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러한 가치가, 내가 사실은 마음속 깊이 간절히 바랬지만 현실에서 이루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 세속적 욕망이 이렇듯 '르상티망'이 되어 오히려 스스로 하여금 그 반대쪽에 위치한 가치들을 좇게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까지 미치게 되었다. 그렇게 한번 자신의 신념을 의심하자 이제까지 굳건했던 생각과 신념들이 마치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무너져 내렸다. 그렇게 한번 내 안에서 빛바래버린 숭고했던 가치는 가식이 되어 더 이상 예전만큼 단단하지 않게 되어 버렸다.
어쩌면 젊을 적 진보의 가치를 외쳤음에도 막상 기득권의 위치를 차지하자 스스로 보수가 되어버린 사람들의 심리가 어쩌면 이와 다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머릿속이 '붕괴'되어 요샌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완전 무념무상의 상태이다.
글도 잘 손에 잡히지 않고 글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지만 억지로라도 꾸역꾸역 하다 보니 헝클어졌던 생각들이 좀 정리가 되는 느낌이다.
무너진 토대 위에 다시 새로운 가치를 세워야 한다.
아마도 그 기둥은 조금은 덜 이상적이고 적당히 세속의 때가 묻어있으며 세련되진 않은 적절히 투박하면서도 덜 공을 들여 만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런 평범한 모습이 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