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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릇 Mar 30. 2023

영화<차별> GV 공동체 상영회 현장 르포

조선학교에 다닌 재일조선인으로서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2023년 3월 29일(수) 18시 30분에 씨네Q 신도림에서 영화 <차별>의 공동체상영회와 GV가 열렸다. 이 행사는 구로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지구촌동포연대, 이스크라21, 주식회사 디오시네마가 주과했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했다. 선착순 신청이 빠르게 마감되고 약 100여명의 관람객이 자리해 행사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박동찬 대표(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가 모더레이터를 맡고 김지운 감독, 강하나 배우, 신혜영 센터장(이주배경청소년문화교류센터 투소프카), 최상구 대표(지구촌동포연대)가 질의응답에 참여했다.


1. 재일동포 문제에 주목하고 영화를 만든 계기는 무엇인가.

김지운 감독: 2009년 일본 방문 전에는 영화를 만들 정도로 관심이 크지 않았다. 조선학교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이나 선입견들이 있었는데 재일조선학교를 방문하면서 이 생각들이 깨졌고 오히려 자주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일본을 왔다갔다하면서 큐수 고꾸라 지역의 동포 단체들 얘기를 듣기도 했다. 단체 활동을 기록하면서 <항모>라는 조선족 재일 동포들에 대한 영화를 찍었다. 활동가들의 입국 가능여부도 정권에 따라 달라졌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는 금지됐고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비교적 자유로웠으며 문재인 정권 당시엔 거의 100% 입국 가능했다. 이 영화를 촬영하던 중 영화에 등장한 일본 고교 무상화 소송이 진행된 것이다. 히로시마에서 첫번째 판결이 났는데 한국의 뉴스에는 나오지 않고 당시 지인들의 페이스북에만 소식이 올라왔다.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히로시마 1심 패소를 듣고 법원 앞에서 울부짖고 오열하는 모습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9일 후 오사카 1심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알던 하나 님, 알고 지내던 동포가 있던 덕에 촬영을 시작했다. 다행히 1심은 승소해서 (잠들어있던)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기사를 썼고 기록을 시작했다. (웃음)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년 촬영하고 2021년도에 완성을 하게 됐다. 편집에는 1년정도 걸렸다.


2. 일본의 고교무상화 정책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최상구 대표: 무상화 정책이 논의되던 시점에는 조선학교 적용을 유보했는데 아베 내각이 들어서면서 법을 바꿔가며 조선학교만 배제시켰다. 도쿄는 금요행동, 오사카는 화요행동, 한국은 금요행동, 부산은 목요행동을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 2010년도에 이 제도를 시행할 때 당시 정책 목표가 2가지였다. 하나는 교육 기회 균등이었고 다른 하나는 교육 무상화 적용할 때 정치적인 고려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조선학교가 해당될만한 기존 규정은 삭제됐다. 당시 변호인단은 적용규정이 없다는 피고에 규정 삭제 전 적용 조항이 존재했다는 점으로 반박했고, 회계 의혹에 대해서는 장부 공개로 맞섰다. 의혹만으로 정책 적용을 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제시한 것이다.


3. 조선학교 보육수당 배제를 비롯해 헤이트 스피치 등 일본 사회 내 재일조선인 차별은 만연하다. 차별적 현실은 어떤 양상인가.

최상구 대표: 넷우익이 활발해지면서 인터넷을 넘어 혐오세력이 현실로 나왔다. 헤이트 스피치처럼 말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헤이트 크라임까지 발생한다. 조선학교 정문에서 난동을 부리기도 한 것이 그 예다.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당시 학생 중 일부는 연필을 뾰족하게 깎고 다닌다고 하는 등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경우가 있었다. 차별의 역사는 유구한데, 올해가 간토대학살 100주기라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간토 대학살은 당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허위 소문으로 6천여명이 살해된 사건인데 이후로도 재일 조선인에 대한 차별은 이어지고 있다.


4. 강하나 배우님은 조선학교를 직접 경험한 당사자기도 하다. 일반학교와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강하나 배우: 조선학교에서는 재일동포로 떳떳하게 살아가기 위한 교육을 한다. 우리 말과 글을 배우고 역사나 춤 등을 다양하게 배운다. 역사는 오해가 많은 부분이다. 북한과 한국의 모든 역사를 현대사로 가르친다. 재학생 중 고향이 남쪽인 학생이 8-90프로다. 다만 조선학교에 경제적 지원을 비롯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준 것은 북한이기 때문에 북한을 우리나라라고 명칭한다. 한반도에 뿌리를 둔 재일동포라고 인식해주면 될 것 같다.


