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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삐 Apr 15. 2024

Eternal Sunshine.

오늘은 우울도, 외로움도 연덩어리처럼 크게 다가와요. 

잠도 늦게까지 자버려서, 오늘 하루가 정말 고비네요.


살짝 취해있어요. 이틀을 굶은 데다, 새벽까지 술을 마셨거든요.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고, 감성은 자극에 취약해져 있습니다.

바람이 불면 내가 바람이 되어 같이 날아가버릴 것처럼.      

    

이터널 선샤인이란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지금 다시 보려고 해요.


오래 전이기도 하고, 때문에 내용도 잘 기억나지 않기도 하고요.

하지만 분명 보고 나면 내 감성에 내가 잡아먹히고 말 겁니다.

 

이터널 선샤인,

영원한 햇살이라니 너무 잔인한 거 아닙니까?


나의 몸은 흐려져 가는데, 왜 그 흔적만은 영원할까요.


오늘의 색을 외로움으로 더욱 덧칠하는 것들은

사실 내 안에서 요동치기만 하는 기억들이에요.

    

왜 머릿속에서 당신의 흔적은 아름다워질까요.

함께했던 순간은 지나고 나니 왜 이렇게 가슴이 벅차오르죠.

행여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나의 여백은 메워질까요.

그런데 정작 할 수 있는 말은 어째서 '미안해' 한마디뿐인 걸까요.

   

우리 사랑할래요?


사실 사랑은 당신이 아니어도 됩니다.

적당히 맞고, 적당히 맘에 들면 우린 사랑한다고 말하죠.

반드시 당신이 아니어도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렇게 흘러가고 나면.


당신이 아니면 안 되는 거예요.


우리가 쌓아온 시간들은 오롯이 우리의 것이죠.

당신이 없어지고 나면 몽땅 뭉텅이로 잘려나간답니다.


그 새살이 돋아나려면 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외로워해야 하는지.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오늘 나는 아마 많이 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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