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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삐 Apr 12. 2024

나랑 친구 좀 해줘.

예고라도 하고 찾아와 주던가.

고독과 우울은 농담마저 무색하게 합니다. 매주 방영되는 리얼리티 쇼도, 그리고 온갖 저질스러운 말도 나의 얼굴을 미소 짓게 만들진 않죠. 그렇기에 나도 이제는 농담할 줄 모릅니다. 나의 고독과 우울은 자신들과 친구가 되는 것을 원치 않고 그저 내 안에 조용하게 똬리를 틀고 앉아 있다가 어느 날 내가 약해지는 순간 사납게 공격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결코 '농담'을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될 수 없습니다. 이 감정들은 도무지 규칙도 없습니다.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알 도리도 없습니다. 무차별적으로, 산발적으로 일어나기에 나의 기분은 늘 롤러코스터를 탄 것과도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내게도 이젠 규칙이라곤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저 '우울한 날'과 '덜 우울한 날'만이 있을 뿐입니다. 모든 나날들이, 계절과 상관없이 하늘은 회색빛이 되고 서늘한 바람이 내 가슴 안으로 파고듭니다.    



만약이라도, 내 우울과 고독에 규칙이 존재한다면 나는 이것들과 조금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언제 언제 우울해지려나' 정확한 시간 약속을 잡고 기다리다, 때마침 찾아오는 이 감정에 손을 어루만지며 이러쿵저러쿵 수다를 떨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일정한 규칙이 없다는 것이', 이 감정과 나의 '규칙'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내 성격상 모든 것에는 규칙이 있어야 합니다. 해가 지면 그다음은 달이 떠오르고, 새가 앉았다 떠난 나뭇가지는 파르르 떨려야 하며 시간이 지나면 새 계절이 오고 우리도 어김없이 나이를 먹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제일로 중요한 것은 인터넷 쇼핑으로 주문한 물건은 적어도 이틀 후에는 꼭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규칙 없이 찾아오는 나의 발작과도 같은 울음은 어쩔 도리가 없군요. 어쩌면 나는 언젠가부터 나의 병을 즐기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무좀이나 뼈가 부러진 것보다 차라리 경계성 인격 장애와 조울증이 뭔가 더 있어 보여서 일까요?


사실 많은 예술가들이 나와 같은 병에 걸려 괴로워하면서도 많은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물론 스스로 걸출한 예술가라 생각지는 않습니다만. 사실 내 병을 통해 나는 글을 쓸 원동력을 얻는 듯합니다.     


한없이 가라앉아 바닥에 침잠해 있거나 세상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일은 저에게 많은 것을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마음의 고통을 는 내가 쓴 글이 비록 어둡고, 궁상스럽긴 하겠지만 이 시대에 놓인 현대인들에게 어쩌면 누군가 공감할 수 있는 구석이 조금은 있을 거란 생각을 해봅니다.     


불규칙성의 규칙 속에서 어렵사리 내가 토해내 온 글들.

그러니 부디 계속 읽어주시겠어요?     


늘 즐겨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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