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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머즈 Oct 31. 2022

상인학교가 열렸다

눈앞의 장면이 꿈이 아니기를  



오랜 기획과 협의 끝에 드디어 상인학교가 열렸다. 

학교를 어떻게 구성할지, 커리큘럼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고 각종 서류들이 오갔다. 상인학교의 설계를 위해 이런저런 사항들을 조율하느라 각 대표님들과 미팅을 자주, 그리고 길게 하게 되곤 했는데.. 팀장님과 나는 대표님들을 뵐 때마다 강의를 듣는 기분이었고, 배움 그대로를 곱씹고 소화를 시키느라 부지런을 떨어야 했다. 


사업의 기획과 진행이 즐거운 이유는 과정 중에 내가 배우는 것도 엄청 많다는 거!




상인학교의 포커스는 오직 하나. 실제 시장 상황에서 성장하는 소상공인이었고, 세상의 빠른 변화에도 적응하고 우뚝 서는 소상공인이었다. 그리고 개인적인 사심이 가득한 부분이 있었는데, 나는 아주 격렬하게 골목에서 브랜드가 되는 성공 사례가 나오는 것을 원하고 있기도 했다. 그간에 내가 소상공인 분들과 했던 모든 경험을 끄집어 내 그 기록들을 곱씹고 또 곱씹어 기획을 했다. 차곡차곡 쌓아온 경험들 속에서 혹시라도 놓치는 것이 있을세라 불안하기도 했다. 




우선 브랜딩 학과와 마케팅 학과로 전공을 분류했다. 

브랜딩 학과는 다시 한번 왜 지금 일을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 이미 본인 안에 있는 탤런트와 미션을 재 발견하고 다시 한번 사업에 대한 철학을 정리하고 본인의 이야기를 찾고, 스스로 써 나가는 브랜드 스토리 빌드업의 과정으로 기획되었다. 이는 기존 사업을 하고 있는 상인들 중 자신은 진짜 할 얘기가 없어서 마케팅 요소가 없다고 하는 상인들은 물론,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려는 예비창업자에게도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그리고 이들 상인의 이야기를 비주얼 적으로나 마케팅 적으로 들려주게 될 로컬 크리에이터에게도. 


마케팅 학과는 좀 더 잘 달릴 수 있도록 다소 직접적인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하고 실제 실행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과정에 가까웠다. 물론 이를 위해서도 상인의 정확한 상황을 짚어내는 진단은 필수다. 좀 더 잘 달리기 위해 단순히 스타트나 점핑, 러닝 등의 스킬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달릴 때의 자세나 버릇 등을 분석하고 버릴 것은 버리고, 개선할 것은 개선하고, 배워야 하는 것들을 새롭게 익혀 좀 더 잘 달릴 수 있게 하는 과정이다. 당연히 경영 - 장사를 위한 마인드 세팅의 과정도 병행된다. 


브랜딩 학과는 본인의 브랜트 스토리를 탄탄하게 만들며 브랜드를 세우는 힘을 기르는 것이었고, 마케팅학과는 실제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에 대한 A-Z까지를 다 다루게 될 예정이었다. 






이미 참여 신청을 받으면서 설명을 했던 부분이긴 했지만, 다시 한번 오리엔테이션에서 대표 멘토 두 분의 강의를 듣고 소상공인이 직접 결정하고 선택권을 드렸다. 처음부터 참여자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을 유도했고, 이제 와서 두 분의 멘토님께는 미안한 말씀이지만 강사진들 또한 참가자들로부터 선택이 되는 구조로 설계했다. 코로나의 여파로 점점 줌 강의에 익숙해진 우리는 조금 더 의견을 자연스럽게 나누게 되지 않았던가, 얼마 전까지 전문 강사가 앞에서 일방적으로 뭔가를 쏟아내는 형태의 강의는 변화하고 있었다. 이제는 조금 더 가까이 둘러앉아 눈을 맞추고 상호 교류하는 형태의 강의가 대세이고, 우리 또한 이 장면을 연출하고 싶었다. 거기에 살롱의 이미지를 어렴풋이 담아 두었긴 했지만, 그게 첫 시간에 단번에 연출이 된 것은 두 멘토님의 힘이 컸다. 




두 멘토님들은 사전 준비시간부터 참가자 한 명 한 명 인사를 나누거나 눈을 맞추며 대화를 나누었다. 두 분의 멘토님께서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잡아주시자, 전체 분위기도 비슷하게 흘러갔다. 나 또한 연관이 있을법한 참가자분들을 서로 인사를 시켜 드리기도 했다.



