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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머즈 Oct 19. 2022

우리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소상공인의 성장을 꿈꾸다



골목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골목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전통적으로, 일반적으로 많이 하는 사업이 환경 개선으로 거리의 뷰를 바꾸는 활동이다. 간판 등의 표지판을 교체하거나, 유리 시트를 리디자인 하거나, 미니 화단이나 배너 등을 많이 사용한다. 그리고 때로는 으쌰 으쌰 하며 단체로 거리 청소를 하는 모습을 연출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나는 이미 다른 사업을 통해서도 이런 걸 실행해 봤거나 컨설팅해드린 곳에서 실행하시는 걸 지켜본 경험이 있었지만, 솔직히 회의적인 편이었다. 아무리 우리가 낸 세금으로 사용되는 것일지라도 지원을 받는 매장의 노력(?)이 없는 상태에서 어떤 물질적인 것을 배포하는 것은 지역에 독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많았다. 그건 내가 여러 사업을 진행해보며 실제 그런 상황을 많이 목격했던 이유도 있다. 

물론, 대부분의 상인분들은 이런 지원에 대해 매우 고마워하시고 애지중지 관리해 주시지만, 아주 일부의 상인들 속칭 - 지원사업에 눈을 뜬 일부 상인분들은 매해 지원사업을 통해 살림을 바꾸시거나 늘려가시기도 한다. 간혹, "이 안에 있는 것 중에 내 돈 들어 간 건 아무것도 없어! 다 지원받아서 바꾼 거야!"라고 솔직히 드러내는 분들도 계시고, 같은 자리에 사업장 이름이나 대표를 바꾼 채로 매해 거듭 지원을 받기도 한다. 

아!! 정말 열정적이신 분들!






지역의 특성 그리고 지역 자존감

이런 지원은 애초에 누구를 대상으로 해야 할까?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전에는 행정에서 신청을 받아 리스트만 넘겨받기도 했고, 이번 사업을 하면서는 매우 당연하게도 가락동 생활상권이라고 특정지어진 영역 안의 상인들만을 대상으로 해야 했으니까. 그러다 보니, 상권에 몰려있는 일부 업종 - 카페, 베이커리, 디저트 매장의 사장님들끼리 경계심을 가지고 있기도 했고, 적은 수의 상인이 참여해 동기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어려웠다. 

우리가 슬리퍼를 찍찍 끌고 나갈 수 있는 골목상권은 조금 더 발달한 상권권과 지역 자존감 부분에서도 큰 차이가 났다. 일반적으로 후자가 지역 자존감이 높은 편이다. 그래서 잘 뭉치고, 더러는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상인회를 조직하기도 한다.
우리 동네 상권은 한때는 "문정 로데오거리"라는 유명세를 따라 특수를 누렸던 곳이다. 그때만 해도 골목 안쪽 구석구석 재미있는 가게들이 많았다. 주차장 한켠을 불법으로 개조해 만든 액세서리 가게에서 수백만 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였다. 하지만, 주변 대형 몰과 온라인으로 고객을 뺏긴 동네는 빠르게 쇠퇴해갔다. 더불어 지역 자존감도 점점 낮아졌다(아, 아직 대형건물들의 임대료가 낮아지지 않는 걸 보면 일부 분들에게는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락동 상점에 설치된 화단 배너 - 꽃까지 풀세팅




골목에 말을 걸어볼까?

이번 사업에도 많은 고민 끝에 결국 정감 어린 문구들이 쓰여있는 화단 배너를 설치하기로 했다. 볼거리 즐길 거리가 없어서 머무를 수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동네에 뭐가 너무 없기도 했고, 나는 모든 상점은 골목에 말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일단은 시도를 해보기로 한 것이다. 사무실의 젊은 친구들이 문구 아이디어를 내고, 디자인 회사의 도움을 받아 완성된 배너를 한 곳 한 곳 설치하며 고맙다는 말씀도 많이 듣고, 심지어는 상권 내 상점이 아닌 곳에서도 설치 문의를 받을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정량적 평가를 위해서라도 이만한 게 없지.. 라며 애써 스스로를 다잡았던 것도 잠시. 역시, 시간이 흐르니 달라졌다. 관리를 하는 곳은 계속 정갈하게 유지되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소복한 먼지가 쌓이고, 녹이 슬고, 주민들이 보기에 좀 그렇다는 의견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없어지는 매장은 방치해 두기도 했고, 관리가 안돼 보기 싫어진 배너를 우리가 운영하는 건물 앞에 놓고 가시기도 했다. 서운한 맘이야 한편으로 접으면 그만이지만, 사업을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주민의 의견을 듣고, 사업 참여에 적극적인 상인분들의 의견을 들어 사업의 방향을 전환했다. 







목말라비틀어져 가는 곳에 컵으로 물 붓지 말아요

시간을 내서 한분 한분 뵈며 들었던 말씀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이 문장이다. 우리가 하는 행사, 이벤트의 기획이 골목에 활력을 불어넣어 좋기는 하나 너무나 간헐적이라고 했다. 사업에 열심히 참여를 하든 그렇지 않든 형평에 맞춰 지원이 되는 것도 오히려 불공평이라고 했다. 말을 듣고 보니 그랬다. 정말 간절하게 원해서 열정을 다해 참여하며 이래저래 시키는 것(?) 다 하는데,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 곳과 비슷한 지원을 받는다는 것은 오히려 적극 참여자의 의지를 꺾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아무리 자자하게 기획을 한다한들 그건 정말 이벤트였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벤트가 끝나면 그 뜨거움은 금세 식어버리고, 빨리 잊혀진다. 더군다나 사업이 일몰 되어 우리가 사라진 후에 이곳에 남을 것은 '한때, 이 골목을 활발하게 만들겠다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사람들이 있었지.. 그 누구더라..'의 아련한 등장인물 들이었다. 우리가 너무 깊은 고민을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난 늘 이 사업이 모두 끝난 후를 생각한다. 행정이야 지원기한을 미리 충분히 고지했으니 사업을 성료 시킨 후 여기서 빠지면 그만이지만, 그 이후에 여기에 남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혹은 누가 될까? 에 대한 생각들. 특히나 다 떠나도 여기서 계속 살아갈 나는 이 동네에서 30년을 넘게 살아온 원주민에 가깝고, 내 아이들은 이곳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있다. 그러니, 내가 아직 1년도 더 넘게 남은 너무 먼 미래(?)까지 걱정하고 있다고 너무 뭐라 하지는 말자. 내가 본업을 제치고, 이 사업에 진지하게 참여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사업의 결과를 떠나서 어중간하게 했다는 후회만은 남기고 싶지 않아서이고, 마을 일을 원 없이 해봤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싶어서니까. 






기획을 위한 워크샵 과정



잘하고 싶은 마음에 머리를 맞대고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며 직접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가며 일했는데, 간헐적이라니.. 그렇다면 우리가 그 형평과 불공평의 경계를 잘 아우르면서, 실질적으로 상인분들께 도움이 될만한 건 뭐가 있을까?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만한 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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