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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방인 Jun 22. 2023

얼렁뚱땅 살고 있습니다.



번역 일감이 끊긴 지 거의 한 달째이다.
휴가 일정 때문에 일을 미리 받지 못한 것 때문도 있지만, 다녀와서 이후부터 지금까지도 별다른 소득이 없다는 건 참 서글픈 일이다. 요율을 대폭 낮춘다면 일감을 찾을 수는 있겠지만... 제 살까지는 깎아먹고 싶지 않은 게 아직까지의 솔직한 심정이다.

설상가상으로 회사일까지 늘어 나를 압박하고 있다. 나와 가정의 수입에 안정을 주는 회사이지만, 역설적이게도 마음을 쏟을수록 나에게 괴로움을 안겨주는 곳이기도 하다. 언제나 적당히 마음의 거리를 유지하고 싶지만, 때때로 겪게 되는 사람 스트레스는 나의 그러한 균형을 흔들어 놓기 일쑤이니 역시 무슨 일이든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다라는 진리를 새삼 깨닫는 요즈음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일이 참 많았다.
어렸을 적에는 발명가, 한창 웹 시장이 뜨거웠을 당시엔 웹디자이너, 현실에 순응한 뒤에는 유능한 개발자가 되어 해외 이민을 가고 싶었다가, 이후 허무에 빠져 방황하던 시기엔 돈을 맹신하며 부동산 투자, 경매에 눈을 돌리기도 했었다. 그러다 책과 글에 빠져 영혼을 회복하며 소설가를 동경하기도 했지만,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는 지금은 번역을 목표로 삼고 인생을 살아오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부끄럽게도 이 많은 일 들 중에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낸 게 없는 것 같다.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도 있겠지만, 사실은 어느 하나에 온전히 자신을 내던질 용기가 없기 때문이라는 걸 내면 깊은 곳에 있는 나 자신은 매우 잘 알고 있다. 이제껏 쌓아온 걸 잃을까 두렵고, 불투명한 미래가 두려워 선뜻 자신을 던지지 못한 채로 마음이 꺾이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자신의 삶에 그다지 애착이 가지 않게 되어 버린 것 같다. 마치 공략집을 보고 키운 캐릭터 마냥 영 특색이 없고 정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인생이 정말로 게임이었다면 리셋이라도 해보겠지만, 현실은 그럴 수도 없으니 어떻게든 내 캐릭터를 다독이며 고군분투 게임을 이어가 보는 수밖엔...


어려서부터 자기가 결정하고 스스로 책임져 보지 못한 사람들은 커서도 위험을 감내할 만한 그릇을 가진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듯싶다. 이미 단단하게 굳어버린 나의 그릇은 깨버리는 고통 없이는 더 성장하기 힘들어 보인다.

여러 가지 잡념으로 마음이 구질구질하지만 그럴 때 그 구정물 같은 감정을 희석시켜줄 마법의 주문을 외워보자.



그래서 어쩌라고요!
원래 다들 그렇게 사는 거 아니겠어요?
엉터리 같은 삶이지만 어떻게든 살아봅니다.
부끄럼 많은 굴곡의 연속이었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뻔뻔하게 굴어보겠습니다.





#스트레스 #꿈 #인생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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