그것은 일견 살롱의 분위기와도 흡사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뭔가 야리꾸리한 그 살롱 말고, 정기적으로 모여 지성과 문화를 공유하며, 객관과 비판적 토론의 중심이 되곤 했던, 그래서 한때 오성의 집(뷔로 데스프리 Bureau d'esprit'- office of esprit)이라고까지 불렸던, 유럽의 어느 골목에 있었을법한 분위기의 공간을 말한다. 게다가 유럽의 그것은 사회의 주류가 아니었던 여성들의 활약이 대단했기에, 다소 소외되어 있는 소상공인의 특성과도 잘 맞았다. 아.. 조금 억지스러운 건가? 그래 그래, 이건 완전 개인적인 뇌피셜이다. 그만큼 나는 외로움을 느끼는 상인분들이 서로 소통하고, 연대하기를 바랐다. 



두 분의 오리엔테이션을 위한 한 시간씩의 강의가 끝나고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표정의 상인분들은 본인이 어떤 과를 선택해야 하는지 질문을 이어갔다. 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과정 중 해 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각 과에서 목표로 향하고 있는 곳을 물어보며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가를 상담했다. 바로 이 과정부터도 당장 스스로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과정으로 설계된 부분이기도 하다.



상인학교는 골목에서 진짜 성공하는 강한 소상공인의 탄생을 기대하며 만들어졌다. 그러니 브랜딩 학과와 마케팅학과가 지향하는 목표점은 궁극적으로 같다. 서울은 가되 가는 길, 가는 방법만 다를 뿐이었다. 두 분 대표님에 대한 확신만큼이나, 나는 어느 학과를 선택해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각자가 느끼는 결핍대로의 선택을 하게 되리라는 기대를 했다.





상인학교 홍보 시스템은 1차적으로는 가락동 소상공인 매장을 돌면서 계속해서 의견을 듣는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실제 골목의 상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 고민을 들었고, 어떤 걸 해야 실제 사업에 도움이 될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이 사업이 마무리되거나 우리 조직이 사라진 후에도 상인분들께 남아야 하는 뭔가.. 였다. 사업의 성과물로 거리에 뭔가를 남기거나 시설이나 형상물이 남는 것은 우리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와 함께하는 경험과 성장의 여정, 그 여정 안에 상인과 주민들 개개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뭔가가 남기를 원했다. 그러니 끊임없이 소통과 고민을 순환시켰다. 그것이 입소문으로 퍼지게 될지 혹은 우리를 서로를 조금씩 물들이는 과정이 될지 모르지만.. 


2차 홍보는 홍보물 제작이었다. 말이 다섯 글자 "홍. 보. 물. 제. 작"이지, 홍보물 제작 프로세스는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단순히 행사의 진행 사실을 알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 같은 홍보물은 클릭을 하고, 글을 읽고, 다음 게시물로 넘기기 전에 '어머, 이건 꼭 들어야 해!'라고 결심을 하게 되는 과정의 설계에 가깝다. 더군다나 상인학교는 올해부터 무료로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여타의 지원사업 형태가 아니라, 참여자가 참가비를 지불하는 형태로 바뀌었기 때문에 더욱 애가 탔다. 상인학교 과정의 진행을 위해 들어간 사업비 대비(커리큘럼의 퀄리티 대비) 참가비는 10분의 1도 안 되는 금액이었지만, 내 돈을 내고 상품을 구매해야 하는 순간 소비자는 분석가가 된다. 지불 비용 대비 이게 나한테 꼭 필요한지 아닌지를 생각하며 가성비 내지는 가심비를 따져본다는 얘기이고, 온라인의 상세페이지를 읽듯, 검색을 하고 고민을 하고 비교를 해보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상인학교는 첫 시도다. 이전 전신이 마케팅 스터디그룹이긴 했지만, 우리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예가 아니다. 행정에서도 다양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 및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 있었고, 배민 아카데미처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있었지만, 그 결과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한편, 상인학교는 우리가 만든 또 하나의 기획 - 세러데이가락마켓과 선순환을 하며 서로에게 시너지를 주는 형태다. 상인학교에서 배우며 디벨롭한 상품을 세러데이 가락에서 선보일 수 있도록 참여 우선권을 준다. 그리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세러데이가락마켓에 참여해서 더 배우고 싶어 상인학교에 들어온다고 하면 우선권을 준다.. 는 시스템이다. 별별 팩토리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로컬 컨텐츠가 창조되고 큐레이팅 되므로, 그 안에서의 순환과 프로젝트 간의 순환을 의도하고 시너지를 내는 것이 목적이 된다. 









