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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owme Oct 02. 2021

새로움과 무력감 사이, 어느 곳

#이직, 한 달의 고찰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미친듯하게 빠르게도, 때때로 아득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9월에는 긴 연휴가 끼어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현재 나는 콘텐츠 플랫폼의 한 카테고리를 담당하고 있다. 과거 나의 커리어와는 완전하게 다른 일이다. 직무의 차이보다도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나를 곤란하게 하는 경우가 잦았다.

   

지금껏 혼자서 일하는 업무를 해왔다. 대개 기자·매거진 에디터라는 직무가 그렇다. 협업이라는 걸 종종 해오기는 했지만, 비정기적인 프로젝트에 가까웠다. 내가 설정한 영역에서 성과를 올리고, 평가를 받으면 그만이었다. 현재 내게 들이닥친 일은 과거의 것과 많이 달랐는데, 혼자서 처리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이 부문이 날 가장 힘들게 했다. 스케줄 관리가 무척 중요했다.


야근을 종용하는 조직은 절대 아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최대한 생각할 시간을 확보하는 게 중요했다. 업무를 이해하는 게 무척이나 필요했고, 뒤늦게 퇴근하는 일을 선택했다. 그럼에도 드라마틱하게 직무 성장을 이뤄내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몸은 힘들었어도, “익숙한 일이 편했다”라고 되뇌던 상황을 마주하곤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다. 나름 어려운 결정이었기에 그랬다.

 

경력직으로 입사했지만, 신입과 같은 느낌을 받아 새롭기도 했다. 물론 긍정적이고도, 부정적이기도 했다. 의욕적으로 해야 할 새로운 일이 생겼다는 점은 긍정적이었다. 마치 수습기자 딱지를 떼고 혼자 취재지를 향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두근두근했던 감정이 있다. 오래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이십 대였던 나는 진짜 어른이 됐다는 생각에 뿌듯한 느낌을 받았었다. 당시의 감정을 최근에 다시금 경험하고 있다.


요즘 들어 첫 사회생활에 발을 디뎠을 때의 나는 어땠나, 자주 회상한다. 노트북을 팔에 끼고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던 나는 언론 의식이라는 건 전혀 없었지만, 적어도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으려 노력했다. 무엇인가를 바꾸겠다는 거창함은 없었다. 그래도 사회의 한 구석에 작은 돌 하나를 올려놓을 수는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도 이 생각만큼은 여전하다.


반면 부정적이라면 무력감인데, 생각보다 과거의 커리어가 지금의 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이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서른 초반의 나이는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데 다소 장애물이 되는 듯하다.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나이는 살아온 햇수를 단순히 수치화한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한 가지 걱정거리가 있다. 내가 유일하게 향유하는 취미를 잃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현재의 직무가 책과 디지털 콘텐츠를 묘하게 접하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취미가 일이 돼버리면 곤혹스럽다는 걸 뼈저리게 경험한 적이 있다. 남아있는 취미인 책과 독서라는 키워드가 싫증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물론 이번만큼은 기우라고 생각한다.

 

나름 활자중독적인 성향 탓에 심각한 고민까지는 아니다. 텍스트를 읽는 일은 생각보다 내 삶에 큰 비중을 차지하기에 잘 이겨낼 것이라 헤아린다. 시간이 흘러, 이 글을 다시 읽게 된다면 낯이 뜨거워질지 모르겠다. 대단치도 않은 고민을 하고 있었네, 하고 생각하는 날이 분명히 오리라 확신한다. 그럼에도 당시밖에 할 수 없는 고뇌는 있기에 짧게나마 기록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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