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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 Dec 19. 2024

사랑은 제1의 창작동력

맥북을 사고 나서 하고픈 일이 많아졌다. 이런 말 우스울지 모르겠지만 왜 부모들이 자식을 보고만 있어도 예쁘고 흐뭇하다고 하지 않던가? 나한테는 맥북이 그런 존재다. 대학 신입생 시절 아빠가 사준 hp 노트북으로 연명하던 내게 맥북에어의 완벽한 마감과 키보드의 타건감, 창작욕이 마구 샘솟는 소프트웨어력은 그야말로 맥북과 푹 사랑에 빠지는 계기가 됐다. 


그래서 인스타도 만들고, 블로그도 새로 시작하고, 브런치도 시작한 데다 내친김에 브이로그까지 만들어보겠다고 설레발을 치는 나. 사랑은 제1의 창작동력이 아닐 수가 없다. 나야 그 대상이 인격적 대상이 아니고 그 창작을 하게끔 하는... 사물이라 별로 적절한 예시가 아닐 수 있겠지마는 세상에 넘쳐나는 게 사랑시고 사랑노래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창작의 가장 불타는, 샘솟는 동력은 사랑이다.


최근에는 아기를 낳은 언니들을 보면서 그 사실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아직 20대 중반인 나에게 결혼은 낭만삼아 상상해볼 수는 있어도 출산은 그저 먼 미래로 두고 싶은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약 열 살 터울을 둔 언니들이 직접 품고 배아파 낳은 자그마한 생명체와 살아가는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나 역시 사랑의 묘약 같은 것에 전염되는 느낌이다. 왜 대중문화 매체에서 사랑에 빠지는 향수 같은 것이 꼭 나오고, 칙칙 뿌리면 분홍색 증기 같은 것이 나와서 사람을 완전히 홀려버리지 않는가? 나는 여태껏 어느 애인을 둔 여자(혹은 남자)에게도 그렇게 큰 사랑의 전염력을 느껴본 적이 없다. 그것은 오로지 부모, 어쩌면 엄마로서만 가능한 것일지도?


한 '언니'는 사실 내가 언니라 부르기에는 먼 거리(직접 아는 사이가 아니라 한 다리 건너 아는 사이)지만, 엄마가 된 후 아이와의 일상을 인스타에서 글과 그림으로 올려주실 때 나는 완전히 매료되었다. 사랑만이 인생에 주는 도파민의 전부였던 사춘기 시절 온갖 인터넷소설에서 경험한 흥분과 흥미진진함과는 뭐랄까 애초에 범주가 다른 것 같은 뜨거운 본성의 영역, 어떤 사랑도 압도하는 사랑, 어떤 사랑도 아무것도 아닌 걸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그런 사랑 같은 것들. 어떤 낯간지러운 언어로도 표현이 불가능한 그런 사랑이 역설적이게도 담백하고 일상적인 일화와 언어들 속에서 흐르고 있었다. 아이의 손을 잡고 농원을 거니는 사진 속에, 처음 보는 동물에 넋을 잃은 아이의 별빛 같은 눈빛 속에, 그런 아이를 안고 충만하게 걸어가는 엄마의 뒷모습에, 명명백백하게 흐르고 있었다.


또다른 언니는 문득 전화가 와 받아보니, 아이를 위해 동화책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이야기와 함께 혹시 아는 정보가 있냐고 물어오셨다. 언젠가 안부인사를 건넸을 때는 아이를 먹이고 재우고 기저귀를 가는 걸 하루 6번 정도 정신없이 반복하고 나면 하루가 끝나 있다는 극한의 일상을 전했던 언니였는데. 그때 내심 언니를 걱정했던 내가 머쓱하게도 역시 언니는 이 모든 섭리와 자연이 주는 사랑의 기쁨 속에 도취된 것이 틀림없었다. 그 모든 낯간지럽고 속에서 막 움틀대고 꿈틀대고 그러다가 뜨겁게 울컥대는, 사랑의 파도에 완전히 둘러싸인 것이 분명했다.


오래 전 임경선 작가의 <엄마와 연애할 때>를 읽으면서 느꼈던 것과 같은 감정. 이토록 '정도'가 없는 사랑! 넘치는 정도가 아니라 압도하고 마는 것.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그 존재는 너무나도 명백한 '모성'의 존재.


남편은커녕 애인도 없지만, 어쩐지 그런 언니들을 보면 막연한 두려움은 살짝 뒤로 감추이고 새로운 세상을 향한 설렘이 살짝 눈을 든다.


확실한 건, 사랑은 제1의 창작동력. 사랑은 표현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것! 응어리지고 뜨거워져서는 어떻게든 분출되고야 마는 것, 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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