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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um Nov 24. 2022

전화위복 轉禍爲福 #3

또 다른 기회

다음 달 9월 전시 때문 부산에 와서 일과 작업에 정신없이 보내고 있다. 며칠 뒤가 주말이니 여행 독은 그때 풀기로 했는데 두통이 온 걸까? 열이 있어서 해열제 약을 먹고 다음날 코로나 검사를 하기로 했다. 편의점에서 사둔 자가진단키트는 음성으로 나와서 몸살이라고 생각했는데 스멀스멀 고열 증상이 몸을 가누지를 못 할 정도였다.


내일까지 공모전 지원 서류 마감일인데 걱정이 되었다. 편집해서 이메일로 보내려면 적어도 2시간 정도 필요한데 머리가 아프니까 집중할 수가 없었다. 아침에 병원을 갈 계획을 잡고 약을 먹고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났지만 너무 열이 나서 병원 갈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뒤척이다 안될 것 같아 운전은 힘이 드니 겨우 옷을 입고 집을 나가서 택시를 타고 병원에 도착했는데 점심시간이다. 이비인후과 복도 앞 쓰러질 것 같아 나란히 붙은 의자를 보자마자 누웠다. 점심시간이 끝나려면 30분 이나 기다려야 했다. 어제 서류의 반 정도는 작성했으니 얼른 완성해서 마감 시간 2:00까지 메일로 보내야 했다.

휴~~ 겨우 마감 10분 전 보냈다. 수신 확인을 해야 하니 전화를 해서 담당자님께 수신을 확인하고서야 쉴 수 있었다.

잠시 후 이비인후과 입구 문이 열렸다. 겨우 일으킨 몸으로 데스크에 가서 접수를 했다.


„환자분! 38.6도예요 “

“의사 선생님, 자가진단키트는 음성이지만 의심돼서 왔어요. 독감도 함께 검사해 주세요”

“네, 열도 높고 인두가 많이 부었어요. 지금 주사실로 가셔서 바로 수액 맞을게요. 그리고 한 시간 뒤에 신속항원검사와 인플루엔자 검사하러 이동하시면 됩니다.”

„네 “

주사실 안에 침대에 누워 2시간 30분 동안 수액 맞으며 쉴 수 있다. 공모전 접수는 무사히 마쳤으니 이제는 오늘 일정들을 다 취소해야 한다. 얼른 사진을 찍고 취소하고 나서 눈을 감았다.

“코로나 확진입니다. 오늘부터 격리 들어가시면 되고요 내일 보건소에서 아침에 지침 사항을 문자로 보내드릴 거예요.”

“네”

수액을 맞아서 열은 내려서 살 것 같았다.

다행히 9월 말 부산 전시를 오픈하고 코로나 확진이라서 집에서 온전히 쉴 수 있어서 감사했다.




10.12일 아트강남프라이즈 공모전 수상자 최종 발표날이다. 토요일 오전에 발표라고 했는데 아무런 소식이 없다. 순위권에 들어가면 다음날 시상식에 참석해서 수상하기 위해 서울에 가는 스케줄이다. 다른 공모전과 다르게 일요일에 시상식이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전화벨과 메일 알림이 울리지 않는다. 떨어졌구나 생각하고 긴장이 풀어진 탓에 낮잠이 몰려와 잠이 들었다.

rrrrrrrrrrrr

전화벨 소리에 잠이 깨었다. 시간은 오후 4시가 넘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수상 축하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내일 오후 2:00 시상식에 오실 수 있으신가요? “

„어떤 상인지 여쭤봐도 되나요? “

„그건 시상식 때 알려드린다고 해요.“

“아.. 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작가님, 혹시 같이 오시는 분은 몇 분인가요? “

„전 동행자가 없고 혼자예요. 부산에서 올라가서요. 내일 뵐게요 “

„네, 작가님 알겠습니다. 내일 뵐게요 “


시상식 장소가 고속버스 터미널과 가까워서 고속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오랜만의 서울행 고속버스라서 여행하는 기분이다. 하지만 즐기는 기분보다 긴장감이 더 든다.

어젯밤 잠을 설쳤는데 졸리지가 않는다.

무슨 상일까?

5시간 후에 결과를 알 수 있다는 이 시간이 설레기도 하고 긴장된다. 모든 수상자들이 나와 같은 마음 같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시상식 장소에 1시간 일찍 도착했다. 배가 고프기도 하고 긴장을 풀기위해 근처 맛집에 가고 싶었지만 늦으면 안 되니 근처에서 요기하고 15분 전 갤러리에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수상하실 작가님이세요? „

„네, 맞아요 “

„작가님, 음료는 무료이니 편안하게 드시면 되고 아무 때나 앉으시면 되세요. “

„네, 감사합니다. “


가족들과 같이 앉으라고 테이블마다 두세 개의 의자가 있었다. 난 아메리카노를 들고 아무도 없는 테이블에 앉았다. 시상식에 앞서 아름다운 하프 연주가 시작되면서 긴장감이 완화되었다.

인기상 2명, 우수상 4명, 최우수상 1명인데 호명되기까지 시간이 길게만 느껴졌다. 빨리 나의 이름이 호명되었으면 했다.

드디어 시작했다.


“우수상 OOO 작가님! 축하합니다! OOO 작가님에게는 5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됩니다.”


나의 이름이 호명되고 앞으로 나가서 류재현 감독님께서 주시는 상장과 꽃다발을 받았다. 공식적인 첫 수상이다.

혼자 온 나를 위해 담당자님께서 친히 사진도 찍어 주시고 인증샷도 남겨주시고 친절하게 톡으로 보내주셨다.

2022년 아트강남프라이즈 시상식

둘러보니 가족들끼리 축하하는 분위기였다. 난 얼른 부산에 내려가야 해서 관계자분들께 인사드리고 시상식장에서 나왔다.

부산 가는 KTX 기차가 전부 매진이라서 하나 남은 제일 뒤쪽 고속버스 좌석을 겨우 구매했다. 오후 6:40분 부산행 고속버스 안에시상식때 받은 꽃다발 꽃향기가 물씬 난다.

이랜드재단 13기 공모전 선정작가 인증서

저번 8  번째 S공모전에 우수상에서 포기되었던 무거웠던 마음을 9 이랜드 선정작가소식에 이어 10 K공모전에 우수상으로 나의 마음을 가볍게  주었다.


전화위복 轉禍爲福 이다!

내려오는 버스 안 너무 피곤하지만 기쁘다. 보상받은 기분이다.


초심과 겸손을 잊어버리면 작품은 작가의 외적 필연성으로 가치는 없어진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나를 소양시키는 날들을 잊지 않기 위해 노트화하는 이 시간들이 소중하다.

그리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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