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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삐 Apr 12. 2024

연애는 포켓볼이 아니에요.

대학생 시절 포켓볼에 미쳐있었던 기억이 난다.

6개의 홀 안의 그저 나의 공을 밀어 넣으면 되는 꽤나 단순한 게임.  

   

나는 항상 공을 '세게' 쳤다. 소위 말하는 '삑사리'가 나도 말이다.

똬! 하는 소리가 나면서, 빠른 속도로 구멍에 빨려 들어가는 소리가 좋았다.


천천히 스며들어가듯 부드럽게 큐대만 밀면 되는 형국인데도

굳이 온 힘을 다해 강하게 쳤기에, 기회를 날려먹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경쾌함에 사로잡힌 고집을 꺾진 못했다.     

포켓볼을 그만둔 지는 정말이지 너무나 시간이 지났다.


다만, 공을 강하게 치는 버릇은 아직 변하지 않았다.     

어쩌면 나의 목적은 홀 안에 공을 밀어 넣어 점수를 얻는 것이 아니라,

강하게 밀어붙여 목표를 달성했다는 '성취감'이었던 것 같다.     


따지고 보니 '나의 연애'도 마찬가지. 항상 쏟아내는 편이었다.


단 하나의 방향을 정해두고 모든 힘을 발산해 버리는데,

그 대상은 어떤 목적이라기보단 내 딴에 '애정'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나의 사랑은 급했고 거칠었고, 무엇보다도 넘쳐났다.     

명절날 오랜만에 찾아온 손자에게 

도무지 소화시킬 수 없는 양의 음식을 차려주는 할머니의 마음처럼.

그렇게 감당 못할 마음을 주곤 했다.     


물론 상대는 고마움을 표시했지만, 반면에 나의 사랑을 버거워했다.

반대로 나는 여과되지 못한 마음이 너무 많이 남아서 서운해하곤 했다.


내 마음을 많이 많이 떠먹는 사람이었다면 좋았겠지만.

그것은 분명 흔하고 쉬운 일은 결단코 아니었다.     


나 스스로를 솔직히 표현하는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다며,

이렇게나 마음을 많이 줘버리는 나 자신을 다독여야만 했다.     


사실 이미 알고 있었다.


아무리 많이 주고, 많이 고백해도.

미처 상대에게서 흡수되지 못한 내 마음은 온전히 전해질 수 없음을.     


아스라이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겉껍질을 만들어간다.

          

조금 덜 말해도 괜찮다.


조금 덜 표현해도 괜찮다.


조금 더 기다려도 괜찮다.     


조금 떨어져 걸어도.


괜찮다.     

나는,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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