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어리석게도 단순한 삶을 사는 다른 사람들을 비웃은 적이 있었지만, 이제는 나 또한 어쩌면 단순하게 사는 게 더 행복한 삶일지도 모르겠다는 쪽으로 생각의 추가 많이 기울여졌다.
현실과 좁혀지기 힘든 이상을 갈망하며 사는 사람의 마음에는 언제나 공허함만이 남기 마련인 듯하다. 그리고 어쩌면 단순히 나 스스로도 그러한 감정에 지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리 아등바등 살 필요 없다'라는 생각을 받아들이고 나니 삶의 무게가 한결 가벼워진 것도 사실이다. 생각이 단순해 지니 삶의 질은 좋아졌지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에 다소 소원해져 버린 것은 조금 아쉽기도 하다. 스스로 얽매이지 않는 독서가 가능해진다면, 조금 더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마음도 편안하고 걱정 없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지만, 문득문득 안에서 슬픈 감정이 비집고 올라온다. 이 감정은 마치 내 안에 끝끝내 인정하고 싶지 않던 무언가를 인정해 버리고 난 뒤에 몰려오는 허탈감과도 비슷할지도..
서른 즈음 시작된 두 번째 사춘기가 10년이란 시간이 흘러 맞는 어느 가을날에 이제서야 끝나가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