그래서 6월 11일에 열렸던 세러데이가락 마켓에서 전단 홍보물을 배포했고, 마무리 즈음엔 부스 하나하나를 돌아다니며 홍보용 전단지를 들고 설명을 했다. 설명에는 이런 마켓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우리가 기획한 또 다른 버전 - 상인학교가 시작된다 라는 뉘앙스를 담았고, 상인학교와 세러데이가락이 함께 순환하는 시스템을 힘주어 설명했다. 그 복닥거리는 마켓에서 무슨 말이 귀에 들렸을까.. 싶기도 하지만, 난 그만큼 간절했다. 상인분들 중에는 당장에 관심을 보이는 곳도 있었고, 본인이 마케터 출신이라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말하는 상인도 있었다. 나중에 한두 분 정도 신청을 하긴 했지만, 실제 과정 참여는 가락동 상인을 제외하고는 불발이었다. 



그래서 결국은 온라인 유료 홍보까지도 진행을 했다. 유료 광고는 키워드 검색 기반으로 플랫폼의 데이터를 활용하기로 했다. 요즘 많이 하는 온라인 마케팅이나 홍보의 대상을 정할 때, 지역의 거리제한을 하는 방법이 있고, 키워드- 검색 기반의 광고가 있다. 물론 거리를 제한하는 것도 고전적이고 효과가 있는 편이다. 하지만, 지금은 온오프라인의 경계도 무너졌고, 이동의 제약도 받지 않는 시대다. 키워드 기반의 광고는 알고리즘의 도움으로 우리가 하는 일 - 로컬 브랜딩에 더 큰 효과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일단 같은 관심사로 연결된 사람들은 관계인구로 남아줄 확률이 훨씬 높을 것이라는 설정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 온라인 유료 홍보는 기대만큼 크게 작동하지 않았다. 교육상품이 고관여 상품이라는 것을 간과했던 것이다. 이렇게라도 외부 상인을 유입시키자는 의도에는 가락동의 관계인구 확대도 있었다. 이런 사업을 계기로 쇄신되는 지역의 이미지에 호감을 느끼고 호기심에 끌려오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랐다. 가락동을 좋아하고, 지지하고, 가락동의 소상공인들과 가락동의 활동에 응원을 보내며 지지자가 되어 주는 그런 사람들을 원하고 있었다. 우리 동네는 문정 로데오거리의 활황기를 거친 후 점점 베드타운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동네였다. 게다가 그런 마을의 정서는 주민들의 성향도 조금씩 바꾸어 놓았다. 2014년부터 동네에서 마을 활동을 해 온 나는 개인적으로도 이 안에서 주민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에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30년을 넘게 이 동네에서 살아온 내가 이럴진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더했다. 생활상권 사업을 진행하며 주민과 상인의 냉대를 환대로 바꾸기 위해 많은 걸 시도해봤지만, 쉽지 않았다. 



0차이자 3차 홍보 단계였던 개인의 SNS 계정을 통한 홍보는 틈틈이 이어졌다. 상인학교의 기획단계부터 홍보물 게재까지 중간중간, 일상을 기록하거나 질문을 던지거나 묻고 답을 구하는 방식으로 글을 썼다. 이 과정은 두 분의 멘토님들까지 함께 힘을 보태주셨다. 페북이나 인스타를 통해 본인들의 계정에 글을 올렸고, 이는 다시 그분들의 팔로워, 팬들에게까지 확대되었다. 확실히, 교육은 고관여 상품이었다. 화려한 미사여구로 유료 홍보를 팡팡 돌리는 것보다, 신뢰가 가는 사람의 진중한 말 한 문장이 사람을 끄는 것이 느껴졌다. 



아, 근데, 막상 신청 링크를 열자. 이게 웬걸... 외부 상인들이 너무 과하게 몰렸다. 요즘 정보가 사람들에게 가서 닿는 시스템은 관심사 기반의 알고리즘이다. 우리와 연결된 사람들의 피드나 포스팅이 뜨면서 접하는 정보가 신뢰를 얻고, 우리가 유튜브에서 뭔가를 자주 보거나 검색을 하면 귀신같이 다음 추천 동영상도 비슷한 게 뜨거나, 인터넷 페이지를 열 때마다 작은 홍보 창에 내가 검색했던 키워드 관련 광고가 뜬다. 그러니, 우리가 띄운 여러 홍보 채널이 상인교육을 찾고 있고, 마케팅과 브랜딩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가 닿은 것이다. 아, 정작 우리 동네에서는 어렵사리 모셔와야 하는데, 외부에서는 앞다퉈 신청이 몰리는 아이러니라니... 외부 참여 인원이 너무 많아져 어느 시점부터는 참여를 제한했다. 그리고 이미 멤버십 비용을 내신 곳이어도 규모가 너무 큰 곳은 정중히 참여를 반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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