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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머즈 Jun 24. 2022

골목,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일상에서 만나는 골목 부흥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기획자들의 이야기



골목 기획자-

요즘 우리가 밀고 있는 우리의 정체성이다. 우리는 매일 마주치는 평범한 골목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특별함을 기획한다.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시고, 우리도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서 글을 시작해 볼까한다. 


처음 시작은 2014년 마을에서 커뮤니티를 만드는 마을공동체 사업이었다. 그러던 것이 이런저런 굴곡을 거쳐 지금은 지역상권을 활성화하는 정부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혹자는 내게 말했다. 마을 사람들끼리 모여 나누고 도우며 순수한 마음으로 하는 마을공동체 활동을 그만두고 왜 '돈'과 관련된 지역 활동을 하게 되었는지?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졌다며 불편한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골목을 들여다보면 주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골목은 많은 사람들이 부대끼며 수많은 이야기가 지어지는 곳이다. 내가 주민의 입장으로만 바라볼 때는 친한사람들끼리 모여 일상을 나누거나, 으쌰으쌰하며 공동체 활동을 하는 것만이 마을살이의 전부인  알았지만, 막상 골목을 활성화 하기 위한 궁리를 하다보니, 이게 왠걸. 마을에는 주민만 있는게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잠을 자고 일어나 각자의 일터로 나갈때, 마을엔 그들의 마을에서 잠을 자고 출근한 사람들이 골목을 메우며 새로운 이야기를 써갔다. 그리고, 그중의 많은 사람들은 골목에 활기를 더하는, 매장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이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경제의 실핏줄은 소상공인이라 말한다. 가장 작은 경제단위의 의미인지, 그만큼 많이 분포가 되었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골목의 자영업자와  가족까지 추산할때 나오는 숫자가  2천만명.  나도 거기에 포함된다. 주변에 누군가는 소상공인 또는  가족이라는 얘기다. 그러니  얘기는 순수한 활동이네 경제네 하는 기준으로는 구분되지 않는 그냥 우리네 , 일상의 얘기다.








골목을 구성하는 많은 요소 중, 상점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것은 어느샌가 변해가는 골목의 풍경덕분이었다. 내가 어릴 적엔 분명 2층짜리 주택이 줄지어 서 있던 골목은 이젠 필로티 주차장이 줄지어서 있는 골목으로 바뀌었다. 또, 1층에 정육점이나 채소 가게, 음식점과 세탁소, 작은 수퍼 등이 있던 상가 건물들은 하나 둘씩 카페나 미용실로 채워져갔다. 주택을 허물고 재건축을 하는 집주인들은 가성비를 위해 1층을 주차장으로 빼고 위에는 집을 가득 올렸다. 잡다한 물건들이 늘어나기 일쑤였던 상가 건물은 건물주의 기호에 따라 미용실과 카페로 채워져갔다. 건물주는 음식 냄새가 나거나 해충이 생길 가능성이 적고, 깔끔하거나 예쁘게 유지될 수 있는 카페나 미용실 같은 업종을 선호한다.


그렇게 골목은 현대적이 되어갔지만, 소통은 줄어들었다. 당연했다. 1층이 필로티 주차장으로 바뀐다는 건 1층 혹은 2층짜리 집에서 생활하는 이웃들과 우연히라도 눈이 마주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진다는 뜻이었다. 카페나 미용실이 늘어난다는 건 매일 카페를 이용할 수 있는 직장인들이 주로 오간다는 얘기고,(생각해보라 낮시간에 동네에 있는 주민들이 카페를 얼마나 자주 갈 수 있을까..?)  한두달에 한번씩 예약을 하고 머리를 하러 오는 손님들이 오간다는 얘기다.




설상가상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몇몇 가게는 줄줄이 문을 닫았다. 그 자리엔 한창 호황을 누리던 배달 전문업종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아구찜도, 곱창도, 크로플도, 커피도, 밥도.. 오로지 배달로만 영업을 했다. 배달 전문점도 소상공인이긴 하나 문제는 이들이 굳이 골목과는 소통하지 않아도 장사가 잘 된다는 점이었다. 이들네게는 주민들의 평판, 동네에서의 입소문 보다는 배달앱의 댓글이 더 소중하다. 그래서인지, 배달 전문 매장들은 하나같이 전면 유리 전체를 시트로 덮었다. 그래도 마을에서 장사를 한다면 투명한 유리창을 두고 소통정도는 할 것 같은데, 대부분은 유리 전체를 시트로 가리고 문도 꽁꽁 닫는다. 이름을 여러개 걸고 밤샘 영업을 한다는 야식 전문 배달집. 그 안에 불이 켜져 있는지, 꺼졌는지 알수도 없고, 그 앞엔 오로지 오토바이들만 즐비할 뿐이었다.


저녁이 되면 더욱 우울해졌다. 그나마도 남아 있는 매장들은 불이 꺼지고,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곳만 불야성을 이뤘고, 앞에는 오토바이가 즐비했다. 오며가며 흘긋거리며 본 그 배달전문점의 상황은 소문과 그리고 배달앱의 사장님 답변과는 사뭇 달랐지만, 띵똥거리는 배달 주문 알람은 연신 울려댔다.











'우리 이대로도 괜찮은걸까?'


마침 나는 서울시로부터 지원받은 지역상권을 활성화 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었고, 그렇다면 우리의 이 고민을 녹인 기획이 필요했다. 성공하는 기획이 "결핍(문제)를 해결하는 것", 그렇다면 그 시작은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먼저였다. 곰곰히 생각하며 골목을 돌며 관찰하며, 하나 둘 던지기 시작한 질문들에서 기획이 시작되었다.


지금 당장 불편한 것은 무엇인가?

그걸 불편하게 느끼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 이유들이 당장 나에게 무슨 피해가 있는가?

...

고민의 끝에 나온 대답은 골목을 그리고 있는 풍경을 바꾸고 싶다는 것이었다.



상인과 주민이 함께 어우러지는 골목의 풍경.

그 골목을 누비며 여유롭게 삶을 나누는 우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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