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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삐 Apr 12. 2024

외로움이 아니면 무얼로 살까요.

너는 텅 빈 맥주 캔을 흔들다가,

백사장에 내던지곤 훌쩍 두렵다고 했다.


홀로 있는 순간이 오면 너무나 두려워서

몸이 찢기는 듯이 아프다고 했다.

     

고개를 끄덕끄덕하던 파도가

노을과 엉켜 백사장에 닿더니,

작은 구슬이 되어 우수수 쓰러졌다.

바람조차 네 앞에서는 고개를 돌려 감히 스치지 못했다.     


외로움이 두렵지 않느냐는 너의 물음에

외롭지 않으면 무엇으로 살겠느냐고 되물었다. 

    

외로우니까. 외롭지 않으려고 바락바락 애쓰는 모습이

어쩌면 오히려 날 가득 채우지 않겠느냐고.     


결국 부서질 걸 알면서도

백사장을 만지고 싶어 하는 파도의 질긴 외로움이

때로는 뭉클하지 않으냐고.     


네 맑은 눈망울에 비치는 내가

내 흐릿한 눈길에 비치는 네가   

  

사무치게 외로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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