5. GV 장내에 있는 사람들이 느낀 감정도  일본에 대한 분노, 재일동포 사회와의 연대, 차별 없는 사회에 대한 염원 등 천차만별일 것 같다.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김지운 감독: 마지막 장면의 학생 인터뷰에 대한 질문이 가장 많다. 북한 학교 학생으로 쉽게 생각을 하는데, 이 문제를 가장 많이 생각해달라고 마지막 씬을 그 인터뷰로 넣었다. 과연 남북의 문제가 단순히 학생들의 몫일까라는 고민해주면 좋겠다. 정체성은 식민의 역사, 분단의 역사, 한반도의 역사라는 것을 기억하면서 조선학교 학생들에게 남아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다. 조선학교가 물론 조총련계 학교는 맞다. 그런데 북한 학교인가라는 질문은 또 다른 문제다. 북한을 지지하는 것이지, 북한 학교는 아니고 그 정체성도 다르다. 북한을 지지하는 교육을 배제하고 차별하는 게 맞냐는 고민을 독자에게 돌린다.


6. 이주배경 청소년 문화 교류센터에서도 이번 GV에 함께 해주셨다. 센터에 대한 소개와 함께 이주배경 청소년을 설명해달라.

신혜영 센터장: 센터는 본인 또는 부모님이 이주를 경험한 9-24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 부모님의 이주는 국제결혼 가정(흔히 생각하는 다문화 가정, 중국, 러시아권이 다수다) 자녀다. 본인 이주는 난민가정이나 중도입국 청소년, 이주노동자 자녀들이 있다. 영등포 문예예술창작촌에 센터가 위치해있는데, 영등포가 이주민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진학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크다. 중도입국 청소년과 동포 자녀들이 많은데 그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한국어와 사회적 인프라 제공이다. 교육부, 여가부, 법무부가 살짝씩 차이가 있다. 교육부는 학교 다니는 학생을 기준으로 학생 수를 세고, 지원하기 때문에 실제 지원이 필요한 청소년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개인적으로 최근에는 후기 청소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15-16세에 원치 않는 환경 탓에 한국으로 이주한 청소년이다. 이들과 상담해보면 친구가 없다, 다시 학교를 다니려면 스무살에 고1, 고2로 가야한다 등의 고민이 가장 많다. 게다가 대림동에 거주하며 한국어를 안배워도 일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덧붙여 본국에서 오랜기간 방치됐다가 오는 경우 역시 학습 결손으로 인한 여러움을 겪는 청소년이 있다. 가정상황에서 따라 차이점가 있긴 하다. 한국에 왔더니 영유아기 동생이 1-3명인 경우도 있고, 동생을 책임지며 돌봄 노동을 전담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빠른 경제적 독립을 원하는 경우도 많다. 정서적인 불안이나 어려움도 있다. 센터가 할 수 있는 부분이 한정적이라 한계점을 느낀다. 그리고 본국에서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이 언어 차이로 인해 벽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뿐만 아니라 20살부터는 체류 비자를 받기도 어려워진디. 센터를 만든 이유도 학생들이 겪는 여러 어려움을 지원하는 데 있었다. 영화를 보며 조선학교 청소년과 비슷한 결을 발견하기도 했다. 특히 출입국적인 부분에서의 배제가 와닿았던 것 같다.


7. 강하나 배우님은 역사를 다룬 영화에 주로 출현했다. 재일동포배우라는 정체성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강하나 배우: 조선학교를 다니면서 당연하게 재일동포라는 정체성을 가지며 살아왔다. 초등학교 때부터 교육을 받았고 당연하게 일본에 사는 재일동포라고 생각해왔다. 한국인도, 일본인도, 북한인도 아니다. 한국에서 활동을 할 때, 예컨대 귀향이나 차별같은 작품을 통해 재일동포들의 삶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려 한다. 한국에서 활동을 하더라도 재일동포로 살 것 같다. 교육을 받은 곳이 일본이고 받은 교육은 재일 조선인 교육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에 대한 인식도 상당히 다르다. 일본에서 극단 활동을 계속 하며 재일조선린을 알리는 작품 활동을 했었는데 배우를 하면서 전세계인들에게 재일동포들을 알리고 싶었다. 일본에서는 활동이 어려울 것 같아서 한국에서 활동을 할 예정이다.


Q&A 세션


1. 일본 고급학교 안에서 주체사상을 배우는지 궁금하다. 북한에 대한 거북스러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상교육 지원에 대해 일본 정부가 쉽게 태도를 바꿀 것 같지 않은데, 영화작업 외에 재외동포를 위해 활동 생각하는 것이 있나?

