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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owme Oct 25. 2021

퇴사한 사람들과 만나는 일

#공백이 필요한 관계, 전 직장의 사람 친구

이곳저곳으로 이직을 많이 했던 탓에 옛 동료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 아직도 몸담았던 조직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도 있지만, 자신만의 목표를 설정하고 새로운 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회사에서의 만남은 보통의 인간관계와 차이가 있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모호해지거나, 서로의 존재가 잊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나는 그들과 계속해 만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과거의 동료와 사적인 모임을 가진다는 건 꽤나 복잡한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스트레스가 혼재돼 있는 공간에서 인간적인 유대감을 쌓기란 쉽지 않다. 적어도 서로에게 좋았던 기억이 있어야만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함께 일하면서 치열하지 못했던 탓도 있지만, 무던한 성격으로 조직에서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았다. 나에 대한 나쁜 기억이 없었던 이유로 오랜만에 연락을 해도 반갑게 맞이해주는 동료들이 많았다.


최근 직전 조직의 동료들과 만났다. 나보다 먼저 퇴사를 했던 선임과 연락이 닿았는데, 반갑게 맞아주었다. 우리는 종종 서로 퇴사를 얘기하던 사이었는데, 그는 내가 조직을 나가게 된다면 꼭 연락을 해달라는 말을 했었다. 즐겁게 회사 욕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농담을 던졌었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났고, 나는 퇴사를 했다. 하지만 직후 연락을 하지는 못했다. 당시의 상황도 상황이었고, 그의 말이 인사치레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는 정말 반갑게 연락을 받았으며, 곧 우리는 친했던 또 다른 동료를 끼어 맥주 한 잔을 들이킬 자리를 만들었다.

 

모임 장소에서 만난 그와 나는 서로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회사에서 내가 느꼈던 그는 굉장히 강하고 할 말을 꼭 해야 하는 똑 부러진 사람이었다. 왕래가 없어진 지 꽤 된 우리는 몇 달이 지난 뒤 만난 것이었다. 그의 인상이 많이 바뀌었음을 느꼈다. 여유가 있어 보였고, 회사에서 맞닥뜨렸던 스트레스와 부조리했던 일화는 추억까지는 아니지만 농담으로 넘길 수 있는 에피소드가 되어있는 듯했다. 물론 나 역시도 마찬가지인 입장이 돼 그의 말을 맞장구 쳐줄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우리는 동료가 아닌 친구가 됐다.


회사라는 조직에서 사람과 표면적 관계를 넘어서는 유대감을 형성하기란 쉽지 않음을 깨닫는다. 아무리 서로가 배려를 한다고 해도 일을 함께 한다는 건, 스트레스를 공유하는 행위이다. 첫 사회생활을 다소 보수적인 조직인 미디어 업계에서 시작했다. 당시 만났던 친했던 기자 선배들과 격 없이 지내고 있는데, 그들과 이런 관계로 지낼 수 있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시간적 공백이었다. 이제는 나를 기자 후배로 보지 않고, 나 역시도 그들을 기자 선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관계의 변화는 공백이 만들어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백은 선후배라는 딱딱한 관계가 아닌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변모시킨다.

   

물론 퇴사한 사람들과 굳이 만나야 할 이유는 없다. 회사라는 곳은 공식적으로 자신의 맡은 일을 원활히 수행하면 끝인 공간이다. 피상적인 관계로 끝나도 족하다. 원래 그런 곳이니까. 하지만 나는 사람을 좋아하는 성향 탓에 그들과 인간적으로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나는 동료와 회사가 아닌 장소에서 업무가 아닌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이상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을 뿐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또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 엄청난 욕심이지만, 이 같은 이상적인 목표를 설정하지 않으면 관계 맺는 게 쉽지 않다. 나는 외향적인 척하는 내향적인 사람이다. 내가 다가가지 않는다면, 타인도 나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마치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다소 진부한 명언이 인간관계에서는 통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내게는 행운도 있었다. 다양한 사람이 모여있는 곳에서 마음 맞는 동료를 만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누군가는 말했다. 회사에서 최고의 복지는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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