변을 보아도 음악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나마 여동생이자 딸아이 고모가 피아노를 잘 쳐서 대학을 그쪽으로 지원할려고 했던 것 빼고는 그렇게 연주에 재능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또 내가 취미로 배운 포크 기타 수준은 조악하기 그지 없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맞는 말을 인정하기 싫었다. 그리고 음악은 아니더라도 아빠는 그림도 좋아하고, 책도 좋아하고, 글도 좋아하고, 나름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데, 내 아버지 (등단할뻔 했던, 글에 대한 재능이 깊었던 나의 아버지) 가 가지고 계시던 그 재능이 너에게 흘러 들어갔을 것이라고 믿었다.
"아빠가 보기에 이건 재능과 관련 없는 것 같아"
"어떤 연주를 하고, 새로운 것을 익힐때, 우리는 시간을 투입해야 한단다. 물론 재능도 중요하지만, 노력이 뒷바침 되지 않는다면 그 재능은 아무것도 아니야. 이번 숙제는 아마도 선생님이 일반적으로 1~2시간만 하면 완벽하게 연주할 수 있는 숙제를 내주시지 않은게 분명하단다"
난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당연히, 딸아이 입으로 말하지 않았던가? 일반적으로 내주던 숙제와 달리 그 양이 많았다고 말이다. 그리고 양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틀릴수 있는 구간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도 합창대회에 참여할 때 악보를 보면 쉬운 구간도 있지만, 당연히 어려운 구간이 존재하고 그 구간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몇번이고 완벽하게 연습을 해야 나중에 내것이 되는 것을 알고, 대회에서 실수가 없으니까 말이다.
"아빠가 연주는 모르지만, 분명 선생님이 긴악보와 연주숙제를 내준것은 지금처럼 1~2시간안에 연습해서 찍을 수 있는 숙제를 주신게 아니야. 그건 니 재능과 상관없이 너의 연습량과 관련이 있단다. 선생님은 최소 4~8시간은 연습해야 실수 없이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숙제를 내 주신거야"
"그러니 너의 재능과는 관련이 없고, 니 충분히 연습한 이후에 내일 영상을 찍으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거야"
그러나 딸 아이는 다른 친구 이야기를 꺼냈다.
" 몇시간도 연습안하고 숙제를 제출하는 친구가 있어. 그 친구는 뭐지?"
" 아빠가 보기에, 그 친구도 숨은 곳에서 많은 연습이 있었고, 어릴적 부터 연습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하루에 꾸준히 연습을 하고 있을 거야. 연습이 없고 준비 없이 한번에 모든 것을 잘 할 수는 없으니까"
저녁도 먹지 않았던 딸에게, 먹어야 에너지가 생기고, 기분도 좋아진다고 이야기 하고, 억지로 식사하게 하는데, 어느덧 기분이 좋아져서 밤에는 장난도 치고 이야기도 하게되었었다. 오늘 출근하면서 옆지기가 그러더라.
"자기도 많이 속상한가봐. 자기가 매일마다 기도를 안해서 잘 안됐나봐"
그 이야기를 들으며, 아 아빠의 잔소리는 그냥 잔소리로 끝났나 생각이 들면서도, 어쨌든 연습이 안되는 이유를 찾고 있다는 생각에 안심이 들더라. 결국 에체능을 선택한 딸과 아들 모두 연습은 숙명이다. 물론 천재적인 재능이 뒷바침 되어야 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아이들이 좋아서 선택한 길에서 그나마 방향성과 답을 찾았으면 하는 부모의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딸의 꿈대로 학교 음악 선생님이 되고, 아들도 체육 선생님으로 삶을 살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