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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성훈 Mar 06. 2023

세상에서 가장 마법같은 곳

영화 <바빌론>을 보고

세상에서 가장 마법 같았던 곳에서 벌어졌던 한낮의 꿈같은 이야기들.


그들은 특별하고 싶었다. 근사한 인생을 살고 싶었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것, 영원히 남는 어떤 것을 하고 싶었다. 그것이 그들에겐 영화였다. 하지만 시대가 지남에 따라 그들의 역할은 바뀌어 간다. 어떤 특별한 이유 없이, 그저 그렇게 되어간다.


그들의 공통된 매개는 영화였다. 인기 배우와 자막 편집자, 영화 평론가, 그리고 영화판에 뛰어들고 싶었던 두 젊은이와 악기 연주자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잭이 레이디 페이 주와 대화를 마치고 객실로 돌아가던 장면이었다. 그는 그녀와의 대화에서 “한 바탕 잘 살지 않았어, 나?”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유럽으로 가는 주에게 “늘 최고였으니까”라고 한다. 잘 나가던 배우에서 어느새 지는 별이 되어버린 잭 콘래드, 그는 더 이상 자신이 특별하지 않음을 관객들을 통해, 소속사를 통해, 비평가를 통해서 느끼게 된다. 그리고 결국 스스로 자신의 생을 마감한다.


그는 어째서 그런 선택을 했을까? 나도 내가 소중하게 여기던 것들, 나의 가치가 부정당했을 때가 있었다. 어떻게 보면 고작 5년의 시간이었겠지만 그 시간을 부정당한다는 것은 크나큰 상처였다. 수십 년간 배우 생활을 하였고, 마법 같았던 곳에서 누구보다도 빛났던 그였기에 현재의 상황이 자신이 걸어온 길을 부정당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걸까?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그 또한 누군가의 인정이 필요했던 것 같다. 자신의 재능을 인정해 준 조지와 같이. 그리고 주에게 자신이 잘 살았음을 확인했던 것 같이. 그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지만 결국 자신의 삶에 대해 긍정하며 삶을 마감한 것은 아니었을까. 복잡한 생각이 든다.


영화에 압도되어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관객이 다 같이 영화를 보고, 영화의 변천사가 흘러가는 장면에선 이 바빌론이라는 영화가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하나의 멋진 찬사처럼 느껴졌고,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영화의 형태는 바뀌었을지라도 영화가 사람들에게 주는 가치는 여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는 때론 한 사람의 삶의 궤적을 바꿔놓기도 한다. 영화와 함께 관객들은 때론 울고 때론 웃는다. 매니는 긴 시간이 지나 홀로 극장을 찾는다. 그리고 눈물을 흘린다. 그 눈물은 어떤 의미였을까? 춤을 추고 싶어 했던 넬리에 대한 회상일까, 여전히 영화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음을 확인한 것에 대한 감동이었을까, 자신의 지난 삶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의미였을까. 어떤 의미로든 그의 삶은 영화를 보기 전과 후, 달라지겠지.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음악 영화를 보고 나서 우연히 찾은 와인바와 그곳에서 들은 여행 이야기, 그리고 오늘 하루는 마음껏 헤매고 싶었지만 결국 무사히 집에 도착해서 평소 가보고 싶었던 공원을 가보았으나 별 거 없었고 다리나 삔 이야기. 어찌 됐든 평소라면 안 했을 것들을 했다. 그래, 영화는 여전히 마법 같은 곳에서 만드는 마법 같은 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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