김지운 감독: 교과목에 주체사상이 있지는 않다. 역사 수업을 통해 배우기는 한다. 1960-70년대에는 조선현대사라는 과목이 있었으나 90년대 즈음에 없어졌고 남한을 부정적으로 기술하는 부분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고 객관적인 기술에 그친다. 우리는 북을 악마화하는 경우도 있는데 다양한 수업을 받는 점은 인상적이라고 생각한다. 되려 일본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영화를 2년간 촬영하면서 제일 놀랐던 부분은 이 소송에 연대하는 일본인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이었다. 여기에는 인권변호사, 시민단체, 일반 시민 등 다양한 주체가 포함된다. 일본에서 살아가며 연대하는 사람이 많고 이들의 힘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낀다. 학교에 부족한 것이 있으면 물품으로 지원하기도 자기가 가진 재능을 기부하기도 한다. 예컨대 이 영화처럼 영상 촬영 가능한 내가(감독이) 영화를 만든다는 것도 일환이다. 지식인들은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지원하기도 한다. 북에 대한 불편함은 당연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훨씬 더 좋은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학교를 중심으로 재일조선인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관계가 자유롭게 유지되는 모습도 있기 때문이다. 조선학교를 보는 시선은 접한 사람의 배경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한국의 선생님들을 모시고 조선학교를 가면 학생-교사 간 관계를, 공동체에 관심이 많은 분들을 보시고 가면 마을 공동체가 7-80년 유지되는 방식을 보기도 한다. 통일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통일이 현실화된 예시라고 보기도 한다.


2. 패소 이후에 화면에 등장한 여성분이 ‘당당히 가슴 펴라, 부정판결이지, 정체성이 부정 당한건 아니다’ 라는 말이 메시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데올로기적인 이야기가 영화에 나오긴 했지만 대한민국에서는 교육을 받을 때는 북한에 대해 어떤 교육을 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영화에 등장하는 조선학교는 다양한 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환경같았다. 북한의 지원은 별도로 하고, 한국정부 차원에서는 조선학교에 대한 지원과 교류가 없었나.

김지운 감독: 일본에는 민당계 학교 4개가 있는데 한국은 그런 학교에 대해 지원하고 있다. 대체로 민간단체에서는 지원하고 있다.


3. 영화를 보며 일본 정부가 조선학교를 치사하고 졸렬하게 차별한다고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학생들이 진학하고 그 안에서 단단한 공동체를 구성해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원동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김지운 감독: 해방 후 가장 찾고 싶었던 게 자기 정체성이 아닐까 싶다. 해방 이후에 조선사람이고 싶다는 감각으로 우리말과 문화를 가르친 게 국어 강습소의 시작이다. 그러나 이 강습소는 1948년에 미군정에 의해 사라진다. 49년엔 0개가 된다. 일본 전역 6백개를 1년만에 없애버린 건 그 수도, 현상도 신기한 부분이디. 1955년도에 다시 학교가 만들어지는데 지키고자 했던 핵심이 언어였다. 이후 1957년도쯤 되었을 때 북한 정부가 재일조선인을 해외공민 자격의 국민으로 인정한다. 반면 한국정부는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일본 국적으로 살아가라는 기민정책을 운영했다. 재정적·정책적 지원은 북한이 더 적극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계속 재일조선인은 입장을 내고 있지만 한국정부는 단 한 번도 성명을 낸 적이 없다.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에 질문하면 외교부와 통일부 간 책임넘기기 핑퐁이 이어질 뿐이다.


4. 다른 재외동포와 비교해보면 정체성이 독특하다고 느꼈다. 예컨대 재미교포는 미국인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재일조선인은 재일조선인이라고 밝힌 모습이 대조적으로 비춰진다. 자기분열적인 고민 과정은 없었는지, 어떻게 정체성 결론에 다다랐는지 궁금하다.

강하나 배우: ‘나는 누굴까’라는 질문을 많이 했다. 일본에 있을 때는 조선학교에 다닌다고 차별을 받았다. 하나라는 이름이 있어서 일본에서는 ‘한국인이야?’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고 동시에 일본어를 잘하니까 왜 이렇게 잘하냐는 질문도 받는다. 그럼 자이니치라고 한다. 한국에서 재일동포라고 하면 일본에 언제 갔냐고 묻는다. 북한에서는 재일동포 교육이 따로 있기 때문에 환영해주는 분위기긴 하다. 다 반응이 다르다. 정체성과 글을 가르쳐준 것은 조선인 커뮤니티이기 때문에 결국 마지막에 재일동포라는 지점에 다다른 것 같다.



영화<차별>

2023년 3월 22일 개봉한 작품으로, 2010년에 조선 고급학교 10개교가 일본의 고교 무상화 정책에서 유일하게 제외된 사건을 기반으로 한다. 영화는 2013년부터 국가를 상대로 무상화 지원금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 과정을 추적해간다. 2021년 제13회 DMZ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아시아발전재단상'을 수상했다. 2023년 3월 30일 기준, 영화관에서 절찬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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