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출발이 좋을 순 없잖아
#우당탕탕 #우왕좌왕 #삐걱
매끄러운 출발을 꿈꾸지만, 모두가 그렇게 되지만은 않는다. 현재 나의 가장 큰 고민이기도 하다.
새로운 공간에서 일을 시작했다. 내가 이 일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처음 겪어 본 분야라는 점이었다. 지금까지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는 CP(Contents Provider)에 속해 근무했다. 스스로 의미가 있었던 일이었다. 재밌었고, 피드백을 받는다는 게 좋았다. 하지만 대중의 소비 흐름이 플랫폼에서 이뤄짐에 따라 관련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고민하던 찰나에 기회가 찾아왔다. 막판까지 주저했던 것 같다. 그래도 내가 잘하고 익숙한 일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최근 친한 동생과 전화를 하며 고민을 전했다.
“형은 어떤 면에서는 보수적인 것 같아.”
“보수적이라고? 한 번도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데….”
그는 내게, 젊을 때 여려 경험을 하는 데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갇혀 있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이것도 또 다른 의미에서 ‘클리셰’일 수 있다고 했다. 사실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출발부터 삐걱됐다. 내가 했던 경험이 지금 일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완전히 다른 영역이라고 할 수 있기에 배워야 하는 게 많았고, 일 처리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그때마다 자신감이 겨울철 마른나무의 껍질처럼 쉽게 떨어져 나갔다.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리라 생각지 않았는데, 뭔가 생경했다. 정말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데 두려움이 없는 성격이라고 자부했었기 때문이었다.
이직을 많이 했다. 이때마다 나의 선택에는 해보지 않았던 일에 방점이 찍혀있었다. 진지하게 고민해보니 나도 차츰 나이가 들어가고 있었다. 경험을 하다 보면 편견이라는 게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나, 생각한다. 실수에 대한 두려움을 나도 모르게 느끼고 있었고,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점점 커져만 갔다.
이렇게 생각하기도 마음먹었다. “언제나 출발이 좋을 순 없잖아.” 첫걸음이 항상 평안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기자와 에디터로 일하며, 오탈자 하나에 며칠을 고개 숙였던 당시의 분함만큼은 잊고 싶지 않다. 경험이 많아지며 편견이 생겨났을 수 있지만, 이와 반대로 견뎌내는 마음의 근육은 단단해졌으리라 믿는다. 지금은 나의 도착점이 어디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출발 없이 도착할 수 없다는 한 가지뿐이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추천하는 노래 한 곡이 있다. 가수 김동률 씨의 <출발>이다. 기교없이 담담한 그의 목소리로 출발의 설렘을 담은 노래인데, 직접 출연한 뮤직비디오를 함께 보면 더욱 좋다. 김동률의 환한 미소가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 같다. “괜찮다”는 위로 말이다.
"멍하니 앉아서 쉬기도 하고,
가끔 길을 잃어도 서두르지 않는 법,
언젠가는 나도 알게 되겠지,
이 길이 곧 나에게 가르쳐 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