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텅 빈 맥주 캔을 흔들다가,
백사장에 내던지곤 훌쩍 두렵다고 했다.
홀로 있는 순간이 오면 너무나 두려워서
몸이 찢기는 듯이 아프다고 했다.
고개를 끄덕끄덕하던 파도가
노을과 엉켜 백사장에 닿더니,
작은 구슬이 되어 우수수 쓰러졌다.
바람조차 네 앞에서는 고개를 돌려 감히 스치지 못했다.
외로움이 두렵지 않느냐는 너의 물음에
외롭지 않으면 무엇으로 살겠느냐고 되물었다.
외로우니까. 외롭지 않으려고 바락바락 애쓰는 모습이
어쩌면 오히려 날 가득 채우지 않겠느냐고.
결국 부서질 걸 알면서도
백사장을 만지고 싶어 하는 파도의 질긴 외로움이
때로는 뭉클하지 않으냐고.
네 맑은 눈망울에 비치는 내가
내 흐릿한 눈길에 비치는 네가
사무치게 외로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