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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릇 Jan 19. 2023

사는 게 빠듯해서 늘어놓는 푸념

요즘 애들은 뽑아놨더니 다 이직한다더라


모부와 함께 하는 저녁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이미 경제 활동을 30여년 가까이 이어온 그들은 직장에서도 꽤 결정권이 있는 자리에 있다. 새로운 사람들을 채용하려 해도 잘 뽑히지 않고 뽑아도 금새 이직해버린다는 게 고민의 핵심이었다.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가 되물었다. 월급 얼마나 주고 고용형태는 어떠하냐고 말이다. 다 한시 계약직에 월급은 200 남짓이었다. 그런데 이중취업은 또 안되어서 투잡도 안된다고 했다.


내가 일했던 직장도 별반 다를 바 없었다. 150여명이 넘는 인원이 한 공간에서 일을 했건만 식대도 없고 노동조합도 없고 임금은 최저시급보다 몇백원 더 주는 정도였다. 서울에서 고양이 두 마리와 미래의 나를 부양하며 살아가려면 최소한 300은 필요하다. 비혼이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먹여살릴 인간이 없어서 그나마 이 정도다.


월급을 200받으면 그 중 50만원은 월세로 나간다. 30만원은 은행 이자, 15만원은 관리비와 각종 공과금이다. 이미 95만원이 사라졌다. 남은 105만원 중 50만원은 청년절망적금이 가져간다. 그래도 나중에 돌려받는 적금이니까, 미래에 어떤 일이 생길 지 모르는데 그 정도는 저축을 해야지. 자 이제 남은 돈은 55만원이다.


55만원의 사용처는 아주 쉽게 3가지로 나뉜다. 우선 20만원은 각종 여러 사회 단체들의 후원금으로 나간다. 돈을 벌기 시작한 스무살부터 정기후원을 계속 이어오고 있는데 알음알음 늘어나서 이젠 열댓곳 정도 후원하고 있다. 나머지 20만원은 우리집 고양이를 부양하는 데 쓰이고 있다. 사료와 간식, 모래와 장난감 등 필요한 소모품들이 많기 때문에 한 달에 20만원 정도 지출을 잡는다. 남은 돈은 15만원이다. 한 달 생활비다. 이걸로 각종 통신비와 정수기 렌탈비, 식비를 감당한다. 식비는 10만원 정도로 매 주 2-3만원 정도 사용할 수 있다. 알뜰하게 쓰기 위해 집 앞의 시장을 이용한다. 10만원은 온누리상품권을 모바일로 구매하고 장 보는 데 이용한다. 이외의 지출은 삼간다.


사는 게 빠듯하다

그래도 우리집 고양이들이 맛있게 밥을 먹고 식빵을 굽다가 늘어진 찹쌀떡처럼 낮잠 자는 걸 보고 있으면 행복하다. 사는 이유다. 저 작은 생명체들이 뭐라고 삶을 이어가게 만든다. 뭐긴 뭐야. 인생 전부지.


원체 뭘 사는 걸 좋아하지도 않고 구매해야 하는 물건이 있으면 1달 정도는 고민의 시간을 갖는다. 정말 그 물건이 필요한지, 다른 저렴한 물건으로 대체할 순 없는지 고민한다. 임금은 오르지 않는데 물가만 연일 사다리를 타고 있다고 하니, 물건들이 가지고 있는 그 계급 상승의 사다리를 나도 좀 빼오고 싶다. 얘들아, 너네만 올라가지 말고 나도 좀 데려가줘라.


사는 게 녹록치는 않건만 세상 소식도 부침이 있어 보인다. 참나.. 세상이 이 지경이라 내 상황이 그나마 나은 것처럼 보인다고 해야하나. 그저 묵묵히 이 겨울을 견딜 뿐이다. 운동을 하고 읽고 쓰고 공부하면서 다가올 봄을 꿈꾸면서 그저 버티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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