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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um Nov 23. 2022

전화위복 轉禍爲福 #2

또 다른 기회

“그건 이율배반적인 작품 아니에요?”

“미학적 관점에서 이 재료를 사용하였습니다.”




8월 말 서울 일정을 위해 머물 집에 도착해서 주차를 하고 5일 동안의 서울 생활이 조그만 방에서 시작되었다. 다행히 두 군데의 일정이 비슷한 시기에 잡혔다. 직업이 두 개라서 시간에 쫓겨 소화하는 일이 많다. 신경 쓸 일이 너무 많아서 이번 휴가도 반납하고 일주일 안에 보람 있게 보내자며 좁은 방이 호텔이라 생각하고 맛집을 탐방하면서 에너지를 비축했다.

내일은 인터뷰 날이다.

오랜만에 서울에서의 생활이라 돌아다니고 싶지만 다음 달 전시를 위해 방 안에서 포장해 온 음식을 먹으며 작업에 몰두하였다.


어제 작품 반출하러 갔던 장소는 수많은 작품이 걸려 있었고 나의 작품은 전달받은 대로 한쪽 벽에 캡션도 없고 덩그러니 세워져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나의 선택으로 수상을 포기했던 전시장소에서의 온도는 나를 불편하게만 하였고 내심 계속 마음이 무겁기만 하였다. 얼른 그림만 가지고 빨리 가고 싶었다. 반출 시간이 돼서 얼른 작품을 다시 포장하고 나오는데 씁쓸하다.

만약 독일이었다면 권위 있는 행사에서의 결정을 절대 번복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정된 것을 바꾸지 않는 논리는 독일만의 문화여서 독일 문화에 익숙했던 난 사실 한국의 공모전에서 수상을 포기당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오랫동안 안정을 못 찾았다. 이런 마음으로는 내일 인터뷰도 망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불안해서 작년에 1차 합격을 한 직장 동료가 있어서 인터뷰의 사전질의가 무엇인지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안녕하세요, OO 선생님 혹시 작년 여기 인터뷰 내용을 물어봐도 되나요?”

“네네, 별말 없었고 부산에서 오느라고 피곤하지 않았냐” 이런 거 물어봤어요.

“아^^ 그럼 긴장 많이 안 해도 되겠네요.. 사실 많이 긴장이 되거든요.”


한국에서의 첫 인터뷰 형식의 자리라서 무슨 질문을 할지 몰라서 긴장이 많이 되었다. 우연히 작년에 서류전형에 붙은 동료 한분이 자기도 거기서 인터뷰했는데 결국 떨어졌다며 아는 지인은 10번을 지원했지만 다 떨어졌다며 붙기 힘들다는 말로 상황을 냉철하게 말해주었다. 그 말을 들으니 기대보다 좋은 경험으로 마음을 비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공모전들을 보면 나이에서 대부분 제외가 되었기 때문에 한계를 미리 생각하고 상처를 미연에 방지하는 연습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나이 들어서 유학길에 접어들어서 꽉 채워서 귀국을 했으니 40대 나이로 이 정도까지 인정받은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검증된 집단의 타인 또는 세상의 인정은 중요하다. 이런 과정에서의 인정은 몰입과 성취도를 이끌어내는 또 다른 메타포이기 때문이다. 동료 덕분에 긴장감은 풀었으나 어떤 변수가 작용할 수 있으니 작품의 모티브를 계속 곱씹는 것으로 잠을 청했다.




1시간 일찍 도착한 주차장은 전기를 아끼려고 하는 기업적 의도인지 다른 곳과 다르게 어두웠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15분 전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잠시 대기하라는 의자에서 10분 정도 있으니 호명과 함께 이동할 방으로 안내해 주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니 중년의 여성분께서 맞이해 주었고 본격적인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환경에 관심이 많으세요? “

„세계적인 사회문제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선들이 몰리는 곳에 챙겨보는 편입니다. “

(이하 생략)

„작품의 재료도 쓰레기인데 이율배반적인 것 않으세요? “

“제 작품은 모티브와 과정이 중요합니다. 임팩트한 재료의 구성은 작품의 질을 높여주는 것을 의도한 것입니다. “

„기대를 많이 한 작품인데.. 알겠습니다. “

„네 “

인터뷰는 끝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많은 생각이 든다.

KRITIK 크리틱이다.
사소한 질문이 아니었던 것이다.
작품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했다.

보통 가치가 있는 작품들은 비평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기분이 좋다. 그렇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니 인터뷰중 심도깊은 비평만으로 만족할 수는 없다. 걱정과 긴장이 되지만 이미 지나간 것으로 에너지를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집으로 가자. 서울의 도로는 너무 복잡하지만 거칠게 운전하는 부산보다 훨씬 나았다.


드디어 인터뷰와 작품 실물 심사가 마쳤고 작품을 얼른 가지고 부산으로 향하였다. 오늘도 장대비가 쏟아진다. 폭우로 위험한 상황에서 운전자가 조심해야 하는 것 몇 가지만 기억하고 빗속에 5시간 넘게 운전하는 데만 집중해본다.


(#3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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